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 A
조나단 트리겔 지음, 이주혜.장인선 옮김 / 이레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귀가하는 남편이 그런다. 우리집 담벼락에 기대 담배피는 아이들 보고도 아무 말 못하는 것이 현실이리고 말이다. 어린 애들한테 험한 경우를 당하는 것이 두려운 것보다 앙심을 품고 가족들한테 해코지 할까봐 겁난다는 것이 더 큰 이유다. 사회가 어찌 돌아가는 것인지 요즘은 청소년 범죄 연령도 점점 더 낮아지고 수법도 잔인해 지는 것 같다. 최근에는 범죄를 저지른 아이들이 자신들은 미성년자라서 처벌받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그랬다는 말을 함으로써 청소년 범죄 처벌 수위에 논란을 가져온 경우도 있었다. 우리 사회, 무엇이 문제이고 우리 아이들 어떻게 키워야 할지 정말 고민된다.

 

<보이 A> 이 책은 영국에서 실제로 벌어졌던 소년 범죄를 모티브로 집필되었다. 끔찍한 살인을 저지른 범죄자가 10살 밖에 되지 않은 소년이라는 것은 어느 사회라도 받아들이기 힘든 사건일 것이다. 충격과 분노에 휩싸인 민심은 사건의 단편적인 면만 보게 될 것이고 진정 중요하게 고민해야 할 부분을 놓치게 만든다. 작가는 소년 A의 어린시절부터 감옥에서의 생활, 잭으로 살아가는 모습을 그려냄으로써 가해자의 입장에서 사건을 바라보았다.    

 

소년 A는 '잭'이라는 이름을 직접 골랐다. 평범하면서도 멋있다는 것이 이유다. 어쩌면 어린 시절, 그의 진짜 이름이 서류철에 묻혀 버리기 전부터 그가 원했던 것은 그저 평범한 삶이었는지도 모른다. 부모님께 사랑받고, 친구들과 어울려 논다든지, 선생님께 관심을 받는 것들 말이다. 불행하게도 그는 보통의 아이들이 가졌던 것들 중 어느것 하나도 제대로 누리지 못했고 비슷한 환경에서 자란 소년 B와 함께 있을때만 자신의 존재감을 느낄 수 있었다.  '그 날' 이후, 공범 B와 구분하기 위해 A라고 불렸던 소년은 15년의 세월동안 죄값을 치른 후 사회에 복귀하게 되었다. 그는 이제 잭으로 살아 갈 것이다.  

 

 두려움으로 시작한 새 삶은 잭에게 너무나도 큰 행복을 가져다 주었다. 집, 직장, 동료들, 친구들... 그리고 태어나 처음으로 사랑하는 사람도 생겼다. 그는 위험에 처한 친구를 위해 몸을 던질 줄도 알고, 꺼져가는 한 생명을 구하기도 했다. 소년은 A였던 과거를 뒤로하고 영웅 잭이 되었다. 결코 잃고 싶지 않은 삶이다. 하지만 일부 사람들은 소년 A가 여전히 위험한 존재이며 사회에 복귀되더라도 공개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들에게 A는 여전히 용서할 수도, 보호할 가치도 없는 존재였다. 그들은 집요한 추적자가 되어 A를 뒤쫓고 있었다.   

 

"피곤하다고 말했지만 잭은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그를 괴롭히는 거짓과 위선의 무게가 너무 크게 느껴졌다. 침대 위에 누워 있는 게 불편하기만 했다. 마치 거짓과 위선 위에 누워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거짓과 위선이 벼룩처럼 그의 살갗을 따갑게 했고 온 신경이 등 쪽에 솔려서 결국 그의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었다. (p.262)"

 

 가장 돋보이는 부분은 주인공의 내면적 갈등을 묘사한 부분이다. 잭의 마음 속에서는 여전히 죄의식이 자리잡고 있었다. 그가 겪어야 할 부분, 그가 갚아야 할 부분이 아직도 남았음을 알고 있다. 더구나 사랑하는 사람과 친구들에게 과거를 털어놓아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너무나도 큰 고통이다. 운명의 그 날, 소년은 스스로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알고는 있었을까? 소녀의 삶을 빼앗는 순간 자신의 삶도 마찬가지라는 사실을 알았더라면 멈추었을까? 그가 치러야 할 댓가의 범위는 어디까지일까? 

 

 사람들이 범죄자들에게 편견어린 시선을 가지는 것은 재범 가능성 때문일 것이다. 그들이 사랑과 배려와 인내를 배워야 할 시기를 놓쳤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사회로부터 격리되어 있는 시간 동안 더 많은 범죄자들과 어울릴 수 밖에 없는 상황임을 알기 때문에, 또한 슬픈 현실을 뒷받침 해주는 '통계 자료들' 때문에 편견을 가지게 된다. 그들의 불행했던 어린 시절에 동정을 보내고, 살아온 인생에 마음아파 해줄 수는 있어도 그들에 대한 두려움을 없에 주지는 못한다. 두려움은 사람들을 방어적으로 만들고 지나친 자기 방어는 결국 과격함으로 나타나기 마련인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답이 없다. 책을 좋아하고 특히 문학이라는 분야를 너무나 좋아하지만 가끔씩 작품성과 현실의 벽 사이에 끼여 꼼짝할 수 없는 나를 발견하곤 한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 입장에서 범죄자 특히 성범죄자의 주거지는 반드시 공개되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과연 그들을 편견없이 대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질문에는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책을 덮을 때 까지도 잭의 진짜 이름을 말해주지 않았다. 소년은 '보이 A' 그리고 '잭'으로만 기억될 것이다. 그 사실이 내내 가슴아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