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 세계의 명작 영화 50
노비친 지음, 박시진 옮김 / 삼양미디어 / 2009년 2월
평점 :
절판


 취미가 무엇이냐고 묻는 사람들에게 '독서' 라고 대답하면서도 정작 '요즘 읽을만한 책 추천해주세요~' 라는 말을 들으면 머뭇거리게 되고, '지금까지 읽었던 책 중에서 어떤 책이 가장 기억에 남나요?' 라는 질문을 받아도 역시나 주춤한다. 그러다가 겨우 나오는 대답이란 것이 책은 장르도 다양하고 각자의 취양이 다양하다 보니 선듯 추천하기가 어렵고, 가장 기억에 남는 책은 '어린왕자',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 '빨간 머리 앤' 같은 20여년 전에 읽은 책만 떠올라 서로 민망하기만 하다. ^^;;  하지만 '명작'의 힘이란 것이 그렇다. 처음 읽었을 때의 강렬함이 평생토록 지속되는 것. 수많은 책을 읽어도 '가장 ~한' 이란 수식을 붙일 수 있는 책은 손에 꼽힌다는 것. 

영화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장르가 워낙 다양하다보니 100만 관객 정도 넘어선 대작이 아니라면, 상대방의 취향을 고려하다 보면 선듯 추천하기 힘든 것이 영화이고,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내 맘속에 지워지지 않는 '명작 영화'는 손에 꼽힌다. 가장 먼저,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뜬다.'라는 명대사를 남긴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생각난다. 전쟁으로부터 가족과 자신을 지키기위해 강한 여인이 될 수 밖에 없었던 스칼렛 오하라의 삶, 그리고 레트 버틀러와의 엇갈리는 사랑에 안타까워 하며 너무나 감명깊에 봤던 영화다. <사랑과 영혼> <쉰들러 리스트> <타이타닉>도 감명깊에 봤던 영화다. 그리고 명작이라 하기엔 그렇지만 홍콩 르와르 영화로서는 빼놓을 수 없는 <영웅본색>, 대표적인 신데렐라 영화인 <프리티 우먼>, 한 때 국내에서 많은 팬을 확보했던 소피 마르소 주연의 <라붐> <유 콜 잇 러브>도 기억에 남고, 학창시절 단체 관람했던 영화로는 <아마데우스>가 기억에 남는다.  

<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 세계의 명작 영화 50> 이 책 처음 펼친 대부분의 독자들은 아마도 자신이 보았던 영화가 몇 편이나 될까 혹은 내가 꼽은 명작과 얼마나 일치할까 하는 생각으로 영화 목록을 살폈을 것이다. 일단은 좀 놀랐다. 소개된 50편의 영화들중 감상했던 영화는 열 편도 되지 않았다는 사실, 그리고 앞서 언급했던 내가 꼽은 명작은 한 편도 실려있지 않다는 사실. 두둥~ ;; 저자는 명작 영화 50편을 선정함에 있어서 '영화사를 통틀어' 오늘날까지 영향을 미친 영화를 선정하였다고 한다. 따라서 대부분의 영화들이 흑백영화로 오늘날에는 새로울 것도 없는 기법들을 처음 시도한 영화이거나 특정 장르를 새롭게 선보인 '원조격' 영화들을 소개하고 있다.  

책에 소개된 영화들 중 도둑맞은 자전거를 찾아 헤메는 아버지와 아들의 모습을 그린 <자전거 도둑>이 무척 기억에 남는다. 거리의 벽에 전단지를 붙이는 일을 하기위해서는 자전거가 필수였고, 더이상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 부자는 자전거를 되찾는 일에 모든 희망을 걸 수 밖에 없었다. 이미 분해되어 팔렸을 자전거의 각 부속품이라도 반드시 찾아야 한다는 절박감이 너무나 안타까웠다. 그리고, 특수효과가 없던 시절 콜로세움에서의 전차 경기를 완벽하게 재현해 낸 <벤허>에 관해 15분짜리 경기 장면만 기억한다면 나머지 3시간 15분은 잊어도 좋다는 저자의 단호함에 한참을 웃었다. 또한 세 편의 영화로 자신의 이름을 영화사에 각인시킨 '제임스 딘' 이라는 배우는 영원한 반항아 이면서 동시에 모성애를 자극하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그에 대해 어떤 연기를 해도 제임스 딘 본인이라는 주장에 공감이 갔다. 

 사실... 개봉일에 맞추어서 원하는 영화를 봐야만 직성이 풀릴만큼의 영화 마니아는 아니다. 하지만 극장이란 곳이 어지간해서는 혼자 찾는 공간이 아닌지라 친구들이나 남편과의 추억이 특정 영화와 함께 소중한 추억으로 남은 경우가 많다. 결혼 후에는 이상하게도 영화 한편 느긋하게 관람한 여유가 없어 영화원작이나 영화를 소개한 책을 만나면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비록 최근 개봉작이 아닌 오래된 영화들 위주로 되어있긴 하지만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읽어 봄직한 내용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