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낭소리
인디스토리 엮음 / 링거스그룹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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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사람이 살아가는데 불확실성이란 것이 존재하는 것 처럼 보편적인 기대와는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올 때, 뒤늦게 원인과 결과를 규명하려는 노력들이, 그런 현상이 참으로 흥미롭다. 헐리웃의 영화들처럼 국내 영화 시장에서도 제작사와 감독, 배우라는 삼 박자가 어우러진 블록버스터급 영화가 제작되기 시작한지 꽤 되었고 한국영화가 예매순위를 점령한 때에도 저예산 영화나 독립영화는 개봉관조차 잡지 못하는 현실을 겪곤 했다.

 

 영화 <워낭소리>의 경우도 제작 당시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수많은 독립영화들 중 한 편에 불과했다. 심지어는 왠 생뚱맞은 소리냐고, 세상과 타협하려는 자세가 부족한 감독의 고집이 또 시작되었구나 하는 시선으로 비춰졌던 영화였다. 하지만 개봉 직후 부터 꾸준한 입소문으로 독립영화 기록이라는 5만 관객을 가뿐히 넘어 서서 마침내 300만이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우게 된다. 그 누구도 감히 상상하지 못했던 결과였다. 죽을 각오로 만들었다는 감독 자신조차도 그 정도일줄은 몰랐다고 하니 정말 놀라운 결과였던 것이다.  

 

 내 아이의 경우는 소를 직접 보는 것만도 신기해 하는 세대이나 70대이신 아버지는 어린 시절 소꼴을 먹이며 하루를 보내신 기억을 가지고 있는 세대다. 농경 민족에게있어서 소는 재산 목록의 윗부분을 차지하는 가치를 지녔을 뿐만 아니라 노동을 함께 한다는 점에서 다른 가축과도 구분되는 위치에 있었다. 예전에는 어린 송아지를 데려다가 늙을 때까지 함께 사는 경우가 흔했고 죽으면 고기를 팔지 않고 땅에 묻어주거나 동네 사람들에게 내어주곤 했다고 하는데, 궁핍했던 시절에도 소와 각별한 인연을 나누는 이들이 있었던 것이다.

 

 책의 내용은 영화에 대한 메이킹 필름이자 비하인드 스토리인 만큼 영화의 감동을 뒤로하고 보다 현실적인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구상단계의 어려움, 제작비 마련을 위해 동분서주 했던 일, 현실적으로 계속 상주할 수가 없다보니 젊은 소가 새끼를 낳는 장면이나 축사가 무너지는 장면 등 원하는 장면을 찍지 못했던 것에 대한 아쉬움도 공감이 갔다. 하지만 쇼킹한 발언도 있다. 처음에 촬영을 시작할 때만 해도 너무나 늙고 힘없는 소라서 과연 필름의 분량을 채울 수나 있을까 걱정했다가 생각보다 촬영기간이 길어지니 나중엔 왜 빨리 죽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하니 너무한다 싶다가도 한편으로는 이해가 되는 부분이기도 했다. 

 

 "어쩌면 지금 이 순간 우리가 이별하는 모든 것들은 썩어서 다시 나무로 꽃으로 태어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생명 있는 모든 것은 저물어갈 수밖에 없다는 게 자연의 일이라면 생이 다해도 관계는 끝나지 않는다는 것 또한 자연의 일일 것이다. (p.43)"

 

 연로하신 노부부와 평균 수명을 훌쩍 넘긴 늙은 소의 이야기~ 스토리가 정해진 것도 아니고 일상을 카메라에 담은 다큐멘터리 형식이어서 더욱 가슴에 와닿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인간과 짐승의 교감을 비롯해서 할아버지와 소, 할머니 사이에 존재하는 관계의 의미, 존중과 배려 그리고 정, 무엇보다 삶과 죽음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가끔씩 우리의 삶 자체가 영화의 한 장면 같다는 상상을 많이 하는데 이 영화의 경우가 정말 그렇다. 비록 영화가 대박난 이후 잡음도 많았고 할아버지, 할머니의 생활도 전과 같지는 않겠지만 영화를 통해 느꼈던 감동 만큼은 그 모든 것과 비교될 수 없을 만큼 값지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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