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커 (양장) - 제3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배미주 지음 / 창비 / 2010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책장을 넘기다 보니 올 초에 영화 <아바타>를 봤던 감동이 다시금 되살아 난다. 가까운 미래, 환경 파괴와 자원 고갈로 황폐화 된 지구와 원시림의 상태를 유지한 아름다운 행성 판도라가 대비되면서 그곳의 자원을 빼앗기 위한 지구인과 나비족의 대결... 그리고 인간과 외계인이라는 한계를 넘어선 범우주적 사랑 등 한 편의 영화에 이토록 많은 철학적 메세지가 담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영화에서 보여준 아바타의 특징은 지금까지 가장의 공간에서 나를 대변하는 '평면적인 아바타'가 아니라 '입체적인 아바타' 다시말해 나와 아바타가 하나가 되는 또 다른 세계가 가능함을 보여준다는 것에 있다.

 

 특히 3D 영화산업의 발달을 온 몸으로 체험하면서 조만간 머그게임의 방식도 크게 변화할 것이라는 추측을 해본다. 영화에서 인간이 아바타를 조종하는 것과 마찬가지도 직접 보는 것 처럼 보고, 직접 만지는 것 처럼 느끼고 일정부분 통증도 느끼는 그런 게임이 생긴다면 다들 열광하지 않을까? 지금도 게임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해서 벌어지는 충돌이 가끔씩 기사화 되는 것을 보는데, 오감을 교감하는 아바타가 생긴다면 예상치 못한 일들도 많이 생기겠지. 

 

 <싱커>는 <완득이> <위저드 베이커리>를 잇는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으로 성장소설, 판타지 형식의 전작과는 달리 SF적인 성격을 가진 소설이다. 서기 2068년, 환경문제로 인해 야기된 제3차 세계대전과 연이은 바이러스의 공격으로 위기에 처한 인류는 '시안'이라는 거대 지하도시를 중심으로 지상과 단절된 체 살아간다. 시안에 소속된 시민들은 초국적 제약회사에서 제공한 약을 제공받아 지금까지 인류가 경험하지 못했던 장수를 누리지만 상대적으로 시민권을 얻지 못한 사람들은 지하세계의 또다른 공간에서 난민으로 살아가야만 했다.

 

 주인공 미마는 학습능률을 끌어올릴 수 있는 약을 구하기위해 125층의 지하도시의 떠나 다른 층으로 이동하는 위험을 감수한다. 그곳에서 만난 꼬마를 따라갔다가 이미 멸종된 줄만 알았던 동물들을 구경하기도 하고 살아있는 물고기를 시안으로 몰래 들여와 키우기도 한다. 미마는 꼬마의 형을 통해 '싱커'라는 게임을 알게되는데, 게임에 접속함으로써 아마존을 그대로 재현한 공간인 '신아마존'의 동물들과 교감하는 재미에 푹 빠진다. 미마는 특유의 호기심과 순수함으로 아마존의 동물들에게 동화되고, 그녀의 친구들과 싱커 게임을 하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남에 따라 시안의 정치, 경제를 지배하는 사람들의 거대한 음모에 부딪하게 된다.

 

 분량이 그렇게 두꺼운 것도 아니고 내용이 복잡하거나 어려운 것도 아니라서 순식간에 읽은 책이다. 우선은 SF적인 내용이 문학상을 수상했다는 것 자체가 평범하게 와닿지는 않는다는 생각과 함께 이 책의 발행 시점이 영화 <아바타> 직전이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2009년 11월에 수상작으로 발표되었으니 아바타 개봉 전이긴 한데 결정적인 부분이 비슷하게 느껴지다보니 감동이 반감될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그리고 주제에 있어서 환경문제에 대한 경고나 자연의 치유력이라든지 자연의 일부로서의 인간을 그린 점도 흔히 접하는 메세지다.  

 

 하지만  '생명'과 '게임'이라는 어울리지 않는 단어들을 작품 속에서 조화롭게 공존시켰고 거부감없이 빠져들게 하는데 성공했다는 점 만큼은 인정할만 하다. 청소년들이라면 누구나 머그게임을 비롯해서 특정한 게임에 빠져 본 경험이 있을 것이기에 낯설지 않은 설정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요양원에 있는 미마의 엄마를 통해 생명 연장에 관한 부분도 생각해보게 되었는데, 날로 고령화되는 사회속에서  얼마나 인간답게, 행복을 추구하며, 품위있게 사는가 하는 것도 함께 고려되어야 할 문제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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