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서브 로사 1 - 로마인의 피 로마 서브 로사 1
스티븐 세일러 지음, 박웅희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오늘날 서양 문화의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면 그리스, 로마 시대의 영향을 받지 않은 부분이 없을 정도로 로마 시대가 서양사에 미치는 영향력은 엄청나다. 한 때,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 라는 말을 만들어 낼 만큼 제국의 영광은 화려하고도 찬란했던 것이다. 당시 로마에는 어떤 일이 있었을까, 로마를 받쳐주던 힘은 무엇이고 로마를 이끌었던 이들은 누구일까? 어쩜 반짝이는 물건에 대해 호기심을 가지는 단순함이라고 해도 좋다. 어쨌거나 로마는 주목받을 만한 가치가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관심을 가진다는 것이 반드시 인문학적인 지식과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해야만 할 것 같다. 신화를 제대로 읽는 것도 그렇고 로마사를 알기 위해 <로마인 이야기> 같은 책을 읽는 것도 정말 쉽지 않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러고보니 로마에 대해 가장 많은 것들을 보여주고 가르쳐 준 것은 바로 영화다. ^^; 로마인의 모습, 생각, 행동, 역사적 사건들... 언젠가는 제대로 배우는 날이 오기를 바라지만 당장은 다양한 관점의 역사 안내서와 영화, 팩션에 만족한다. 로마의 영광은 어떻게 표현되는가에 상관없이 본질은 그대로일테니 말이다. 

 

 <로마인의 피> 이 책은 '로마 서브 로사 시리즈'의 첫 작품으로 로마 시대를 배경으로 한 팩션이자 추리소설이다. 당시 로마는 독재자 술라의 영향력 아래 있던 때였고, 정치가이자 문장가로 유명한 키케로가 무명이던 시절 그의 이름을 처음으로 알리게 된 살인사건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키케로는 존속살인 사건의 용의자를 변호하기위해 세부적인 증거자료가 필요했고 고르디아누스에게 그 임무를 부탁하게 된 것이다.

 

 주인공이면서 화자인 고르디아누스는 평민으로 요즘으로 치면 사설탐정 쯤 된다고 생각하면 좋겠다. '더듬이'라는 별명에 어울리게 관찰력이 뛰어나고 사건의 개연성을 추리해내는 능력이 탁월하다. 직업의 특성상 합리적이면 냉철한 사고를 하지만 귀족들에게 굽신거려 돈과 명예를 탐하지도 않을 뿐더러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이나 노예들에게는 따뜻함을 베푸는 인물로 그려지고 있다. 독자적인 조사를 벌이던 고르디아누스는 몇 번이나 죽을 고비를 넘겨야만 했고, 자신이 수집한 증거들이 술라의 측근을 향하고 있다는 사실에 당혹스러워 한다.  

 

 흔히 로마를 떠올리면 성스럽고도 화려한 문화를 먼저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권력을 둘러싼 보이지 않는 암투와 타락한 귀족들, 원로들까지 참으로 복잡하다. 아무도 선듯 나서지 못했던 사건에 뛰어든 키케로의 경우도 정의를 수호하고자 하는 마음과 성공적인 정계 입문을 바라는 야심, 두 가지 생각이 공존했었음을 숨기지 않고 있어 씁쓸함과 현실성을 동시에 느끼게 해준다. 후반부 재판이 벌어지는 장면에는 양측의 변론이 팽패하게 맞서면서 긴장감을 끌어올리는 한편, 반전에 반전으로 결말을 마무리 함으로써 탄탄한 구성을 보여준다.

 

 저자인 스티븐 세일러는 어려서 부터 로마를 배경으로 한 영화를 보고 자랐고 그리스, 로마 고전을 전공했을 뿐 아니라 평생 로마를 사랑하고 연구해 왔다고 한다. '로마 서브 로사'는 작가가 로마에 대해 얼마나 애착을 가지고 있는지를 보여줄 뿐만 아니라 '장미 아래' 라는 뜻이 의마하는 것 처럼 로마의 이면을 독자들에게 알려주려는 노력에서 탄생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처음 책을 펼칠때만 해도 이미 퍼지기 시작한 입소문과 시리즈의 대장정에 첫발을 내딛는다는 흥분으로 들떠있었는데 책을 내려놓고 나니 기분이 정말 상쾌하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