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헤란의 지붕
마보드 세라지 지음, 민승남 옮김 / 은행나무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젊다는 것이 좋은 이유는 일일이 나열하지 않더라도 그 자체로 아름답다는 사실에 대해 누구나 공감하는 부분일 것이다. 아직은 정해지지 않은 미래에 대해 꿈을 품을 수 있고 열정과 도전, 낭만... 거기에다 형제애 만큼 돈독한 우정을 나눌 수 있는 친구를 사귄다든지 '첫사랑'의 풋풋한 감정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 또한 청년이기에 누릴 수 있는 특권이라면 특권이다. 그런 감정은 나라와 지역을 뛰어넘어 이제 어른이 되려하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거쳐야할 과정이기도 한데, 이미 그런 시절을 지나쳐버린 독자로서는 아름다운 시절을 회상할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도 가슴이 설렌다.    

 

 <테헤란의 지붕> 이 책은 대학 진학을 앞둔 파샤와 그의 친구들이 만들어가는 이란판 성장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태양이 서서히 빛을 잃어갈 무렵 낯동안 달구워진 열기를 피해 지붕에서 잠을 청하는 이란 사람들, 파샤와 그의 친구들도 지붕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며 추억을 쌓아간다. 주위 사람들을 유쾌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는 아메드가 여자친구 파히메에 대한 마음을 파샤에게 이야기 해준 것도, 파샤가 짝사랑하던 자리를 훔쳐본 공간도, 자리의 약혼자 닥터가 반정부 운동을 했다는 이유로 경찰에 끌려갈 때도 이 모든 장면은 지붕위에서 내려다본 풍경을 묘사한 것이었다.  

 

 그렇다고해서 이 책이 주인공의 사랑과 우정에 관한 내용만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작품의 배경이 되고 있는 1970년대 이란은 왕을 중심으로 한 독재 체제였고, 가장의 권위로 딸을 강제 결혼 시킬 수 있을 만큼 국민들의 의식도 보수적이고 폐쇄적이었다. 파샤와 그의 친구들은 급변하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기존의 사고를 깨는 것과 동시에 새로운 가치관을 세워야 했던 세대였다. 작문에서 문구 하나만 튀어도 담임을 통해 교장을 거쳐 정부 관료에까지 보고되었고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무차별적인 감금과 고문, 불행한 죽음이 이어지던 시대였다.

 

 소설을 읽을 때면 딱 두 가지만 생각하면 된다. 비현실성을 즐기든지 아니면 철저하게 공감하든지, 다시말해 미처 상상하지 못했던 것에 대해 감탄하면서 새로운 가능성을 일깨우는 경험을 하거나 소설 속의 상황과 주인공들에게 감정 이입을 시키는 것이다. 이 책은 후자라고 할 수 있는데, 내가 살아온 환경과는 너무 다른 이슬람 문화권의 젊은이들의 이야기면서도 여러면에서 공감하는 부분이 많았다. 우리도 민주화를 이루기위해 비슷한 과정을 겪었고, 사회적인 관념을 바꾸기위해 혼란을 겪었던 시기도 있었는데다 젊은이들의 그런 희생과 열정은 나와 시대를 뛰어넘어 감동 그 자체이기 때문일 것이다.

 

 중동지역이나 인도 등 낯선 문화를 배경으로 한 책을 읽을 때마다 막연하게 멀다고만 생각했던 편견에 가려 그들을 제대로 보지 못했었구나 하는 생각을 많이 한다. 그들도 우리처럼 전쟁이나 내전을 겪기도 했고 독재와 빈곤에 힘겨워하면서도 나라의 미래를 걱정하고 개별적으로는 자식들을 위해 희생하고, 사랑과 우정을 지키기위해 몸부림치는 평범한 인간일 뿐인데 말이다. 초반의 평화스러운 분위기가 자칫 늘어지는 느낌을 줄 수도 있었을텐데 짧은 순간이긴 했지만 현실과 회상을 적절히 교차시켜 긴장감을 유지한 것 같다.  파란 하늘과 흰 구름이 둥실 떠있는 표지가 '연을 쫓는 아이'를 연상시킨다. 그리고 누가 뭐라해도 파란 하늘은 희망이다. 파샤와 친구들이 지붕위에서 보고 싶어했던 것도, 작가가 마지막까지 신신당부하듯 전달하고 싶었던 것도 같은 의미일 것이라고 믿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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