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는 그대로가 아름답습니다 이철수의 나뭇잎 편지 4
이철수 지음 / 삼인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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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아 있다는 것은 놀랍고 고마운 일입니다. (중략) 초라해도 소중한 게 생명입니다. 누구나 내가 소중하다 하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생명을 이어가는 일은 그 자체로 소중한 일이지요. 사랑이 고귀한 일이라 하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서른 중반에 접어든 지금도 잘 모르겠다. 도대체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 누군가 말하기를 산다는 것은 고행이라고 하던데 정말로 궁금하다. 못살겠다고 난리를 치면서도 시간이 지나면 다시 부둥켜 안고 웃기도 하고 돌아서면 다시 의기소침해 지는 등 갈대처럼 갈팡질팡 하면서 그렇게 사는것이 인생일까. 이유가 무엇이든 어쨌거나 삶은 소중하다. 서문만으로 이미 책 한권을 모두 읽은듯한 느낌이 들만큼 가슴이 뭉클해져 온다.  


  겨울엔 추워서 못살겠다. 여름엔 더워서 못살겠다. 이것은 이래서, 거것은 저래서...  좀 있으면 낙엽이 본격적으로 떨어질 텐데 어떤 이들은 낙엽이 운치있어 좋다고 하는 반면에 어떤 사람들은 미관상 지저분하다며 환경미화원들을 탓한다고 한다. 저마다 보는 시각이 다르고, 느낌이 다르니 누가 옳다 그르다고 단정짓기는 힘들겠지만 살아가면서 누구나 한순간 짚신장수도 되고 우산장수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모든 것은 마음에 달렸나니 긍정적인 마음만 먹는다면 누구의 입장이 되든 기분좋게 웃을 수 있으리라.


<있는 그대로가 아름답습니다> 내가 가장 좋아하고, 즐겨 써먹는 문구가 바로 이 책의 제목이다. 사람은 저마다 타고나는 성격이 있고, 자라면서 형성되는 부분도 있고, 은사나 친구 혹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노력으로 바뀌는 면도 있겠지만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데는 이유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있는 그대로, 그 모습 그대로를 사랑하는 것보다 진실된 마음은 없다고 생각한다. 


 표지를 장식한 여인의 모습도 얼핏보면 밥 짓다 부엌문으로 고개를 내민 평범한 시골 아낙처럼 보일테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단아한 모습이 내 어머니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어디에 있든, 무엇을 하든지 내 마음이 향하는 그 곳. 세상의 모든 생명을 품어주실만큼 넓은 마음을 가지신 분이다. 전체적으로 책의 제목과 표지, 내용이 너무나 잘 맞아떨어지는 것 같다. 특히 선과 여백이 살아있고, 간결함과 절제미가 엿보이는등 한국적인 아름다움이 돋보이는 판화집이다. 
     


 고백하자면 이철수라는 판화가를 처음 알게 되었다. '민중판화가'라는 소개도 좀 낯설고 말이다. 하지만 작품 하나하나는 어디서 본듯 친숙하고, 정갈한 문장도 가슴 깊이 와닿는다. 햇살이 잘 드는 시골집 툇마루에 앉아 계절의 변화에 따라 변하는 논밭의 풍경을 그려낸 것처럼 향수가 느껴진다. 이따끔씩 서민들의 현실에 대해 언급한 부분이나 사회, 정치를 꼬집는듯한 글을 보면서 가슴이 후련해지기도 했지만 역시나 삶의 소중함과 따스함을 그린 글들이 기억에 오래 남는다. 


거기도 눈 오나? 어머니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한밤인데.
여기는 눈 온다. 첫눈이다. 
꽤 많이 온다. 거기도 눈 오나 싶어서...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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