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다 기묘한 이야기가 또 있을까?

더 미러 - 운명을 훔친 거울이야기
말리스 밀하이저 지음, 정해영 옮김 / 다산책방 / 2010년 3월

 

아침에 눈을 뜨면 욕실에 걸린 거울을 시작으로 하루 중 몇 번이나 거울을 들여다 보는지 셀 수가 없다. 요즘이야 흔하디 흔한 것이 거울이고 특별할 것도 없는 것이 거울이지만 과거의 어느 시점까지만 하더라도 거울은 신비스럽고도 마법 같은 물건이었던 때가 있었다. 아주 오래된 동화 속, 세상에서 가장 예쁜 여인을 알려주던 것도 거울이고 나와 내 속의 또 다른 나를 분리시키는 것도 거울이며, 시공간을 초월해 다른 곳으로 이동하게 만드는 것도 거울이다. 거울의 역할은 시대와 장소에 따라 다양하게 바뀌었고 이번엔 세 여인의 운명을 바꾸는 사악한 역을 맡았다.     
 

 스무 살의 샤이는 결혼식 전날 집안 대대로 전해 내려오던 전신 거울 앞에서 정신을 잃는다. 그녀가 눈을 뜬 시대는 자신의 할머니 브랜디가 살았던 과거였고 흔히들 시간여행이라고 알고있는 방식과는 다르게 샤이가 브랜디의 몸 속에 들어간 상태가 되어버렸다. 그렇다고 다중인격이라든지 그런 것은 아니다. 뭐가 어떻게 된 것인지 제대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그무렵 브랜디는 손녀인 샤이의 몸 속에서 눈을 떴으니 말이다. 브랜디가 된 샤이는 브랜디 역시 결혼을 앞둔 시점이라는 알게되고 당황스러워 한다. 

 

 언젠가는 돌아갈거야. 언젠가는... 브랜디가 된 샤이는 가족들과 이웃들에게 미래를 알아맞추는 특별한 능력이 있는 사람 혹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미친 여자라고 쑥덕거리는 소리를 들으면서 살아가야만 했다. 어쨌거나 그녀는 젊은 시절 할머니의 모습을 하고 할아버지와 결혼해 삼촌들과 자신이 엄마 레이첼을 낳는다. 한편 브랜디는 샤이가 되어 샤이의 약혼자 마넥의 아이를 낳고, 레이첼은 자신의 엄마가 사실은 딸이었음을 알게 되면서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져버린다. 

 

 샤이, 레이첼, 브랜디를 차례로 비추면서 진행되는 스토리는 잠시도 눈을 돌릴 수 없을 정도로 매혹적이고 놀랍다. 어떻게... 이렇게 황당한 이야기가 있을 수 있단 말인가! 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정신없이 빠져들어 읽었으니 말이다. 이미 알고 있는 미래를 살았던 여인, 시간을 훌쩍 뛰어넘어 미래를 살아가는 여인, 그리고 두 여인이 존재했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또 다른 여인이 있다면 과연 누구의 삶이 가장 행복하고 누구의 삶이 가장 안타까운 것일까?

 

 아주 오래전 <거울 속으로>라는 한국영화를 본 적이 있다. 공포 스릴러였던 그 영화를 본 후로 한동안 거울을 보는 것이 두려웠고 특히 혼자 엘리베이터를 타는 순간이 엄청 무서웠던 기억이 난다. 이 책에 나오는 거울처럼 스스로를 보호하고 사람들의 운명을 훔치는 것을 좋아하는 거울이 있다면... 이라고 상상하는 순간, 한동안은 전신 거울을 보지 않으리라 다짐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어떤 환경에 처해있든지 당당하게 스스로의 운명에 맞섰던 그녀들의 용기와 삶에 대한 의지야말로 진정한 행복을 누릴 자격으로서 충분한 것이 아닐까 싶다. 

 

스치듯 읽고 지나갔던 첫 페이지의 문장이

이제서야 눈에 들어온다.

"인생에 승자란 없다. 잃을 것도 없다.

우리 앞에 놓여 있는 미지의 장애물을 넘어

계속 나아가는 게 바로 인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