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방불명자 오리하라 이치의 ○○자 시리즈
오리하라 이치 지음, 김기희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09년 5월
평점 :
품절


눈을 크게 떠~!! 정신을 똑바로 차리라구~!! 작년인가 오리하라 이치의 <도착의 론도>라는 작품을 읽으면서 눈이 팽팽 돌았던 기억이 되살아 난다. 요리조리 스토리를 얽어 놓고는 능청스럽게 빠져나가 버리더니 마지막에 연이어 반전에 반전을 터뜨리는통에 사람 어리둥절하게 만들던, 나 완전 바보된 기분이었지. ^^;; 이번에는 그냥 당하지 않을거다. 검은 연기가 뭉글뭉글 피어오르는 것 같은 표지를 보면서 다시 한번 호흡을 가다듬는다.    

 
 일가족이 사라졌다. 식지 않은 아침상만 덩그러니 남겨둔 채 감쪽같이 사라져 버렸다. 그들의 생사 여부는 물론이고 누가 이들을 데리고 갔는지, 그날 아침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아무도 밝혀내지 못했다. 르포라이터인 이라가시 미도리는 미스테리한 행방불명 사건에 흥미를 느끼고 사건의 진실을 조사하기위해 마을을 찾는다. 마을 사람들은 5년전 마을의 양대 명문가 중 하나였던 요시가와 가문의 일가족이 살해되었던 것처럼 이번에는 다키자와 가문에 '구로누마'의 전설이 적용된 것이라고 말한다. 신이 이따금씩 초자연적인 힘으로 사람들을 감춘다는, 깊이를 알 수 조차 없다는 검은 늪... 사건도 그렇게 미궁속으로 빠져든다.  

 
 신인작가인 후루타 도모아키는 전철을 타고 귀가하던중 여장한 남자로부터 치한이라는 누명을 쓰고 구타를 당하게 된다. 억울함을 풀기위해 남자의 집까지 미행한 후루타는 그 남자와 닮은 의문의 여인이 사람을 해치는 장면을 목격한다. 후루타는 자신이 경험한 일을 추리소설로 쓰기로 결심하고 그(혹은 그녀)의 주위를 맴돌게 되는데 어느 순간 자신이 '부녀자 연쇄 폭행범'으로 몰리게 되었음을 깨닫고는 당황스러워 한다. 이처럼 소설의 흐름은 초반부터 크게 두 줄기로 흘러간다. 두 사건 사이에는 어떠한 연결고리도 찾을 수 없기에 어느 지점에서 어떤 연관성을 가지는지 지켜보는 과정이 흥미롭다. 짐작대로 그 부분이 소설의 절정이기도 하고 말이다. ^^
 

 솔직히 중반부를 넘어선 지점까지도 도무지 작가의 의도를 파악할 수가 없었다. 억나는 것은 명문가였던 다키자와 가문이 쇠퇴하는 과정이다. 그래도 한때는 부와 명예를 모두 가졌던 집안인데 그 속은 온통 감추고픈 것들 투성이다. 명문가의 마지막 자존심이랄까. 하나의 거짓말을 감추기 위해 또 다른 거짓말이 필요한 것 처럼 비도덕적인 행위를 덮으려는 노력때문에 결국은 더 큰 어려움에 처하게 된다. 루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는 처음부터 경찰을 찾아갈 수도 있었다. 하지만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는 '집착'에 사로잡혀 상대를 뒤쫓는 인물이 되고 만다. 두 사건을 이어주는 것은 결국 구로누마, 검은 늪이다.   

 
같은 작가여서 그런지 <행방불명자>와 <도착의 론도>는 여러 면에서 비교될 수 밖에 없다. '서술트릭'이라는 서술기법도 그렇고, 전체적으로 비슷한 분위기를 풍긴다. 특히 마지막에 휘몰아치듯 반전이 이어지는 결말이 그렇다. 눈 크게 뜨고 절대 속지 않으려 애썼는데... 작가는 또 이렇게 말하겠지. "그건 니 생각이고~ 난 그렇게 말한 적 없어. 다시 한번 읽어봐~" 라고 말이다.  책을 덮고 나서야 깨달았다. 맨 첫장에서 부터 작가의 의도에 말려들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맨 첫장부터...;; 나 또 바보 된 거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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