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키우는 성장소설 - 성장기 소년.소녀들의 때 묻지 않고 순수한 아름다움
김유정 외 지음 / 꿈꾸는사람들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입장에서 하루하루 고민이 끊일 날이 없다. 조금씩 자라나는 아이의 키 만큼이나 내적인 면을 채워주고 다듬어 주는 일도 중요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어린 시절 잠시 고생하면 성인이 되어서 편한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란 생각에, 무한경쟁에서 살아남아야만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으니 어쩔 수 없다는 생각과 주기적으로 갈등해야만 한다. 아이를 가르치는 위치에 있는 지인들이 심각하게 걱정하는 부분도 성적과 인성의 불균형이 심한 아이들이 미래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하는 것이다. 

 

 "요즘 아이들은 폭군이다. 부모나 선생님 연장자에게 말대꾸를 할 뿐만 아니라 사치품들을 사내라고 하질 않나 음식도 게걸스럽게 먹어대고 끊임없이 떠들어대는데다가 자신들을 나무라는 사람들은 비웃는다." 어쩜 요즘 아이들의 모습을 이렇게나 잘 설명하고 있단 말인가! 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말은 기원전 5세기에 소크라테스가 했던 말이다. 이처럼 세상의 모든 선배들은 후배들이 어설퍼 보이고 어른들의 눈에 아이들이란 늘 말썽꾸러기로 보이는 것이다.

 

 언젠가 육아서에서 읽은 내용 중에서 아이들의 거짓말은 순간을 모면하려는 핑계일수도 있지만, 믿고 싶은 것을 생각하다보면 마치 그것이 사실인양 뇌에서 인식하게 되고 말로 나오기 때문이라고 한다. 아이들이 아무리 영악해졌다고 하여도 아이들은 아이들이다. 돌이켜 보면 내 어린 시절도 마찬가지였다. 만약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간다면 기억 속의 내 모습을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바꿀만큼 씩씩한 소녀가 될 수 있을텐데 그땐 왜 그렇게 수줍고 소심하기만 했는지. 낡은 앨범을 뒤적거리며 과거를 회상하다보면 어느새 책을 좋아하던 한 소녀가 떠오르고 소녀의 감성을 채워주었던 보석 같은 책들이 있어 행복했던 순간이 떠오른다. 

 

 <마음을 키우는 성장소설> 이 책에는 황순원의 <소나기> <별>, 김유정의 <동백꽃> <봄봄>,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 주요섭의 <사랑 손님과 어머니> 등 총 6편의 한국 단편이 실려있다. 여기에 실린 작품들은 한국 문학에 굵은 획을 그었다고 표현해도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가치를 지니며 수많은 작품에 영향을 미치거나 드라마, 영화 등 문화 산업에 패러디 되기도 했다. '성장소설' 이라는 제목에 걸맞게 풋풋한 첫사랑이나 누이와 어머니, 그리고 어린 아이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어른들의 세계에 대해 서술하고 있다. 

 

 한국 현대문학을 읽다보면 가장 맘에 드는 부분이 산업화 직전의 순수함을 간직한 주인공들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현대문학이 쏟아져 나오던 시대만큼 국어의 아름다움을 극대화시킨 때가 없다는 점인데 세밀한 묘사와 시적인 문구, 구어체, 노골적이지 않은데도 충분히 감각적인 표현 거기다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구수한 사투리다. 오늘날 미디어의 발달과 현대화된 사회에서는 표준어 사용만을 강요하고 있지만 사투리도 일종의 문화이고 문화의 발달은 획일성이 아닌 다양함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아이들의 인성을 키우는데 있어서 문학작품 보다 좋은 것은 없다는 것 모두가 공감하는 부분일 것이다. 이 책에 소개된 책들은 내 아이에게 가장 먼저 읽어주고 싶었던 한국 단편이다. 지금까지는 각각의 작품들이 '성장소설'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는데 한 곳에 모아놓으니 그 이유를 알 것 같다. 개인적으로 성장소설을 참 좋아한다. 힘이 들 때마다 성장소설을 읽으면 어느새 주인공과 함께 훌쩍 커있는 내 모습을 발견하게 되기 때문이다. 마음을 키우는 성장소설, 덜 자란 어른도 개구쟁이 아이도 함께 읽는 책이다. 오늘은 얼마나 컸을까? '마음의 넓이는 재는 자' 라도 있었으면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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