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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멸망 이후의 지중해 세계 - 상
시오노 나나미 지음, 김석희 옮김 / 한길사 / 2009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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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이 태어나 죽는 순간까지를 '생노병사'의 과정이라 일컫는 것 처럼 국가의 흥망성쇠도 이와 같다고 생각한다. 마치 자연의 섭리와 오묘함 속에서 태어나 죽음으로 이어지는 유기체처럼 말이다. 그런데 국가의 경우 이미 쇠하였음에도 또 다른 강한 세력에 의해 기존의 권력이 무너지고 흡수되지 않은 상태라면 오직 '혼란'만이 존재하는 상태가 되고만다. 로마 멸망 이후 지중해 세계 처럼 말이다. 로마가 중심이 되어 평화를 유지했던 200여년의 팍스로마나가 막을 내리자 지중해는 중심을 잃고 어수선한 상황에 처하고 만다.
"평화는 간절히 바라는 것만으로는 실현되지 않는다. 인간에게는 참으로 유감스러운 일이지만 , 누군가가 평화를 어지럽히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분명히 언명하고 실행해야만 비로소 평화가 현실화되는 법이다. 따라서 평화를 확립하는 것은 군사가 아니라 정치적 의지였다. (p.66)"
이야기가 길어지기 전에 고백하고 시작해야 겠다. 시오노 나나미 여사의 책은 이번이 처음이다. 왜냐고 물으면 글쎄... 뭐라고 답해야 할지 모르겠다. '로마인 이야기'의 경우 언젠가는 꼭 읽어야 할 책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는데, 다른 사람들이 권하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시작을 못하고 있다. 그 방대함에 주눅이 들었다는 말이 어설픈 변명처럼 들릴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되어버렸다. 그리스/로마 신화부터 로마를 빼놓고는 서양 문화를 이야기할 수 없으며 세계사를 논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기에 단행본은 여러권 읽었는데 어쨌거나 시오노 나나미 여사가 전하는 로마이야기를 훌쩍 뛰어넘어 '로마 멸망 후'를 먼저 만났다.
<로마 멸망 이후의 지중해 세계(상)> 이 책은 "해적으로 시작해서 해적으로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성전(지하드)을 내세운 이슬람은 평화가 무너진 지중해를 끊임없이 탐하고 유린했다. 그들은 재물 뿐 아니라 기독교인들을 닥치는 대로 잡아 노예로 팔거나 '목욕장'이라는 시설에 수용했다. 이슬람의 도발에 대응하여 빼앗긴 성지를 되찾는다는 목적으로 시작된 십자군 원정은 역사상으로도 손꼽히는 무모한 전쟁이었다. 기독교 국가들은 앞다투어 이슬람으로 향하면서 저마다의 이익을 계산하고 있었다. 그런 이기심은 억울하게 잡혀 온 이슬람의 기독교인들을 외면한 사례에서도 쉽게 발견된다.
이슬람의 입장에서는 지중해를 상대로한 해적 행위가 엄청난 경제적 효과를 불러왔음은 말할 것도 없다. 특히 북아프카의 이슬람인들은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생존 수단이기도 했다.이슬람인들은 성전의 본래 목적대로 기독교인들을 개종시키려 하기보다는 노예로 부리거나 노예상인들에게 팔거나 혹은 이들의 몸값을 지불할 수도사, 기사들과 거래하기를 원했다. 십자군 원정이 200여년 간이나 지속될 수 있었던 것도 이슬람의 성전과 마찬가지로 '경제적' 이유가 컸던 것으로 보인다. 기독교 국가들 중에서는 이슬람에 대한 반감에도 불구하고 그들과의 무역을 유지하고자 했던 나라들이 많았다.
로마시대가 문화, 예술, 경제 면에서 비약적인 발전을 가져온 시기라면 로마 멸망 이후의 지중해 시대는 철저하게 약육강식의 세계였고 경제논리에 따라 움직이는 시대였다. 경제란 풍요를 상징하기도 하지만 때론 국가간에 철저하리만큼 이기적인 면을 보이기도 한다. 과거 지중해의 모습을 통해 오늘날 세계 정세와 경제상황을 보는 듯 해서 또 한번 놀라게 된다. 따지고보면 지중해를 위협했던 이슬람 해적이 제국주의 시대의 포르투갈, 영국, 프랑스 등과 같은 유럽의 해적들과 다를 것이 무엇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지중해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끝없이 펼쳐진 에메랄드빛 바다와 아름다운 섬들이다. 그 곳 사람들은 낙천적이면서 정열적이고 미식가들이 많은데다 장수하기로도 유명하다. 하지만 아름다움 뒤에 감춰진 아픈 역사 때문인지 오늘 만큼은 지중해의 바다가 슬퍼보인다. 특히 부츠 모양의 이탈리아 해변을 따라 수도없이 세워진 '사라센의 탑(해적들의 습격을 감시하던 망루)'들이 그 시대를 살았던 이들의 절박함을 말해주는 듯 하다. 지중해의 해적은 19세기 프랑스가 알제리를 식민지로 삼은 이후, 서유럽의 국가들이 북아프리카 일대를 식민지화 할 때까지 지속되었다고 하니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세계사라서 그런지 솔직히 진도가 빨리 나가지는 않았다. 그리고 책 내용중에 "설명을 하자면 길어지니 생략한다. 저서 **을 참고하시길..."이라는 문구들을 보면서 괜시리 머리를 긁적이기도 했다. 이젠 정말 '로마인 이야기'를 읽을 때가 되긴 되었나 보다. 끝으로 이탈리아 해군사에 재미있고도 씁쓸한 내용을 소개하고 싶다. 이탈리아가 아말피, 피사, 제노바, 베네치아 네 개의 해양도시국가 였던 시대에는 서로 경쟁하면서 지중해를 지배했었는데 지금 하나의 이탈리아 된 후에는 지중해를 지배하는 것이 미국과 러시아라는 사실이다. 우리 역사상 가장 영토가 넓었던 시기가 삼국시대 였다는 것과 오늘날 우리의 모습을 떠올리면서... 이런 공통점에 괜히 흥분하게 된다.
어느 나라든지 역사적으로 아픔이 없는 나라가 없겠지만 그런 아픔을 밑거름으로 보다 발전된 모습, 새로운 역사를 써 나가는 것임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