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파이어 아카데미>를 검색하면 너나없이 '트와일라잇 시리즈'와 비교한 내용이 많은 것 같아서 가급적이면 언급하지 말아야지 다짐했건만 그 결심을 도저히 지키지 못할 것 같다. 그러고보니 '트와일라잇 시리즈'의 1권을 처음 읽은지가 작년 이맘때이다. 처음엔 시시한 하이틴 로멘스 판타지에 빠져드는 나 자신이 부끄러워 어디가서 말도 못하고 자책감에 괴로워하기까지 했는데 의외로 주위에서 평이 괜찮아 어깨를 펴고 다니기 시작했던 기억이 난다. '트와일라잇 시리즈'가 출판과 영화에 성공을 거둔 이후 뱀파이어 붐이라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문학, 영화, 미드를 통틀어 뱀파이어들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패션이나 소품에만 유행이 있는 것이 아니라 문화 전반에 걸쳐서도 '유행'이라는 것이 있긴 한가보다. 불멸의 삶, 치명적인 아름다움, 강력한 파워 등 그들이 가진 것은 무엇이든 충분히 매력적이다. 그동안 뱀파이어를 소재로 한 책을 많이 보아왔음에도 마음가는 책이 없었는데 <뱀파이어 아카데미> 만큼은 달랐다. 표지의 분위기도 낯익고 로맨스에 포커스를 맞추었다는 점도 비슷하다. 어쩜 흥행한 스토리에 묻어가는 책이 될 수도 있겠지만 괜시리 비교해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는 것 같다. 최근들어 문학 작품을 통해 새롭게 탄생되는 뱀파이어들은 기존의 특성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저마다 색다른 면을 보여준다. 이 책에서도 뱀파이어의 가장 큰 특징인 흡혈은 그대로 가져오지만 불멸이라는 부분에서는 조금 다른 방향으로 전개된다. 모로이라 불리는 뱀파이어 종족은 혈통과 가문을 중요시하는 나름의 체계를 가지고 있으면서 자원하여 피를 제공하는 인간들을 흡혈하면서 살아간다. 하지만 모로이의 피를 노리는 스트리고이의 공격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한편, 반은 인간이면서 반은 모로이인 댐퍼들은 자신들의 종족을 보존하기위해 모로이를 수호하는 임무를 자청한다. '뱀파이어 아카데미'는 모로이들에게는 자긍심을 댐퍼들에게는 수호인으로서의 능력을 배우는 곳이다. 스트리고이의 힘이 강해지면서 모로이의 수가 점차 줄어들고 있는 상황인데도 모로이들 사이에서는 권력을 노리는 이들로 어수선한 상황이 생긴다. 주인공 로즈는 자신이 지켜야 하는 모로이 왕녀 리사를 위해 어떤 일이든 할 준비가 되어있지만 자신을 가르치던 스승에게 마음이 흔들린다. 리사도 왕녀로서의 부담감과 자신이 가진 특별한 능력으로 인해 정신이 피폐해 지는데... 가장 안전해야할 아카데미 내에서 조차 모로이의 생명이 위협받게 된다. 아카데미라는 공간적 특성 때문인지 핵심적인 주인공 외에 등장인물들이 많다. 그들이 단지 뱀파이어라는 사실만 제외하면 인간 세상과 다를 것이 없을 정도로 탐욕이 넘쳐나고 상대를 기만하는가 하면 로맨틱 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한다. 시리즈의 첫 작품이어서 그런지 큰 사건 하나는 대략 봉합이 된 것 같은데, 등장인물에 대해 파악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고 기대했던 러브 스토리는 시작하는가 싶더니 끝나 버렸다. 마무리 되었던 사건도 언제든지 다시 불어질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었고 말이다. 아직은 단정짓기 힘들지만 '트와일라잇'과는 확실히 다른 리첼 미드 만의 개성있는 뱀파이어 세계를 만들어 내는데는 확실히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