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그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 이호백 아저씨의 이야기 그림책
이호백 글 그림 / 재미마주 / 200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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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엄마가 외출하시고 집안에 아무도 없으면 언니들과 눈을 찡긋 거리며 속으로 환호성을 지르곤 했지요. 특별히 나쁜 짓을 한다는 생각없이 엄마의 화장대를 뒤져 입술도 발라보고 장농을 뒤져 머플러를 두르고 긴 치마도 입어보는 등 우스꽝스러운 행동을 했었어요. 엄마가 오실 시간이 되면 모든 것을 정리했다고, 완벽하다고 자신했지만 늘 들키곤 했어요. 엄마는 저희들의 행동을 나무라시기 보다 늘 미소 띤 표정으로 넘어가 주셨어요. 엄마는 어떻게 우리가 했던 것을 모두 알고 계시는 것인지. 그땐 너무나 궁금했답니다. 

 

 아파트 베란다에 토끼 한 마리가 보이네요. 식구들은 모두 여행을 떠났는지 아무도 없어요. 토끼는 베란다 문을 열고 슬그머니 집 안으로 들어옵니다. 냉장고를 열어 밤참을 챙겨먹고 간식을 먹으면서 비디오를 봅니다. 주인 아주머니의 화장대에 올라가 화장도 해보고 막내의 돌복도 걸쳐봅니다. 서재에서 아저씨의 책도 읽고, 아이 방에서 장난감을 가지고 놀기도 하고 전부터 꼭 한 번 타보고 싶었던 롤러 브레이드도 타봅니다.  



 


<도대체 그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이 책은 특이하게도 등장인물이 토끼 뿐이랍니다. 얌전해 보이는 토끼가 사람이 없는 집안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평소 해보고 싶었던 것들을 맘껏 해보는 모습을 담았어요. 토끼는 누구와도 대화하지 않고, 혼잣말 조차 없어요. 오직 행동만 하지요. 독자들은 자연스럽게 토끼의 행동 하나하나에 집중하게 되고 특히 아이들의 경우 어느새 토끼와 공범(?)이 되고 만답니다. 

  

 토끼는 식구들이 돌아올 시간이 되자 자기 자리로 되돌아가 마치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한 모습을 해요. 토끼의 능청스러운 모습이 얄밉기도 하지만 귀엽게 느껴지는 부분이 더 커서 결국은 도저히 미워할 수 없게 된답니다. 그런데 집안 곳곳에 토끼의 흔적이 남아있어요! 사실 아이보다 이 책을 먼저 본 저는 맨 뒷장의 그림을 보기 전까지 앞 장의 '토끼 똥'을 알아채지 못했어요. 그런데 아이는 책을 읽기 시작함과 동시에 토끼의 똥만 찾아내더군요. 아이들의 눈이란... ^^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사자와 마녀와 옷장> 에서 처럼 특정 공간을 통해 다른 세계로 이동하는 이야기 많이 들어보셨죠? 동물들이 사람과 이야기하고 새로운 생명체도 만나는 이야기들 말이에요. 혹은 사람들이 잠 든 사이 장난감들이 살아 움직이는 것은 어떤가요. 사람들이 없을 때, 집안에서 일어날지도 모르는 일에 대해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는 것도 이 책을 즐기는 또 하나의 방법이 될 것입니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남았네요. 증거를 찾았으니 토끼를 불러내서 혼을 내야 할까요? 아님 그냥 웃으며 넘어가줘야 할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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