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두 번 진행되길 원한다면 - 감각의 독서가 정혜윤의 황홀한 고전 읽기
정혜윤 지음 / 민음사 / 2010년 3월
평점 :
품절





 

청소년기때, "내가 니 나이 때는... " 으로 시작하는 당부나 "요즘 애들은 네가지(?)가 없다." 라는 편견어린 시선이 느껴질 때면 괜히 없던 반항심도 생겨났던 기억이 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세대차'란 말이 그냥 있는 것은 아닌데 어른들은 그런 마음을 너무 몰라주는 것만 같았다. 지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닌데, 그땐 왜그리 심각했었나 모르겠다. 나는 누구인가?, 하는 정체성과 미래에 대해 고민하는 것만으로도 벅찼던 탓인지 어른들의 경험에 귀 기울이기보다는 늘 새로운 것에만 관심이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새로운 것이 주는 신선함, 뿌듯함 만큼이나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가치가 있다는 것을, 나이가 들면서야 비로소 깨닫기 시작했다. 독서를 함에 있어서 고전을 가까이 해야 하는 이유도 같은 이유가 아닐까 싶다. 출간 당시 비평가들로 부터 어떤 평을 받았는지 대중들에게 어떤 대우를 받았는지도 중요하지만 오랜 세월 속에서도 독자들을 사색하게 만들고 감동을 주는 것이 바로 고전의 힘이다.  진정한 가치는 당장의 유행보다는 시간이 걸러낸다는 것을 고전을 통해 깨닫게 된다.   

 

 <세계가 두 번 진행되길 원한다면> 이 책은 '감각의 독서가'이자 '책읽는 PD'로 알려진 정혜윤님의 고전 에세이다. 앞서 <침대와 책>이라는 독서 에세이와 여행 에세이 <런던을 속삭여 줄게>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들었는데 저자의 책을 직접 읽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개인적으로 책을 무척이나 좋아하고 독서하는 시간이 가장 행복한 시간이라고 말하고 다니는 독자이긴 하지만 막상 읽을 책을 고른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는 것을 자주 느낀다. 최근에 출간된 책은 종류가 너무 많고 고전은 리스트가 나오는데도 불구하고 방향을 잡기가 어렵다는 변명을 달고 산다.    

 

"그래서 세계는 두 번 진행된다. 한 번은 우리가 그것을 보이는 그대로 보는 순간. 두 번째는 그것이 존재하는 그대로 전설로 새겨지는 순간. (p.10)"

 

 저자는 말한다. 인생이 더 나아지기를 원한다면, 눈 앞에 보이는 세상을 넓게 보기위해서는 반드시 고전을 읽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그 말이 공감이 가서 오래도록 곱씹었다. 앞서도 잠시 언급했지만 고전은 인간의 본질적인 모습에 대해 고민하게 만드는 힘이 있는 것 같다. 어떻게 보면 본능에 가깝기도 하고, 원초적인 모습일 수도 있는데 100년 전의 사람들과 현대인들의 사고가 같을 수는 없음에도 사랑, 성공, 열정, 종교, 가족 등 사회의 구성원이자 한 사람의 인간으로 짊어져야 할 삶의 무게에 있어서는 그때나 지금이나 다를바가 없다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좋았던 것은 한 사람의 인생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책(고전)을 소개 받을 수 있었다는 점이다. 독서를 통해 단순히 재미를 얻는 것도 무의미 하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수록된 15편의 고전 대부분이 언젠가는 꼭 읽어야 겠다고 생각만하고 있던 책이어서 더욱 기분이 좋았다. 가끔씩 문장 자체가 쉽지 않다고 느껴지는 부분이 있긴 한데, 저자가 주관적인 입장에서 고전을 읽고 이해하고 글로 표현한 부분인 만큼 고전을 제대로 읽었다고 말 할수 있을 때 다시 비교해 보고픈 생각이 들었다. 나 또한 세계가 두 번 진행되기를 원하기에. 보이는 것 그 너머의 새로운 세상을 볼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간절히 바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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