한국인 전용복 - 옻칠로 세계를 감동시킨 예술가의 꿈과 집념의 이야기
전용복 지음 / 시공사 / 2010년 5월
평점 :
품절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 남과 다른 열정을 가지고 뜻을 이룬 사람들의 이야기는 늘 감동 그 이상의 뭉클함을 느끼게 한다. 그 중에서도 사람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가고, 제대로 인정 받지 못하는 길을 묵묵히 걸어가서 마침내 정상에 선 인물이라면 더욱 존경받아 마땅하고 그들의 지난 시간에 대해 경의를 표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인 전용복> 이 책은 세계적인 옻칠 공예가인 전용복님의 자서전이다. 옻칠이라하면 어릴 적 기억에 제사상이라든지 친정집 안방을 차지하고 있는 자개농을 떠올리게 되는데, 사실상 지금은 많이 잊혀져 명맥만 유지되는 전통이 아닌가 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저자의 유년시절과 옻칠의 매력에 빠져들게 된 계기와  일본의 메구로가조엔의 작품을 복원하게된 내용 등을 담고 있다.  

 

 옻의 성분 자체가 자연에서 얻은 천연 재료이다 보니 옻칠이 자연친화적인 것이라는 사실쯤은 쉽게 짐작이 된다. 하지만 옻칠된 작품이 만년을 간다는 것은 정말 놀랍고 신기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옻칠이 된 나무는 옹기처럼 숨을 쉼으로써 나무를 보호해 준다. 고구려의 벽화나 팔만대장경이 오늘날까지 보존될 수 있었던 것, 오래된 무덤의 제기에서 발견된 밤톨이 썩지 않고 보존될 수 있었던 것도 옻칠 덕분이라고 한다.  

 

 하지만 나무 한그루에서 얻을 수 있는 옻의 양이 너무 작아 구하기 어렵다는 점과 같은 이유로 인해 가격이 비싸다는 점 때문에 오늘날에는 옻칠 대신 니스 같은 다른 칠로 대체되는 경우가 많다. 현대화, 산업화가 가져다주는 편리함과 가격 경쟁력은 질적으로 우수한 옻칠을 대중들에게서 멀어지게 만들었고 요즘은 아예 생소한 분야로 인식되어 버렸다.

 

 책을 읽으면서 신한균 님의 <신의 그릇>이라는 팩션이 떠올랐다. 그릇을 빚는데 있어서 세계 어느 나라보다 뛰어난 기술과 예술성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 가치를 알아채지도, 이용하지도 못하고 고스란히 일본에 빼앗겨 버린 과거가 정말 답답하고 안타까웠던 기억이 난다. 옻칠도 마찬가지다. 저자는 옻칠 기법을 연구하고 성과를 얻을 때마다 국내에서 뜻을 펼치기를 원했지만 결국 일본에서의 활동을 통해 세계적인 옻칠 공예가로 인정받게 된 것이다.   

 

 대물림된 악감정 탓인지 일본이란 나라가 곱게 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아름다움'을 알아보는 그들의 심미안이야말로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다. 저자가 복원했던 메구로가조엔 이라는 호텔의 경우도 장사치로서의 이익보다 문화재를 지키려는 경영진의 노력에 고개가 숙여졌다. 일본내의 유명한 공예가들을 제치고 다른 나라의 그것도 무명의 공예가에게 1조원 예산의 복원 사업을 맡긴다는 것이 결코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텐데 말이다. 

 

 <한국인 전용복>을 통해서 전통을 이어가려는 한 인간의 열정과 깊은 고뇌를 느낄 수 있어서 마음이 묵직해져왔다. 60여년전 선배 장인들이 작품을 하나씩 복원하면서 느꼈을 감동과 희열도 고스란히 전해져 왔다. 만약 이 책이 아니었다면 우리의 전통 기법인 '옻칠'에 대해 이렇게 많은 것을 알 수는 없었을 것이다. 아직은 갈 길이 먼듯 보이지만 언젠가는 저자의 노력이 결실을 맺어 국내에서도 옻칠이 새롭게 주목받고 대중들의 사랑을 받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밑줄 긋다

 

"우리 조상들의 작품들에는 삶에서 무르익은 혼과 철학이 있다. 민화만 보더라도 삶을 꿰뚫는 통찰력과 풍자정신, 샤머니즘이 녹아 있다. 내가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모티브는 바로 '민족'이었다. 내가 특별한 애국자라서가 아니라 내가 진 것만 표현해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p.63)"

 

"전통적 정신을 계승하고 그 전승된 정신을 밑거름으로 삼아 끊임없이 자기를 연마할 것 그리고 자기연마를 통해 나만의 세계를 창조해낼 것. (p.149)"

 

"처음부터 우리가 완벽한 기술을 가지고 있었던 것은 결코 아니다. 나와 직원들은 작품 하나하나 만들어가면서 완벽에 가까운 기법을 터득해낼 수 있었다. 결국 메구로가조엔의 복원작업과 함께 성장한 셈이다. (p.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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