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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시체들의 연애
어맨더 필리파치 지음, 이주연 옮김 / 작가정신 / 2010년 2월
평점 :
절판
<살아있는 시체들의 연애> 이 책은 화려한 인생을 사는 뉴요커들의 좌충우돌 연애사를 그린 책이다. 여주인공 린은 뉴욕에서 다섯 손가락안에 드는 갤러리를 운영하고 있고 롤랑은 검사, 앨런은 회계사다. 이렇게 적어 놓으니 주인공들의 엣지있는 모습이 연상되면서 삼각관계를 다룬 책이거나 일종의 칙릿소설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생각했던 것 처럼 그렇게 단순한 책은 절대 아니다. 책을 읽다보면 주인공 세 사람을 비롯해서 주변인물들 중에 정신이 멀쩡한 사람이 있긴 한 것일까?, 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하게 되는데 정말 독특한 경험이었다.
"절대 인생을 가지고 장난치지 말 것, 절대 인생을 공짜로 주어진 걸로 여기고 허비하지 말 것. (p.338)"
'아무 것도 욕망하지 않는 병', 린은 스스로를 그렇게 표현하고 있다. 해볼 것은 다 해봤고 부족할 것도 없는 인생이지만 어느 순간 자신이 아무것도 욕망하지 않는 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무기력해 진 것이다. 어느 날 린은 자신을 스토킹하는 남자 앨런에게서 욕망과 열정을 발견하고는 잃어버린 '욕망'을 되찾기 위해 즉흥적으로 한 남자(롤랑)를 스토킹하기 시작한다. 세 사람의 뉴요커 외에도 그들의 기묘한 행각을 지켜보면서 끼어들고 싶어 안달하는 전직 정신과 의사와 린의 스토킹을 부추기는 임무를 맡은 비서, 섹스 중독에 걸린 사립탐정, 노출증 환자인 호텔 지배인 등 개성강한 캐릭터들이 등장해서 황당한 스토리를 이어간다.
Boys, be ambitious.~!! (청년이여, 야망을 가져라!) 청소년기에 정말 많이 들었던 문장이다. 누가 언제 무슨 이유로 처음 사용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인생에 있어서 꿈을 크게 가지라는 뜻으로, 명언 중의 명언으로 기억되는 말이기도 하다. 그러고보면 특정 분야에서 업적을 남기고 이름을 떨친 사람들의 경우 이른 나이부터 목표 의식이 분명했고 한 눈을 팔 결흘없이 한 방향으로만 열심히 달려온 이들이 많다. 큰 꿈을 가진 이들은 언젠가는 반드시 "꿈은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경험하거나 혹은 그 꿈에 근접한 성과를 얻게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인생에 있어서 무언가 간절히 원했던 것을 가지게 된 사람들은 어떨까? 다시말해 사회적인 위치나 경제적인 상태가 남들이 선망하는 위치이거나 자신이 꿈꾸던 것을 이룬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하는 것일까? 혹자는 인생은 끊임없는 도전의 연속이라고 하더라. 꿈을 향해 달려가다가 실패할 경우 다시 도전하거나 목표를 새로이 설정해서 재도전하고, 꿈을 이룬 사람의 경우도 더 큰 꿈을 다시 설정해서 또 다른 꿈을 위해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삶에 있어 '멈춘다'는 것은 그 자리에 있는 것이 아니라 '퇴보'하는 것이라는 말, 그냥 나온 말이 아니라는 것이다.
<살아 있는 시체들의 연애> 이 소설의 느낌을 한 마디로 표현하면 시트콤 같은 '블랙 코미디' 라고 말하고 싶다. 등장인물들의 비현실적인 사고와 오버스러운 설정은 약간은 병적인 듯한 현대인들의 모습을 풍자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스토킹은 분명 범죄다. 그런데 책에서는 개인의 사생활과 안전을 위협하는 의미보다 현대인들의 '욕망'을 표현하는 방법으로 쓰였다. 정확히 말하자면 내면의 열정을 일깨우기 위한 '몸부림' 인 것이다. 앞만보고 미친듯이 달려왔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길을 잃고 우두커니 서 있게 되었을 때, 무엇을 향해 달려왔는지 조차 잊어버린 자신을 발견했을 때 어떻게 해야하는지 최소한 피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