셸터 - 집으로 쓴 시!, 건축 본능을 일깨우는 손수 지은 집 개론서 로이드 칸의 셸터 시리즈 1
로이드 칸 지음, 이한중 옮김 / 시골생활(도솔)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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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엔 유명 배우라면 꼭 찍어야 하는 광고가 '아파트 CF'라고 한다. '당신이 살고 있는 곳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말해 준다.' 라든지 '어느 아파트에 살고 있어서 참 행복하다' 라는 이 비슷한 광고가 넘쳐나면서 아이들 사이에서도 아빠가 어떤 자동차를 타고 다니는지 만큼이나 아파트 브랜드가 중요해 졌다고 한다. 실제로 최근에 연말 모임에 갔더니 초등 5학년인 뉘집 딸아이가 그러더란다. "우리반 누구는 주택에 살아~ 정말 웃기지?" 라고 말이다. 어릴 때 부터 대단위 아파트 단지에서 생활해 온 아이들인지라 '집=아파트' 라고 생각하는 것이 당연하다 싶으면서도 왠지모를 씁쓸한 기분이 드는 것은 어쩔수가 없었다.
 

 <셸터>는 '집'이란 무엇인가 하는 원론적인 질문에 대해 그리고 직접 집을 짓는다는 것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책이다. 우선 셸터 shelter란 비바람이나 햇볕 등을 막아주는 임시 주거형태를 말하는데 이 책에서는 사람이 짓고 사는 포괄적인 건축물을 의미한다. 고대로 거슬러 올라가 동굴에서부터 오두막, 천막, 통나무집, 건초집, 목조건물 등 주거 형태별로 건축의 역사가 한 눈에 들어온다. 인류가 살아온 방식이 그러하듯 건축에 있어서도 주변에서 구하기 쉬운 재료와 기후같은 환경적인 특징에 영향을 많이 받는 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건축을 통해 각대륙의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솔직히 처음엔 집을 직접 짓고자 하는 이들에게 현실적인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가지고 읽었는데, 지금 당장 집을 지을 수 있는 땅이 있다고 해도 이 책만 가지고 집을 지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다시말해서 실용서라기 보다는 '손수 지은 집 개론'이라고 생각하면 좋겠다. 1973년도에 첫출간된 책이라지만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건축의 역사와 문화에 중점을 두고 읽어서인지 시대에 뒤떨어졌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단지 건축 재료나 기타 비용에 관한 부분에 대해서는 주의할 필요가 있겠다. 

 

 내용면에서 추가적으로 바라는 것이 있다면 굳이 '손수 짓는 집'이 아니더라도 친환경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집을 꾸밀 수 있는 노하우를 좀 더 알려주었더라면 하는 생각이다. 책의 저자처럼 직접 망치들고 못질하면서 내 집을 지을 형편이 못되는 나로서는 전원주택을 지을 때 건축하는 분들께 꼭 요구해야 할 사항이나 주의점에 대해서도 궁금하고, 태양열을 이용한 집의 경우 실용화가 된지는 꽤 된 것 같은데도 보편화되지는 않은 것 같아 그 이유가 무엇이고 보완되어야 할 것은 무엇인지등에 대한 의견도 궁금하다. 그리고 손수 집을 짓는 집이 당장에는 엄두가 나지 않을지 몰라도 목공일 정도는 배워두면 확실히 유용할 것 같다.  

 

 시대에 따라서 집에 대한 개념이 많이 변화해 왔다. 오늘날 도시 생활에서는 비바람 막아주고 짐승이나 해충들로부터 보호받는 주거 개념은 찾아 보기 어렵다. 내집을 마련하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맬 때는 집값 폭등에대해 정치인들을 욕하고 투기꾼을 욕하지만 막상 집을 소유하는 순간 값이 올랐으면 하고 바라는 것은 누구나 공통된 마음일 것이다. 매달 적지 않은 금액이 대출금으로 지출되는 것을 떠올릴 때, 그 금액이 경제활동으로 이어진다면 참 좋을텐데 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통해 주거공간이 본래의 의미에만 충실해지는 사회가 되기를, 하루 일과를 마치고 편히 쉴 곳이 되는 본래 의미로 자리잡는 사회가 되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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