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강의
야오간밍 지음, 손성하 옮김 / 김영사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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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문학을 읽다보면 특히 철학과 사상에 대한 부분에 있어서 서양 중심의 서술이 지배적이라는 사실에 살짝 기분이 나빠질 때가 많다. 마치 서양 사상이 인류의 보편적인 사고라도 되는 듯, 서양 사상이 세계를 지배해도 족하다는 뉘앙스를 접할 때면 도대체 동양 철학에 대한 연구는 왜 이리도 더딘 것인지 어쩜 서양의 것에 견줄만한 사상이 없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말이다.

 

 헌데 남을 탓하고 투덜거리기 전에 나 스스로가 동양의 사상에 얼마나 관심을 두고 있었으며, 조금이나마 배워보려 노력했던가 자문하는 순간 더이상 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 사실상 동양의 사상이라하면 공자, 맹자, 노자, 장자...  등 사상가들의 이름만 떠올려도 머리가 아파지지 않는가! 우리 나라의 경우만 하더라도 나름대로의 독자성을 갖추었다고는 하나 유교니 성리학이니 조선을 말아먹은 케케묵은 생각이라 밀쳐두다보니 제대로 마주할 기회조차 없었던 것 같다.

 

 <노자 강의> 이 책은 노자의 사상을 집약한 '도덕경'을 일반인이 알기 쉽게 강의 형식으로 풀어 쓴 책이다. 우선은 노자의 사상이 서양인에게 성서 다음으로 많이 출간된 책이라는 사실에 놀랐고, 서양의 지식인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 또한 놀라웠다. '도덕경'은 노자가 주나라의 쇠퇴를 안타까워하며 서방으로 떠날 때, 그 중간의 문지기쯤 되는 사람이 간곡하게 부탁하여 남긴 글로써 약 5천자 정도의 분량이지만 우주와 인간사의 모든 지혜가 담겨진 놀라운 책이다.

 

 <노자>의 원문은 직설적이지 않아서 각자 해석하는 사람에 따라 조금씩 달라진다고 하는데 도가의 기본 사상만큼이나 탄력적인 면이 있다. '노자'라는 이름에서 처럼 도인적인 느낌을 풍기는 노자는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철학자의 마음으로 이해하고 포용하려 했던 것 같다. 따라서 노자의 사상 중 가장 핵심적인 것은 '약한 것이 가장 강하고, 강한 것이 때론 가장 약한 것' 그리고 '세상만사 물 흐르듯 순리대로 받아들이는 삶'을 강조했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그러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가장 많이 하게 되는 말이 바로 '하지마', '안 돼!' 하는 부정적인 용어다. 노자 강의 곳곳에는 노자가 갓난아이의 순수함과 자연 친화적인 부분, 세상에 순응해서 살아가는 놀라움을 극찬한 부분이 있다. 어느 경지에 도달한 예술가가 끝끝내 터득하는 경지가 '어린아이 처럼 천진하고 순수한 세계'라는 것을 떠올릴 때, 노자는 진정 득도한 사상가였음에 틀림없다.

 

 요즘의 청소년들이 입을 모으기를 정직한 사람은 손해를 본다고 생각한다는 부분이 맘에 걸린다. 아이들을 탓해 무엇하랴. 어른인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현실이 그런것을 말이다. 누구나 돈을 많이 벌고 싶고, 좋은 배우자를 만나고 싶고, 사회적으로 선망받는 위치에 오르고 싶은 것은 같은 마음이다. 하지만 노자는 돈을 벌기에 앞서 사람의 마음을 얻는 법을 가르치고, 행복한 가정을 유지하기 위한 마음가짐과 황폐해져 가는 현대인들의 마음을 추스리는 방법에 더 큰 비중을 둔다.

 

 <노자 강의>를 통해 만난 21세기형 노자는 시대에 뒤쳐짐없는 위대한 사상가였다. 무엇보다 '도가 사상'이라는 자체가 머리 위에서만 맴도는 이론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에서 지속적으로 떠올리고 되뇌여야 할 부분이라는 점을 깨달았다는 사실이 큰 성과라면 성과다. 물질적 가치에 앞서 세상이 아무리 변해도, 설사 세상의 한 쪽에 그늘이 걷히지 않는다 하더라도 인간의 행복과 가치를 재는 기준이 '선'과 '참됨'이라는 사실에 대해 깊이 공감하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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