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정론 - 세기를 뛰어넘는 위대한 이인자론
발데사르 카스틸리오네 지음, 신승미 옮김 / 북스토리 / 200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고용이 불안정해 지자 하루 하루 살아가는 것이 살얼음판을 걷는 것 같다고 말하는 직장인들이 많다. 너와 내가 함께 잘 사는 세상이라면 가장 이상적이겠지만 요즘에는 경쟁에서 이겨야만 '살아남는' 시대가 되었다. 출판계도 이를 뒷받침 하듯 취업준비를 하는 이들이나 직장인들을 위한 처세술 관련 책이나 자기계발서가 끊임없이 출간되고 있다. 그런데 역사를 뒤돌아 보면 인간관계가 빚어내는 갈등과 암투가 가장 심한 곳이 바로 궁정이다. 군주를 보필하며 역사를 만들었던 사람들, 궁정에서 살아남은 그들은 과연 어떠한 철학과 처세술을 가지고 있었는지 너무나 궁금하다.   

 

 <궁정론> 이 책은 궁정인이었던 발데사르 카스틸리오네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여 이상적인 궁정인의 자세를 기록한 책이다. 책의 배경은 16세기 이탈리아의 우르비노 궁정으로 당시 궁정의 귀족들은 저녁 식사 후 공작부인의 방에 모여 음악과 춤을 즐기거나 담소를 나누기도 하였다. 그날도 공작부인을 중심으로 궁정인들이 한자리에 모인 가운데 '이상적인 궁정인의 자세'에 대해 각자 의견을 말하기로 한다. 토론 형식으로 진행되다보니 약간의 긴장감도 도는 것이 의외로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었다.  

 

 예를들면 누군가가 궁정인은 훌륭한 가문을 자랑하는 귀족 집안 출신이어야 한다고 의견을 제시하고 설명을 하면 다른 사람은 꼭 그렇지만은 않다며 반론을 제기한다. 어떤 이는 이상적인 궁정인이라면 음악을 이해할줄도 알아야 하고 특정 악기를 다룰줄도 알아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다른 이는 음악은 나약한 사람들이나 좋아하는 것이라며 반박하는 식이다. 이렇게 서로 의견을 주고 받으며 이상적인 궁정인의 모습을 조금씩 다듬어 가는 것이다.

 

 이상적인 궁정인이라면 사람을 대하는 처세술도 남달라야 하고 음악, 춤, 미술, 외모, 심지어는 유머까지 어느것 하나 부족함이 없는 성품을 가져야 한다. 군주를 제대로 보필할 수 있는 정치력은 가장 기본적인 요구 사항이다. 결국은 이 모든 것을 두루 갖춘 궁정인은 있을 수 없으며, 만약 가능하다면 군주가 되어야 할 것이라는 의견까지 나오게 된다. 그리고 궁중의 여인들이 갖추어야 할 자세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는데 이 또한 이상적이라는 의견과 지나치다는 주장이 맞서기도 한다.   

 

 문득 인간이 일평생 습득하고 정립할 수 있는 지식의 범위는 어디까지인가, 라는 생각이 든다. 책 읽는 내내 저자의 박학다식함에 감탄할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 자신이 완벽한 궁정인이기를 원했고, 또한 그런 삶을 살았기 때문인지 세세한 부분까지 꼼꼼하게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이 출간된 후 유럽의 상류사회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과 현재에 이르러서도 르네상스를 이해할 수 있는 귀중한 자료가 된다는 사실에 깊이 공감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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