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좋은 사람
줌파 라히리 지음, 박상미 옮김 / 마음산책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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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좋은 사람' 이라는 제목에서 풍기는 뉘앙스가 '상실감' 이라고 한다면 민감한 티를 내는 것일까? 한동안 연락이 끊겼던 친구나 메일만 주고 받던 업체 직원이랑 오랜만에 통화할 일이 생겼을 때의 특정 상황이 떠오른다. 초반 어색한 대화 속에서 빠지지 않는 것이 잘 지냈느냐는 인사와 '늘 그렇죠' 혹은 '그저 그래~' 라는 대답, 그래서인지 '그저' 라는 단어는 최악의 상황만 피했을 뿐 참으로 쓸쓸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그 좋은 사람> 이 책은 퓰리처 수상작가 줌파 라히리의 단편 소설집으로 다섯 편의 단편과 한 편의 중편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가족을 중심으로 전개된다는 점, 이민자로서 살아가기 위한 치열함과 고단함이 느껴진다는 점에서 서로 비슷한 색깔을 가지고 있다. 반면에 각각의 작품 속 주인공들을 한 사람의 인간으로 봤을 때, 낯선 문화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겪어야 했던 정체성의 혼란과 고독감 등이 작품 속에 잘 녹아있다.

 

 특히 이민 2세대의 경우는 부모 세대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가장 큰 고민이었다. 좋은 대학에 들어가서 인정받는 직업을 구하는 것은 개인적인 성공을 뜻함과 동시에 부모들의 대리 만족과도 이어져 있었던 것이다. 인도의 중,상류층 가정에서는 전통을 배척하고 철저하게 미국적인 생활을 추구하려는 노력이 있었다. 하지만 막상 자식들의 혼사에 있어서는 반드시 인도인이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모순을 보여 세대간의 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어느 시대든 어느 나라의 사람이든 고향을 떠나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는 것이 쉽지 만은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유독 인도와 인도인이 등장하는 소설을 읽을 때면 왠지 모르게 우리와 많이 닮았다는 생각을 한다. 특히 미국에 대한 동경과 이민자들의 삶을 그린 점에서 과거 우리 역사와 오버랩되는 점이 그런 것 같다. 이처럼 문학을 통해 인도라는 나라를 조금씩 알아가는 것도 무척이나 흥미롭다.


 특히 이번 작품의 경우는 깊이 있는 주제와 특정 시대의 분위기나 사회적 현상의 사실적인 묘사, 아픔을 통해 성숙하는 인간의 모습 그리고 가족이야기를 감동적으로 담아냈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한다. 가족은 심적으로 가장 가까운 존재이며 힘들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때론 남보다 더 깊은 상처를 주거나 갈등을 빚는 사람들이기도 하다. 그런 민감한 부분들을 작품 속에서 자연스럽게 그려낸 점이 인상적이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그저 좋은 작품' 이라는 말로는 부족한 '정말 괜찮은 작품' 이다.   

 

 인도 소설을 이야기 할 때면 비카스 스와루프의 <Q&A>를 빼놓을 수 없겠지만 <그저 좋은 사람>을 읽는 동안은 키란 데사이의 장편 <상실의 상속>이 계속 떠올랐다. 인도의 하층민과 상류층을 비롯해 미국으로 이주한 사람들의 삶을 다루었다는 점, 키란 데사이와 줌파 라히리 두 작가 모두 여류 작가인데다 수상경력이 화려한 것도 빼놓을 수 없겠다. 인도 출신 작가와 인도를 배경으로 한 작품에 관심있는 독자라면 함께 읽으면 좋을 책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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