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서브 로사' 시리즈의 세 번째 이야기다. 1, 2편을 재미있게 읽은터라 세 번째 작품을 읽은 것인가에 대한 특별한 고민이라든지 망설임은 전혀 없었다. 주인공 고르디아누스는 자유인의 신분을 가지고 있으며 요즘으로 치면 사설 탐정쯤된다고 하겠는데 의뢰받은 사건에 대한 증거나 자료를 수집하는 일을 한다. 그는 그쪽 업계에서 '더듬이'라고 불릴 정도로 이름이 나있으며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는 인물이기도 하다. 냉철하면서도 상황판단력이 뛰어난 고르디아누스지만 노예 여인과 사랑에 빠져 결혼을 하고 오갈데 없는 아이와 노예 소년을 둘이나 양자로 들일만큼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기도 하다. 시리즈는 로마의 역사 중에서도 가장 드라마틱한 공화정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술라의 독재 시대부터 카이사르의 개선식까지 굵직 굵직한 사건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1편에서는 독재자 술라가, 2편에서는 스파르타쿠스 반란을 배경으로 대부호 크라수스가 등장했으며 이번에는 카틸리나의 역모 사건을 배경으로 키케로와 카틸리나의 정치적 대립을 다룬다. 우선 이야기가 시작될 무렵, 전편에 비해 훌쩍 나이가 들어버린 고르디아누스에게 적응이 잘 안되었다. 2편에서 아내의 출산 장면으로 마무리가 되었는데 그 아이가 여덟인가 아홉살로 세월이 그만큼 흘러버린 것이다. 고르디아누스는 부패와 타락, 정치적인 암투로 가득한 로마를 떠나 한적한 시골에서 농장주로 살아간다. 어느날 키케로의 부탁을 전하러 온 손님으로 인해 조용하던 그의 생활이 위협받기 시작하는데... 키케로는 고르디아누스가 루키우스로부터 지금의 농장을 물려받을 때 법적인 문제에 도움을 주었던 것을 상기시키며 키케로의 정적인 카틸리나가 고르디아누스의 농장에 머물 수 있도록 허락해 달라고 요청한다. 고르디아누스가 잠시 결정을 미루는 동안 농장에서는 목 없는 남자의 시체가 발견되고, 어쩔 수 없이 카틸리나를 받아들인 고르디아누스는 정적을 감시하기위해서 가장 잘 지켜볼 수 있는 곳에 두려했던 키케로의 치밀함에 놀라워하면서도 역모 혐의를 받고 있는 카틸리나의 이념과 로마를 변화시키고자 했던 순수함에 마음이 끌리게 된다. 전편과 마찬가지로 로마는 부와 권력을 탐하는 자들로 인해 암울하기만 하다. 역사적 인물로서 카틸리나는 정치활동을 하느라 빚이 많았고 연이어 선거에 실패하자 역모를 시도했다가 전멸된 것으로 나온다. 하지만 이 책을 읽는 동안 만큼은 과연 그가 정말 역모를 꿈꾸었던가, 라는 의문을 품게 된다. 어쨌거나 승자는 키케로이고 역사는 승자의 편에서 쓰여진 것이니 말이다. 아울러 아버지의 뒤를 이어 로마의 집과 가업을 물려받은 에코와 에코 대신 고르디아누스를 지키는 메토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다만, 40대 후반의 주인공 고르디아누스는 수년간 농장생활에 익숙해져서인지 추리력이나 판단력 등 모든 면에서 전같지 않은 것 같아 안타까웠다. 시리즈가 총 10편 정도(혹은 그 이상)은 된다고 들었는데 그럼 다음편은 누가 이끌어 가는 것인지 걱정스러울 정도로 말이다. 그는 많은 부분을 에코에게 의지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꽤 괜찮은 캐릭터인데 계속 잘 살려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로마 서브 로사>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이자 매력은 로마 시대를 재현한 것이다. 전편에 비해 약간은 긴장감이 떨어지는 것 같아 아쉬웠지만 로마 시대를 묘사한 것은 여전했다. 계급사회인 로마에서 사람들을 등급별로 나누고 높은 등급의 사람들은 평민들의 투표권보다 더 큰 의미가 있다는 설명에 잠시 어이를 상실했었는데, 메토의 성인식을 보면서 가족과 이웃 등 많은 이들의 축복을 받고 로마의 일원이 되는 과정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다음 이야기에서는 어떤 사건을 해결하게 될지. 잠시 숨고르기를 하면서 기다려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