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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의 루앙프라방 - 산책과 낮잠과 위로에 대하여
최갑수 지음 / 예담 / 200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루앙 프라방, 어감이 참 좋다. 처음 들었을 때는 프랑스의 도시 이름인 줄 알았는데 라오스의 북서부에 위치한 도시란다. 메콩강의 아름다운 자연 경관을 배경으로 자리잡은 이 곳은 프랑스 식민지 시대의 이국적인 건축물과 동남아 특유의 전통이 공존하는 도시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곳이기도 하다. 특히 불교와 관련된 사원으로 유명하며 '루앙 프라방'이란 이름도 도시의 명물인 '큰 황금 불상'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책을 펼치면서 기대했던 몇 가지가 있다. 아, 과연 저자는 무엇부터 보여줄 것인가? 하는 기대, 불교 사원이 유명한 곳이니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 같은 유서깊은 유적지를 먼저 보여 줄려나, 아니면 메콩강을 배경으로 한 풍경도 좋고, 그 곳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도 빠질 수는 없겠지. 그리고 '포토 에세이'인 만큼 가슴 깊이 새기고픈 '아포리즘'이 넘쳐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초반부터 적잖이 당황했다. ^^;; 루앙 프라방에 짐을 풀자마자 뜻한 바를 모두 이루기라도 했다는 듯 느긋해 하는 모습이 여느 여행자와는 너무나 달랐기 때문이다.
해외여행 한번 할려면 얼마나 큰 결심이 필요한데 빡빡하게 스케줄짜서 단 1초도 허비하지 않겠다는 굳은 의지로 임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싶은데 말이다. 저자는 한마디로 자유를 선언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 시간을 흘려보낼 권리'를 행사하겠다는 선언을 말이다. 그곳에서 만난 또 다른 여행자는 이렇게 말한다. "루앙 프라방에서의 생활은 시간 앞에서 옹졸했고, 급했고, 불안했고, 고독했던 시간의 실체를 마주하게 해준다. " 라고. 이것이 바로 루앙 프라방이 여행객을 사로잡는 매력이다.
루앙 프라방에서의 하루 하루는 바쁘게 살아가는 도시인의 생활과는 너무나도 달랐다. 마치 시간적 개념이 다른 곳인 것 처럼. 신기한 것은 아무 것도 하지 않을 것이라 선언한 일상이야말로 지친 삶으로부터의 공허함을 채워주는 계기가 되었다는 사실이다. 어쩌면 현대인들의 고질병인 외로움과 고독은 부족함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과부하'에서 오는 것인지도 모른다. 지나쳐서 넘쳐버리는 것, 그로인한 상실감에서 오는 공허함인 것이다.
예전에는 여행을 떠나면서 관광지가 아닌 휴양지로 가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렇게 편하게 쉴 거면 그냥 집에서 보내면 될 것을 굳이 멀~리까지 돈 쓰면서 시간을 죽일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요즘은 정말 편히 쉴 수 있는 곳, 사람들로 인해 붐비지 않는 곳으로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거기에다 하나 더 보태고 싶다. 저자가 루앙 프라방에서 보낸 시간처럼 아무것도 하지 않을 권리를 선언하리라~
내 몸이 떠나지 않는 한 완전한 자유란 없다는 것을, '여행자의 마음'은 '여행자'가 되어야만 느낄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말이다.
밑줄을 긋다
"당신에겐 길을 잃을 권리가 있어요. 당신은 여행자니까요. (p.47)"
"가끔 여행자의 시선으로 이 세상을 바라보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여행자들은 세상에서 가장 '순수한 의도'를 가진 사람들이니까요. 그들처럼 욕심 없이, 매순간 주어지는 것들에 만족하고 고마워하며,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살 수 있다면 세상은 조금 더 행복해지지 않을까요? (p.121)"
"우리 허들 선수야. 결승점에 닿기 위해서는 허들을 넘어야 해. 하지만 친구, 허들을 방해물이라 생각해서는 안 돼. 허들은 너를 결승점으로 인도하는 안내자이기도 하지. 허들을 열심히 넘다 보면 어느새 결승점이 네 앞에 있을 거야. 삶도 마찬가지야. 힘내라고! (p.2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