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세기 비밀
톰 녹스 지음, 서대경 옮김 / 레드박스 / 2010년 3월
평점 :
품절


 


 

 성경에 나오는 천지창조와 선악과에 얽힌 이야기는 종교인이 아니더라도 한번쯤은 들어 봄직한 이야기다.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고 아담과 이브를 에덴동산에서 살게하셨는데, 어느날 뱀의 유혹을 이기지 못한 이브가 선악과를 따먹고 아담에게도 권했던 일로 에덴동산에서 쫓겨나게 된다. 하나님은 두 사람을 추방하면서 아담에게는 평생토록 가족을 위해 땀흘려 일할 것을, 이브에게는 출산의 고통을 겪을 것이라고 말씀하신다. 인간의 호기심은 인류의 문화와 과학을 발전시키는 원동력임에는 틀림없으나, 초기 인류에게 이미 엄청난 재앙을 불러왔다는 사실이 아이러니하다.   

 

 <창세기 비밀> 이 책에서는 창세기와 에덴동산과 고대 인류에 대한 부분이 중요한 모티브를 차지한다. 저자는 터키의 '괴베클리 테페'에서 발견된 고대 유적지에 매료되어 그곳에 관한 기사를 썼을 뿐 아니라 지속적인 자료수집과 연구를 통해 소설을 완성시켰다. 종교적인 느낌을 깔고 시작하는 책일수록 종교를 부정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도 마찬가지다. 에덴동산의 실체를 밝히고 아담과 이브가 에덴에서 쫓겨난 이유를 밝힌다고 말은 하지만 결국은 <다빈치코드>와 같은류의 책이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앞서 언급한 모티브와 함께 이 책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인신공희'에 관한 부분이다. 신기한 것은 세계 어느 나라든지 인간을 재물로 바쳐 신께 기원드리는 풍습이 없는 나라가 없다. 특히 나라에 큰 변고가 있을 때나, 중요한 건축물을 짓는등 큰 일을 도모할 때, 혹은 정기적인 행사처럼 인신공희가 있었다. 저자는 인류가 농경생활을 시작하던 시점에 어떤 계기를 통해 인신공희가 생겨났고 그 후로 오랫동안 인류 역사에서 풍습으로 자리잡게 된 것이라고 추측한다.  초반에는 그 문제와 창세기 비밀과 어떤 관계인지 어리둥절 했는데 어느 정도 진도가 나간 후에야 연결이 되었다.

 

 그보다는 솔직히...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다양하고 '잔인하게' 죽임을 당하는 내용은 이번이 처음이다. 소설의 시작부터 혀가 뽑히고 가슴에 다윗의 별을 새긴 채 죽어있는 노인이 등장하더니 연이어 일어나는 살인사건마다 표정 관리가 힘들만큼 잔인하다.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고대 인류에 대한 흥미 유발과 고고학에 대한 해박한 지식, 추리소설적인 요소와 미스터리가 적절히 조화를 이루어 지루할 틈이 없었다. 특히 인류의 역사를 되짚어 볼 때, 연쇄살인범 못지 않게 피를 갈망했던 사람들이 있었지만 전쟁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감출 수 있었던 사람들과 고대의 비밀을 지키기위한 결사대가 오늘날에도 존재할 것이란 부분을 읽으면서는 섬뜩함과 동시에 고개가 끄덕여 졌다. 

 

 며칠전 국회방송에서 '인류의 진화'에 관한 다큐를 본 적이 있는데 원구류가 인류의 조상이라고 하더라. 물론 그보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편형동물까지 올라가겠지만, 가끔씩 진화론 쪽으로 생각이 기울다가도 인간이나 개나 소나... 한 조상이라고 믿는 것 보다는 차라리 창조론이 낫다는 생각이 든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고 인류의 조상과 기원을 찾는 것은 과거로부터 이어져온 인간의 숙명과도 같은 것이다. 다시 말해서 인간만이 유일하게 자신의 존재와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는 동물이라는 뜻인데, 어쩜 <창세기 비밀>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도 같은 이유로 설명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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