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맨
크리스토퍼 이셔우드 지음, 조동섭 옮김 / 그책 / 200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나의 하루'라는 제목으로 하루 종일 일어난 일들을 세세한 부분까지 글로 쓴다면 어떤 일들을 적게 될까 생각해 보았다. 아침에 일어나서 한바탕 소동을 벌이면서 집을 나서고 남편과 함께 출근하는 차안에서 화장을 마무리 하고 사무실에서 하루 업무를 점검하고 당일 스케줄에 따라 서류를 작성하고 마감을 한다. 귀가 후엔 아이의 하루를 점검하고 저녁을 먹고 최근에 헬스를 시작했으니 운동도 끼워넣어야 겠다. 다시 집으로 돌아와 아이를 재우고 책을 읽다고 잠들고... 주말이나 특별한 날을 제외하고는 항상 비슷한 일상이다. 뭐야? 아무 생각없이 살때는 몰랐는데 막상 적어 놓고 보니 너무 재미없잖아! 한때는 나의 하루가 소설같이 흘러간다고 생각했던 적도 있었는데 생각을 접어야 겠다. ^^;;

 

 <싱글맨> 이 책은 한 남자의 하루 일과가 소설 한 권인 책이다. 주인공 조지는 대학에서 강의를 하는 50대 후반의 평범한 남자다. 아침에 일어나서 출근 준비를 하고 강의를 하고 친구를 만나고 헬스 클럽에서 운동도 한다. 지인의 병문안을 가기도 하고 저녁엔 술을 마시고 만취한 상태에서 무모한 행동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여기까지도 보통의 사람들과 크게 다르다고는 할 수 없는 부분이다. 그의 일상이 보통 보통 사람들과 다른 것은 겉으로는 멀쩡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교통사고로 잃은 상처로 인해 매 순간 깊은 상실감에 사로잡혀 있다는 사실 바로 그 점이다.  

 

 그런데 조지가 사랑했던 사람, 조지에게 지독한 고독과 상실감을 안겨 준 사람은 짐이라는 이름을 가진 남자다. 단지 혼자 사는 남자라는 것 외에는 엄청난 사건이나 반전이 있는 내용은 아니지만 이 책이 처음 출간된 시점이 1960대라는 점을 떠올린다면 당시로서는 매우 파격적인 내용이 아닐 수 없다. 놀라운 것은 크리스토퍼 이셔우드라는 작가 자신이 서른 살 이상 차이나는 사람과 삼십 년 이상의 연인관계를 가졌던 동성애자라는 사실이다. 때문에 조지라는 인물은 작가 자신의 모습이며 이웃들의 편견은 당시 동성애자를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이유로 이 책이 동성애자들의 권리를 주장하는데 크게 기여한 책이라고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한 인간의 상처와 상실감, 치유에 관한 내용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사람은 나이와 지위, 환경에 상관없이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고 사랑하는 이를 잃는 것 보다 더한 상처는 없다. 한 남자의 생활 속에 드리워진 깊은 고독을 통해 문득 나의 일상이 주인공과 다를 것이 무언인가 싶어 화들짝 놀라게 된다. 친구들이랑 전화해서 수다를 떨다보면 "사는 게 다 그렇지 뭐." 라는 이야기로 마무리 짓곤 하는데 무심코 내뱉는 그 말처럼 어쩜 대부분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은 큰 틀안에서 벗어나지 않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누군가에겐 더 없이 귀하고 소중한 시간들을 덧없이 보내고 있는지는 않은지 스스로를 돌아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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