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 루덴스 - 놀이하는 인간
요한 하위징아 지음, 이종인 옮김 / 연암서가 / 2010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철없던 시절, 지구상에는 동물과 식물 그리고 인간이 있다고 믿었던 때가 있었다. 세상을 만든 조물주가 그렇게 만들었고, 우주 만물 중에서 가장 공을 들인 존재가 바로 인간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날 인간도 동물이라는 충격적인 사실을 대하고는 인간이란 무엇인가, 나는 누구이고 어디서 온 것일까를 처음으로 심각하게 고민했던 기억이 난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그 때가 초등 저학년이었던 것 같은데 솔직히 꽤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도 그 고민에 대한 명쾌한 답을 얻지는 못했다. 유감스럽게도 말이다.  

 

 어떻게 인류를 정의하는가? 도대체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 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고자 했던 것은 평범한 1인이 살면서 문득문득 떠올리는 질문일 뿐만 아니라 인류학을 전공하는 학자들이 오랜 시간동안 연구해온 부분이기도 하다. '호모 사피엔스' - 합리적인 사고를 하는 인간 이라든지 '호모 파베르' - 도구를 만든 인간에 대해서는 익히 들어본 적이 있지만 '호모 루덴스' - 놀이하는 인간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고보니 인간만큼 놀기 좋아하고 유희를 추구하는 종은 없으니 참으로 흥미로운 주장이다.  

 

"나의 목적은 여러 문화 현상들 중에서 놀이가 차지하는 지위를 논하려는 것이 아니라, 문화가 어느 정도까지 놀이의 특징을 지니고 있는지 탐구하려는 것. (중략) 이 책에서 사용된 놀이라는 용어는 생물적 현상이 아니라 문화적 현상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p.21)"

 

 저자는 놀이를 문화의 한 부분으로 설명하고자 한 것이 아니라 놀이가 문화라고 보았다. 다시말해 인간이 이루어 놓은 문화를 '놀이'라는 프리즘을 통해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공감이 가는 부분은 언어와 예술, 경기, 축제 같은 문화적 요소에 녹아있는 놀이를 설명한 점이다. 특히 음악이나 무용, 미술 작품 같은 경우는 따로 설명이 필요없을 정도였고 시와 철학을 넘어서 법률, 소송, 전쟁에서 놀이적인 특성을 연관지은 점은 인정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앞서기도 했다. 전체적으로는 다소 힘들게 읽은 책이었는데 인류학에 대한 관심을 키우게 된 좋은 계기가 된 것 같다.      

 

 분명한 것은 즐기는 문화, 흥겨운 문화에서만 놀이적인 요소가 발견되는 것이 아니라 진지하고 신성한 문화에서도 놀이적인 특징이 없을수는 없다는 점이다. 놀이정신은 인간이 이루어 놓은 문화의 모든 면에서 두루 발견되며, 자유로움을 추구하고 욕구를 충족시키려는 인간의 의지를 통해 문화가 발전되어 왔다는 것이다. 많은 학자들이 인간이 동물과 구분되는 특징을 언어, 종교, 사회 등 문화적인 요소에서 찾으려고 한다. 하지만 이처럼 인류를 정의하려는 노력, 존재에 대한 의문 자체가 인간을 다른 동물들과 구분하게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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