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숙빈 - 숙종시대 여인천하를 평정한 조선 최고의 신데렐라 숙빈 최씨
김종성 지음 / 부키 / 2010년 4월
평점 :
절판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독서를 방해하는 가장 큰 걸림돌은 무엇일까? 내 경우는 그렇다. 놀아달라 졸라대는 아들 녀석, 산더미 같이 밀린 집안일, 퇴근 후 기운빠진 심신... 그런 이유보다 더 강력한 방해물이 있으니 바로 '드라마의 유혹' 이다. 집에서 TV를 아예 치워버릴까도 고민했었지만 뉴스나 다큐멘터리를 즐겨 보는 편이라서 마음을 접었는데, 가끔씩 좋아하는 배우가 주연을 맡은 트랜디 드라마나 사극에 한번 꽂히면 독서 계획에 심각한 차질을 빚게 된다. 

 

 드라마 '동이'의 경우는 처음 부터 보기 시작했던 것은 아닌데 이런저런 입소문과 '이산'의 제작진이라는 점이 눈길을 끌어 스쳐지나가듯 몇장면을 보다가 결국 고정으로 챙겨보게 되었다. 그런데 드라마 시작에 발맞춰 바빠진 곳이 있으니 최숙빈에 대한 책들이 마구 쏟아져 나오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보면 '동이'의 경우에만 그랬던 것은 아니다. <대왕 세종> <이산> <바람의 화원> <선덕여왕> 등 방송과 함께 출판계가 활성화된 경우는 매우 흔하다. 

 

 물론 사극이 역사를 왜곡하고 일반인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제공한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지만 그것은 국민들을 과소평가하는 생각에서 나온 주장은 아닐까? 그런 논란은 10여년도 훨씬 전부터 제기되어 왔던 것이고 이젠 사극의 내용을 100% 진실이라 받아들이는 시청자도 거의 없을 테니 말이다. 다시말해 팩션과 역사서의 차이, 사극과 역사왜곡에 대한 부분에서는 어느정도 자유로와져야 할 것이고 궁금한 것은 관련 책을 통해 따로 살펴보면 될 것이다.   

 

 <최숙빈> 이 책은 '동이'의 주인공 최숙빈에 대한 역사서이자 인물탐구에 관한 책이다. 배경이 되고 있는 숙종시대는 우리 역사 중에서도 가장 자주 작품화되는 시대이다. 인현왕후와 장희빈이라는 두 여인이 벌이는 팽팽한 긴장감은 드라마틱함의 진수이자 여인열전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보여준다. 하지만 주목해야 할 것은 남인과 서인을 대변하는 두 여인들의 치열한 싸움에서 정작 어느 누구도 승자는 없다, 라는 사실이다. 

 

 저자는 말한다. 인현왕후도 장희빈도 아닌 왕의 어머니 최숙빈이야말로 '최후의 승자' 라고 말이다. 최숙빈은 자신을 지켜주던 뒷세력이 없었고 천민 출신에 따뜻한 보살핌 한 번 받지 못하고 자랐던 여인이다. 우여곡절 끝에 입궐하였으나 침방 나인을 비롯해서 힘겨운 궁중 생활을 견디어야만 했다. 하지만 당차고 소신있는 모습으로 숙종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용종을 잉태하였을 뿐 아니라 열한 당쟁 속에서도 왕의 어머니가 되었다. 

 

 당시 조선은 반상의 제도가 지배하던 시대다. 영조는 어머니의 미천한 출신으로 인해 컴플랙스가 심했고 재위기간동안 사력을 다해 어머니의 지위를 승격시키기위해 애쓴다. 반면 당시의 천민들과 평민들에겐 최숙빈이 자랑스러움이자 희망의 상징이었다. 이는 상대적으로 약한 위치에 있는 사람을 응원하게 되는 인지상정일 것이다. 또한 당색이 없었던 최숙빈의 말은 숙종에게 깊은 신뢰감을 주어 점차적으로 궐내에 입지를 다지는데 크게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최숙빈>을 통해 드라마 '동이'를 통해 궁금했던 점을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었다. 다른 역사서의 경우 최숙빈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것처럼 해놓고는 결국 주변인물 이야기만 잔뜩 늘어놓는 경우가 많던데 이 책은 최숙빈에 대한, 최숙빈을 재조명한 내용이어서 맘에 든다. 다만 사료가 워낙 부족한 탓인지 내용이 반복되는 부분이 있어 아쉬운 점도 있다. 역사학자들이 한 인물에 대한 책을 펴내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고문을 뒤져야 하고, 관련 자료를 취합해야 할지 그 노고가 짐작은 되나 앞으로도 더 많은 '진실'이 대중에게 공개되기를 기대한다.

 

 결론을 말하자면 '역시나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이었다. 일찌기 시작된 동이와 숙종의 인연, 사랑하는 여인 앞에서는 한없이 촐싹대는 숙종의 재발견도 그렇다. 특히 인현왕후와 장희빈의 운명을 양손에 쥔 여인으로 묘사된 동이, 목숨이 10개도 넘을 것 같은 그녀의 활약도 모두 시나리오에서만 가능하다. 하지만 동이의 진짜 모습을 알고 싶다면 반드시 <최숙빈>을 읽어보기를 바란다. 놀라운 사실은 동이가 아닌 최숙빈에 대해 제대로 알고 나서도 여전히 동이가 사랑스럽다는 것이다. 상상이 가미된 역사와 역사의 진실 사이에 양다리 걸치기... 생각보다 짜릿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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