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물고기 쉽게 찾기 호주머니 속의 자연
노세윤 지음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0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고기를 잡으러 바다로 갈까나~ 고기를 잡으러 강으로 갈까나~~ " 바야흐로 휴가철이 다가왔다. 집나가면 고생이라지만 아무렴 집에만 있을 수 있나. 초록 수풀 우거진 개울가에 그늘막 쳐놓고 냠냠냠 수박 썰어 먹는 재미를 어찌 놓칠쏘냐~ 거기에다 바위틈 뒤져서 작은 물고기라도 한 마리 잡아주면 아들 녀석 신이나서 난리도 아니다. 그런데 물고기 이름이 뭐냐고 물으면... ;; 괜시리 난감해 진다. 글쎄... 손바닥만한 것이 넓적하게 생겼으면 붕어, 비늘이 반짝거리고 덩치가 크면 잉어, 수염 달린 것은 메기, 뱀장어는 뚱보 뱀처럼 생겼을 것이고, 가운뎃 손가락 크기만하거나 그보다 작은 것은 모두 다 파라미~!! 라고 우겨보지만 미심쩍은 눈초리를 피하지는 못한다. 이럴땐 외치고 싶다. 수퍼맨? 수다맨? 아무라도 좋으니 누가 나 좀 도와줘엇~!! 

 

 영화 제목으로 일약 스타가 되버린 쉬리는 전 세계적으로 1속 1종이며, 그 유일한 분포지가 우리 나라다. 알려진대로 깨끗하고 바닥에 자갈이 많은 중,상류에 살며 날렵하고 아름다운 생김새까지 갖추었다. 누군가 우리 나라를 대표하는 토종 물고기를 꼽으라면 단연코 1등을 주어도 좋겠다는 생각이다. 참붕어는 전국에 분포하며 조금 오염된 물에서도 살 정도로 생명력이 있다. 민물고기 중에서도 간디스토마 피낭유충을 많이 지녔다고 하니 주의가 필요하다. 누가 민물고기를 함부로 먹냐고 하겠지만, 하지 말라는 것 하는 사람 꼭 있더라. 그래서 문제다. ;; 꾸구리는 우리나라 민물고기 중 유일하게 빛의 밝기에 따라 눈꺼풀을 열고 닫는다. 물고기는 눈뜨고 잔다는 기존의 사고에 반기를 들며 어쭈구리 하다가 꾸구리가 된 것은 아닐까. ㅋㅋ

 

버들치는 '1급수 지표 어종'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최상류에서부터 하류, 더러는 댐과 저수지에서도 환경에 적응하여 산다고 한다. 이런 걸 배신감이라고 해야하나. ㅠ.ㅜ;; 하긴 생명력과 적응력이 강한 것을 탓할 수는 없다. 오히려 멸종위기에 처하는 것보다는 독하게 마음먹고 살아남는 것이 중요할지도 모른다. 연어의 신비스러운 회귀에 대해서는 "태양 위치나 지구 자기장을 파악한다는 설과 태어난 하천의 냄새를 기억한다는 설"이 있다고 한다. 방류된 어린 연어들은 동해안을 출발해서 태평양을 지나 베링해, 알래스카만까지 여행을 한다. 철새들이 길을 잃지 않고 먼 길을 여행하는 것 처럼, 갓 태어난 새끼 거북이 바다를 향해 가는 것 처럼 자연의 신비란 너무나 오묘하고도 경이롭다.

 

블루길, 배스는 '생태계교란야생동.식물'로 지정된 물고기다. 북아메리카가 원서식지인 이들을 1970년대 당시 수산청에서 자원조성용이라는 목적으로 일본, 미국을 통해 들여와서 방류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 반대로 우리의 가물치가 미국에 유입되어 현지 생태계에 피해를 주고 있단다. 예로부터 가물치는 약용, 식용으로 사랑받았으며 난폭함과 탐식성으로 유명한 어종이다. 물에서 움직이는 것은 모조리 먹어치우며, 먹이가 부족하면 동족까지도 잡아먹을 정도란다. 솔직히 말해서 블루길, 배스, 가물치(황소개구리, 붉은귀거북도 스리슬쩍 끼워서~)가 무슨 죄가 있나? 잘 먹고 잘 사는 애들을 맘대로 옮겨놓은 인간이 그르지. 휴~;; 

 

<민물고기 쉽게 찾기> 솔직히 처음엔 '민물고기 도감'인 만큼 판형이 큼직할 줄 알았다. 그런데 두께감에 비해 의외로 사이즈는 작다. 그제서야 '호주머니 속의 자연' 이라는 시리즈의 이름이 눈에 들어온다. 책에는 우리나라의 민물고기 130여종이 수록되어 있는데 다양한 컷의 사진과 함께 물고기의 생김새, 서식지, 먹이, 생활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토종물고기의 경우 감돌고기, 흰수마자, 얼룩새코미꾸리, 이호종개, 꼬치동자개, 다묵장어 등 독특한 이름에 관한 이야기도 함께 들려주었더라면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부록에는 '멸종위기야생동.식물'로 지정된 종과 '천연기념물'을 따로 분류해서 소개하고 있으며, 모양에 따라 민물고기를 쉽게 구분하는 방법 등 유익한 정보들로 채워져 있다.

 

 "민물고기? 이제 나한테 물어봐~!!" 책 한권 옆구리에 끼고 있으니 자신감이 불끈 생긴다. 도시에서 나고 자란 탓을 하며 자연과는 별로 친하지 않다는 변명은 이제 그만~ 뿌듯뿌듯~ ^^ 그러나 한편으로는 강이나 하천에서 장난삼아 물고기를 잡는 것에 대해 조심해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 그래봤자 서너 마리 정도겠지만 낯선 여행지에서 나도 모르는 사이 보호종을 해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도감이란 것이 그렇다. 이런 책 몇권 쯤 집에 있으면 장식용 백과사전 처럼 전시효과가 매우 뛰어나다는 것. ^^;; 하지만 이 책은 생명이 느껴지는 책, 여행 본능을 가진 책이다. 올 여름 강이나 하천, 계곡 등 민물로의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기꺼이 배낭 한 켠을 내어주어도 좋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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