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 - 영화광 가네시로 가즈키의 열혈 액션 드라마
가네시로 카즈키 지음, 김난주 옮김 / 북폴리오 / 2009년 7월
평점 :
절판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지만 사회적 위치에 따라 상대를 대하는 것이 달라지기 마련이고, 사람의 목숨에는 무게가 없다지만 국가의 막중한 임무를 수행하는 사람들의 경우에는 보다 특별한 보호장치가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SP(Security Police)는 "국내외 VIP를 경호하는 특수경찰"로 요인전문 경호원을 말한다. 배경이 일본이다보니 우리 나라 시스템과는 차이가 있을지도 모르겠으나, 책의 내용상으로는 그렇다. SP는 '움직이는 벽'이 되어 요인에게 닥칠 위험을 차단한다. 때로는 자신의 목숨을 걸고 요인을 구하기위해 몸을 던지지만 임무를 완수했다고 해서 영웅이 될거란 생각은 버려야 한다.             

 

 주인공 이노우에는 어린 시절 부모님이 테러리스트에게 목숨을 잃는 장면을 목격한 상처가 있는 인물이다. 이노우에가 SP로의 길을 걷게 된 이유도 경찰에 의해 길러졌다는 점과 그날의 사건이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다. 그에게는 특별한 능력이 있는데 사건 현장이나 컴퓨터 화면같은 특정 장면을 사진을 찍어 보관하는 것처럼 기억할 수 있다. 그리고 초인적이라고 할 만큼 직감이 뛰어나 SP들 중 가장 먼저 위험을 감지하며, 상대방의 살의나 악의를 읽어내는 능력도 탁월하다.  SP 역사 최초로 테러리스트를 직접 검거한다는 설정도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이런 남자 옆에 있으면 정말 든든할 것 같은데 말이다. ^^

 

 주인공이 '특수 경호원' 이라는 정보를 알고 시작하는 독자라면 누구나 '그런 장면' 기대하지 않을까. 휘트니 휴스턴의 'I will always love you' 같은 애잔한 곡이 흐르는 가운데 주인공이 의뢰인(대통령의 딸 혹은 장관의 딸 쯤 되는)을 향해 몸을 던지면서 테러리스트의 총탄을 대신 맞는 장면과 두 사람이 사랑에 빠지는... ㅋㅋ(심각한 장면인데 왜 웃음이 나지? ^^;;)  하지만 작가는 철저하게 멜로를 버리고 '다이하드 시리즈'를 선택했다. 화려한 액션,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 주인공의 눈부신 활약, SP들의 동료애... 처음엔 주인공의 아픔을 감싸줄 여자주인공을 기대했다가 좀 서운하기도 했었는데 여자 SP들의 멋진 모습에 반해 오히려 기분이 좋아졌다.   

 

 책의 특성상 경호부 내에에 인원이 많고 공안부와도 업무가 얽히는데다 에피소드마다 여러명의 테러리스트가 등장하기 때문에 인물이 많아서 읽는데 힘들었다. 여전히 적응 안되는 일본식 이름, 이렇게 등장인물이 많으면 너무 헷갈린다. 그리고 매 페이지마다 작가의 주석이 달렸는데 드라마화 되면서 바뀐 점이나 느낀 점등에 관한 것이다. 처음엔 꼼꼼하게 병행해서 읽다가 나중에는 자꾸만 정신이 산만해져서 무시하고 읽었다. 그랬더니 내용에 몰입하기가 훨씬 쉬웠다. 드라마가 먼저 방송된 후에 시나리오가 출간되는 것이어서 작가의 감회가 새롭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경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를 쌓는 것입니다. 우리를 믿으십시오. 그럼 우리는 그 신뢰를 바탕으로 목숨걸고 당신을 지킬 겁니다. (p.246)"

 

 SP들도 사람이고, 의뢰인도 테러리스트도 모두 사람이다. 그런데 누구는 상대를 죽이려 하고, 다른 쪽은 구하려 한다. 부모와 자식간, 연인간에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목숨을 버리는 것은 이해하겠는데 경호원이라는 이유로 남을 위해 기꺼이 목숨을 건다는 사실이... 참으로 대단하다는 말 밖에는 달리 떠오르지 않는다. 이 대사는 작가가 SP들을 위해 고심해서 넣었다고 하는데 굉장히 가슴찡한 장면이었다. 그러고보니 우리 사회는 군인, 경찰들을 비롯해서 묵묵히 자신의 임무를 수행하는 이들, '지켜주는' 사람들의 의해 유지되고 있음을 잊고 살았던 것 같다.   


 

 <SP>는 소설이 아니다. 일본에서 제작되어 성공을 거둔 드라마의 시나리오이다. 처음엔 상세한 묘사가 없어 좀 어색하기도 했는데 드라마의 장면을 나름 상상해가면서 읽으니 재미있었다. 무엇보다 어떤 조직이든 조직의 유지나 질서보다 개인의 이익을 먼저 바라는 이들이 있다는 사실에 씁쓸했고, 경제 관련 사건의 경우 사건을 증언하려는 이들에게 실제로 테러가 많다는 사실이 충격적이었다. 무엇보다 SP로서 보호해야 할 인물이 '보호 하고 싶지 않은' 인물일 경우 인간적인 갈등이 느껴져서 안타까웠다. "이게 내 일이다.(p.499)" 라는 말은 이노우에가 테러리스트의 질문에 대답한 말이기도 했지만, 어쩌면 스스로에게 간절했던 말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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