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서브 로사 2 - 네메시스의 팔 로마 서브 로사 2
스티븐 세일러 지음, 박웅희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10년 1월
평점 :
절판




 

그리스, 로마 시대를 빼놓고는 서양사를 논할 수 없을 만큼 로마의 영향력은 과거로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강력하다. 소설과 영화 혹은 신화와 같은 다양한 방식을 통해 로마를 접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로마에 관한 궁금증은 그칠 줄을 모른다. 저자는 역사상 가장 매력적인 시대로 손꼽히는 로마 공화정을 배경으로 '지적 추리소설' 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선보이고 있는데, 이번에는 <로마 서브 로사> 시리즈의 두 번째 이야기다.
 

 1편에서 키케로를 도와 존속살인 사건을 해결한 고르디아누스는 키케로의 소개를 받은 새로운 의뢰인을 만나게 된다. 뚜렷한 이유도 알지못한 채 호사스런 에스코트를 받으며 로마를 벗어난 고르디아누스는 자신이 해결해야 할 일이 로마 제일의 갑부 크라수스와 관련된 사건임을 추리해 낸다. 크라수스는 자신의 별장을 돌보던 귀족이 살해되자 사건 당일 도망친 두 명의 노예를 범인으로 지목하고, 오래된 관례대로 100여명이나 되는 별장의 모든 노예들을 죽이기로 결정한 것이다.

 

 크라수스는 돈과 권력을 위해서라면 양심과 도덕까지 내팽개칠 만큼 냉정한 인물이다. 로마 시내에서 화재가 일어 났을 때 조차 잿더미가 되기 직전의 저택을 헐값에 구입하려고 뛰어다닐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좀 다르다. 아무리 노예들이지만 100명의 목숨을 하찮게 여겨도 좋을 만큼 가치있는 것이 있긴 한 것인지. 망자의 유족조차도 크라수스의 잔인한 결정을 말리고 있지만 크라수스의 고집은 꺽일 줄 모른다. 노예들을 처형하는 대규모 행사를 통해 그가 얻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더듬이 고르디아누스는 살인 사건의 이면에 숨겨진 추악함을 밝혀내기위해 혼신을 다한다. 

 

 모든 사건에는 원인과 결과가 있는 것 처럼 살인 사건에도 반드시 동기가 있고 과정이 있기 마련이다. 다시말해 전혀 상관없는 것처럼 보이는 현상들이라고 해도 연관성만 찾을 수 있다면 최종적으로 조합하는 것은 쉬운 일이 된다. 그렇다고 심증만 가지고는 크라수스를 설득할 수가 없다. 고르디아누스에게는 확실한 증거가 필요했다. 사건의 진실에 가까워질수록 고르디아누스의 목숨 또한 위태로워지고, 겉으로는 고상한 척 하지만 탐욕과 야망으로 가득 찬 귀족들의 모습에 당황하게 된다.  

 

 당시 로마는 영토를 확장하는 과정에서 숱한 전쟁을 치렀을 테고 축적된 부로 필요한 노예들을 얼마든지 살 수도 있었다. 이 책에서도 역사적으로 유명한 '스파르타쿠스 반란'을 배경으로 사치와 향락에 젖은 귀족과 노예들의 비참한 처지가 선명하게 대비를 이룬다. 언젠가 로마의 멸망에 대해 타락한 정치인나, 부패한 귀족과 함께 사회를 이끌어가는 핵심적인 부분에 있어서 노예들에게 너무 의지했기 때문이라는 평가를 읽은 적이 있다. 그만큼 로마와 노예제는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인 것이다. 물론 어느 시대, 어느 나라든지 노예제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나 하늘 아래 평등해야 할 인간들을 계급으로 나누는 것도 부족해서 소유물로 취급했던 사실은 인류의 역사를 통틀어 크나 큰 손실이자 오점이 아닐 수 없다.

 

 잘 짜여진 구성탓인지 1편과 마찬가지로 정말 빨리 읽힌다. 개인적으로는 사건의 해결 만큼이나 고르디아누스의 개인사에도 관심이 간다. 우연한 기회에 아들로 삼게 된 벙어리 에코가 어떤 모습으로 자랄지도 궁금하고 자신의 노예인 베테스다를 사랑하게 되고 꼼짝 못하는 상황도 재미있다. 죽을 뻔한 위기를 몇 차례 겪고 나면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달라지게 마련인 법. 이젠 그가 한 곳에 정착해서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보고 싶다가도 탐정으로서 이전보다 노련해진 모습이 기대되기도 한다.    

 

 

"또 다른 위기가 찾아오는구나." 

나는 불현듯 두려움을 느끼며 중얼거렸다. 그러나 다음 순간 가슴이 한껏 벅차올랐다. 

"또 다른 이야기가 시작되는구나. " (p.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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