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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킹 던 - 나의 뱀파이어 연인 완결 ㅣ 트와일라잇 4
스테프니 메이어 지음, 윤정숙 옮김 / 북폴리오 / 2009년 6월
평점 :
끝이 아니라고 믿고 싶다. 지금으로서는 온통 그 생각 뿐이다. 올초에 우연히 '트와일라잇'을 읽고는 연이어 '뉴문', '이클립스'까지 참 행복했다. 그리고 <브레이킹던>을 기다리는 동안 목빠지는 줄 알았다. '내 다시는 완간되지 않은 시리즈에 빠지지 않으리라.' 다짐했을 만큼 몇달의 시간이 힘겨웠던 기억이 난다. 막상 책을 손에 쥐고 보니 오히려 담담해 지는 것이 이걸 하루만에 다 읽어야 할지 아껴가며 두고두고 봐야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내 마음이지만 종잡을 수가 없다. 이런저런 고민도 잠시 첫장을 펼치는 순간 그냥 빠져들고 말았으니 더 설명하면 무엇하랴.
'트와일라잇'의 주된 스토리는 만남이다. 100년만에 사랑이라는 감정을 깨달은 뱀파이어와 평범한 소녀의 만남, 네가 누구든 어떤 존재든 상관없다고 말하는 당찬 벨라의 모습에서 나도 한번 물려봤으면 하는 생각이 얼핏 스쳤던... ;; 뉴문은 '이별'이다. 벨라가 아무리 사고를 끌어당기는 자석이라고는 하지만 그 모든 사실을 접어두고 여전히 에드워드가 벨라에게 가장 위험한 존재였으므로 어쩔수 없는 선택이었다. 벨라는 살기위해 거의 생존 본능으로 제이콥과 어울리게 되고, 벨라가 죽은 줄 알고 자살하려던 에드워드를 구하기위해 이탈리아까지 달려간다. 그 결과 '이클립스'에서는 속터지는 삼각관계가 펼쳐졌다. 제이콥을 사랑하지만 에드워드를 더 사랑한다는 말로 독자를 경악시켰던 발칙한 벨라, 에드워드의 청혼을 받아들임으로써 두 사람의 관계는 회복되었을지 몰라도 내 마음 속엔 여전히 앙금이... 지켜보겠쓰으~ ==;;
보통의 경우는 누구랑 누구랑 만나서 사랑을 하고 우여곡절을 겪은 후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았드래요, 하고 끝나기 마련인데 <브레이킹던>은 벨라의 결혼으로 스토리가 시작된다. '트와일라잇'에서 부터 집요하게 변신을 요구하던 벨라는 에드워드가 직접 그 일을 해주기를 바랬고, 에드워드는 요구를 들어주는 대신 결혼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이는 벨라가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것을 단 하나라도 잃지 않게 하려는 배려이기도 하다. 그러자 벨라는 결혼 후 변신 이전에 진정한 허니문을 조건으로 걸고 마침내 '빅딜'이 성사된 것이다. 이 둘은 완전 '협상 커플'이다. 한 사람은 더 주지 못해서 안달이고, 다른 한 사람은 주목받거나 선물 받는 것을 병적으로 싫어하는, 그래도 결국은 다 받을 거면서... ^^;;
[스포 주의] 화려한 결혼식을 마치고 에스미섬에서 꿈같은 신혼여행을 보내던 두 사람은 예기치 못한 임신에 당황한다. 신혼여행 중에 당연히 벨라가 죽었을 거라고 생각하고 켈런가를 찾아온 제이콥도 임신한 벨라를 보고 충격에 빠진다. 벨라는 걷잡을 수 없이 빠른 속도로 자라는 태아로 인해 생명을 위협받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르네즈미를 낳고, 변신도 성공한다. 하지만 행복한 순간도 잠시, 르네즈미를 '불멸의 아이 - 뱀파이어의 규칙을 지킬 수 없는 위험한 존재' 로 규정한 볼투리가 전병력을 이끌고 켈런가로 쳐들어 온다. 제이콥이 르네즈미에게 각인된 사건으로 새로운 관계가 성립된 뱀파이어와 늑대인간 무리는 불투리에 함께 맞서기로 하고, 평소 친분있던 뱀파이어들에게 증인이 되어줄 것을 요청한다.
벨라는 자신이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한다며 속상해 하다가 '방어능력'이 있음을 알게되고, 쉴드를 자유롭게 조종하는 연습을 한다. 그리고 상황이 여의치 않을 경우 르네즈미를 제이콥과 함께 피신시키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해둔다. 결전의 날, 볼투리는 르네즈미가 아무런 위험도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계속 꼬투리를 물고 늘어진다. 하지만 늑대인간과 벨라의 능력에 대한 정보가 없었던 그들은 막상 전투가 시작되자 수세에 몰리고, 겨우 체면을 유지한 상태로 도망치듯 떠나버린다. 에드워드는 모두에게 벨라의 능력에 대해 말하고 벨라는 늘 그랬듯이 부끄러워 한다. 마지막 장면에서 벨라는 자신을 감싸던 쉴드를 완전히 끄집어 냄으로써 에드워드가 자신의 생각을 읽을 수 있도록 해준다. 그를 처음 만났던 날, 제임스에게서 구해준 일, 결혼식, 에스미섬, 변신 후 처음 그의 얼굴을 보았을 때 등 벨라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한없이 행복했던 순간들을 펼쳐보인다. 그리고 '영원히 행복하게'라는 말을 남기며 끝을 맺는다. [스포 종료]
스토리 전개가 정말 빠르다. 800페이지나 되는 분량을 어떻게 읽어는지도 모를 정도로 크고 작은 사건들과 에피소드들이 넘쳐난다. 에드워드라는 캐릭터가 흥미로운 것은 1차세계대전 당시의 고리타분한 사고를 가졌음에도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이 느껴진다는 사실이다. 벨라가 했던 말처럼 그의 잘 생긴 얼굴 이면에 '채식주의자(?)'로 살아가려는 노력, 끝없는 이타심 등 내면적인 부분이 여심을 사로잡는다. '브레이킹던'에서는 다양한 능력을 가진 뱀파이어들이 대거 등장함으로써 에드워드의 존재감이 조금 약해진 느낌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특히 벨라가 에드워드 보다 더 강해지면서 (변신 직후 인간의 피가 남아있는 동안 한시적이긴 하지만) 전보다 더 균형이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왜일까. 아마도 지금까지 벨라에게 감정이입을 시킴으로써 대리만족을 누려오다가 벨라가 인간이 아닌 뱀파이어가 되어 버리자 방향을 잃은 탓인지도 모르겠다.
"신랑(신부)은 신부(신랑)를 검은 머리 파뿌리 되도록 사랑하겠습니까?" 항상 이 말에 이의를 제기하고 싶었다. "죽음이 우릴 갈라 놓을 때까지" 이 말도 '사랑의 끝', '유한성'을 나타내는 말이라서 싫다. 누군가로 인해 눈에 콩깍지가 씌여지면 영원히 함께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당연하지 않나? 그렇기에 "다시 태어나도 당신과...." 라는 대답이 나와줘야 되는 것이고,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판타스틱한 러브스토리가 명맥을 유지하는 것이다. '트와일라잇' 시리즈가 폭팔적인 인기몰이를 하는 이유도 기존의 뱀파이어 이미지를 바꾸었다는 측면도 있지만, '불멸의 사랑' 이라는 이상적인 러브스토리를 실현해 주었기 때문이다. 원나잇 스텐드가 거리낌 없이 행해지고, 이혼율이 솟구친다는 21세기 오늘날에도 첫사랑의 설렘을 기억하고픈, 영원한 사랑을 꿈꾸는 이들이 있다는 것은 분명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다시한번 말하지만 이것이 끝이 아니라고 믿고싶다. 해커때문에 단단히 화가 나셨다는 스테프니 여사께서 이젠 독자들 생각도 좀 해 주시기를... 이젠 <미드나잇선>만이 희망이다. "영원히, 영원히, 영원히." 그리고 우리는 작지만 완벽한 우리의 한순간을 이어나갔다. 영원히 행복하게. (p.821) 라는 말처럼 앞으로도 행복한 순간을 계속 이어나갔으면 좋겠다는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