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키아벨리의 눈물 - 한니발보다 잔인하고, 식스센스보다 극적인 반전
라파엘 카르데티 지음, 박명숙 옮김 / 예담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왜 하필 마키아벨리일까, 라는 의문으로 시작했다. 솔직히 팩션의 주인공으로 내세우기에는 마키아벨리라는 인물의 부정적인 면이 너무 강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는 '군주론'을 통해 권력은 도덕과 분리되어야 하며, 권력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심지어 군주가 국민들에게 했던 약속을 저버려도 된다고까지 주장하지 않았던가. 이처럼 냉혹한 이미지를 가진 인물이 주인공이라니 어리둥절할 수 밖에 없었다. 과연 그는 기존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런지, '마키아벨리의 눈물'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지 호기심 가득한 마음으로 읽었다.  

 
 15세기의 피렌체, 도시 곳곳에서 잔혹한 방법으로 살해된 시체가 발견된다. 민심은 동요하기 시작했고 공포와 두려움이 만들어낸 분노의 화살은 누구를 향하게 될지 알 수가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수사를 시작한지 얼마 되지도 않은 시점에서 벽에 부딛치고 만다. 목격자들의 증언이 지목하고 있는 인물은 부패한 성직자를 비판하고 시민들의 편에 서있던 종교개혁가 사보나롤라이기 때문이다. 만약 진실을 밝혀내지 못한다면 개혁가의 억울한 죽음은 물론이고, 그를 지지하던 피렌체의 최고 지도자인 소데리니까지 위험에 처하게 될 것이다. 서기관 마키아벨리는 스승인 피치노가 도난당한 수사본이 이번 사건을 해결할 실마리임을 깨닫게 되고 친구들과 함께 살인범을 뒤쫓는다.      

 
"한니발보다 잔인하고, 식스센스보다 극적인 반전", 솔직히 이 문구에 큰 의미를 두지는 않았다. '~보다' 라는 말은 명백하게 과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컸던 까닭이다. 그동안 속기도 많이 속았고 말이다. 그런데 첫 장면부터 너무 끔찍해서 몸이 굳어버리는 줄 알았다. 어쩜 고문하는 장면을 그렇게 길게, 상세히 설명할 수 있는 것인지. '살인자는 아마도 상상력이 뛰어난 사람일겁니다.'라는 문장이 나오는데 기가막혔다. 살인자가 원하는 것이 무엇이길래 인간이 이렇게도 잔인해 질 수 있는가 싶은 생각이 든다. 
 

 내용의 전개는 흩어진 퍼즐들을 모으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름없는 화가가 모사한 '성모영보'라는 그림, 단테의 수사본, 오래전 피렌체를 떠들석하게 했던 스켄들의 진실과 신비스런 여인 보카도르의 등장까지 이 모든 퍼즐들이 어떻게 하나의 그림으로 완성될지 잠시도 눈을 뗄 수가 없다. 작가는 젊은 시절의 마키아벨리를 열정적이고 정의로운 캐릭터로 묘사하고 있는데, 잔혹한 살인마를 쫓는 인물로 마키아벨리 만큼 적당한 인물이 없다고 판단했는지도 모르겠다. 결과적으로 후반부의 반전은 감탄사를 자아내기 보다 혼란스럽고 충격적이었다는 것만 말해두고 싶다.  


 
 당시 피렌체가 유럽의 문화와 예술의 중심지였던 것은 사실이나 정세는 매우 불안했다. 주변국은 호시탐탐 피렌체를 노리고 있었고 내적으로도 분열되어 있었던 것이다. 책에서도 프랑스 대사 자격으로 피렌체에 머물던 추기경이 무리한 요구를 함으로써 피렌체의 지도자와 마찰을 빚는 장면이 나오는데 실존했던 마키아벨리도 '주변국과의 교섭'을 담당했던 때가 있었다고 한다. 마키아벨리는 강력한 권력을 가진 군주만이 어려움을 헤쳐나갈 수 있다고 믿었던 것 같다. 그가 <군주론>에서 주장한 내용도 같은 이유로 설명이 된다. 비록 팩션으로 되살아난 캐릭터이긴 하지만 젊은 시절 마키아벨리의 모습을 상상해 볼 수 있어서 흥미로운 시간이었다.

 
"그림의 완벽해 보이는 아름다움 뒤에는 종종 가장 끔찍한 공포와 견디기 힘든 폭력성이 숨어 있기도 한다는 것을. 그 잘못은 우리 인간들과 그들의 거짓 순수성에 기인하는 거야. (중략) 더 잘 감추기 위해 보여 주고, 더 잘 드러내기 위해 감추는 것. 예술은 그렇게 모순에서 탄생하는 것이지! (p.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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