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출 기차 징검다리 동화 8
아사노 아쓰코 지음, 서혜영 옮김, 사토 마키코 그림 / 한겨레아이들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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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생을 돌보던 사쿠라코는 갑자기 깨져버린 꽃병때문에 엄마한테 혼이 납니다. 어떻게 된 영문인지 자신도 어리둥절해 하는데, 엄마는 사쿠라코의 말을 믿어주시지 않고 야단만 치십니다. 억울한 생각에 집을 나온 사쿠라코는 가까운 지하철 역에서 가출 기차를 타게 됩니다. 가출 기차에 탄 친구들은 사쿠라코만이 아니었어요. 옆반의 게이스케와 황조롱이, 산갈치도 있네요. 특히 황조롱이와 산갈치는 사쿠라코처럼 자신들을 이해해주지 못하는 어른들 때문에 상처받은 이야기를 하는데, 서로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털어놓는 가운데 사쿠라코의 마음도 서서히 풀리게 됩니다.

 

 가출 기차는 현실과 동떨어진, 어린이들을 특별한 곳으로 안내하는 운송 수단입니다. 기차는 어린이들의 눈에만 보이며 가출한 어린이라면 누구나 공짜로 탈 수 있어요. 게다가 맛난 간식까지 제공한답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기차의 차장님은 아이들이 오래오래 기차에서 내리지 않기를 바라는 눈치에요. 시간이 흐를수록 아이들은 자신들이 어디로 가는지, 어디로 가고 싶어하는지 의문을 품게 되고 고민 끝에 정말로 가고 싶은 곳을 결정합니다. 

 

 어린 시절 누구나 한번쯤은 '가출'에 대해 고민해 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꼭 나쁜 어린이여서 그렇다기 보다는 잘못을 저지르고 혼날 것이 두려워서라든지 형제와 싸웠을 때, 혹은 자신을 이해해주지 않는 가족들한테 서운해서 등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죠. 그 순간에는 우선 집을 떠나 나만의 시간을 가지고 싶기도 하고 나를 이해해줄지도 모를 '누군가'를 기대하는 마음도 있는 것 같아요. <가출 기차>는 현실과 판타지가 절묘하게 만나 어린이들의 마음 속에 억눌렸던 감정을 분출시키고 상처를 어루만져 주는 역할을 한답니다. 

 

 개인적으로는 가출 기차가 어른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다는 설정이 참 단순하면서도 가슴 깊이 와닿았어요. 세상의 모든 어른들은 아이였던 때가 있었고, 어른들에 대해 동경하는 마음과 불신과 서운함 같은 어린이의 마음으로 느꼈던 어른들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막상 어른이 되면 그 모든 기억들을 잊어버리고 아이들을 어른과 똑같이 대하는 잘못을 범하지요. 그런 이중적인 마음이 아이들의 마음을 읽지 못하는 벽이 되는 것은 아닐까 싶어요.

 

 언젠가는 우리 아이들도 알게되겠죠. 사쿠라코를 꾸중했던 엄마의 마음과 기차역에서 사쿠라코를 기다리던 엄마의 마음이 다르지 않다는 것을요. 중요한 것은 아이를 대할 때 엄마의 어린 시절은 어떠했는지, 지금 이 순간 아이의 마음으로 생각한다면 어떤 기분일지 깊이 고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아홉 살 소녀가 겪은 생애 최초의 '가출 이야기',  한편으로는 신나기도 했고 다른 한편으로는 약간 긴장하면서 읽었어요. 저도 어쩔 수 없는, 걱정이 많은 엄마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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