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과 내기한 선비 샘깊은 오늘고전 8
김이은 지음, 정정엽 그림, 김시습 원작 / 알마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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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최초의 한문소설은 김시습의 <금오신화>, 최초의 한글소설은 허균의 <홍길동전>, 최초의 현대소설은 이광수의 <무정>... 국어라고해서 읽고 느끼고 이해하기만 해서 되는 것은 아니더라. 가끔씩은 암기도 필요하더라. 시도 외우고, 시조도 외우고, 국사처럼 연대도 외우고 특히 <금오신화>의 경우는 시험 문제로도 자주 출제되었던 기억이 난다. 그러고보니 '홍길동전'이나 '무정'은 진작에 읽어보았는데 '금오신화'는 제목만 선명할 뿐 내용은 새롭기만 하다.     
 
<부처님과 내기 한 선비> 이 책은 '금오신화'에 수록된 작품중 '이생규장전(이생이 담 안을 엿보다)', '만복사저포기(부처님과 내기 한 선비)' 두 편을 소개하고 있다. '이생이 담 안을 엿보다'에서는 성균관 학생 이생과 최씨 처녀가 서로 눈이 맞아 이생이 월담을 하여 정을 통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두사람은 부모의 반대로 이별을 겪는등 우여곡절 끝에 부부가 되어 행복을 누리는듯 하지만 '홍건적의 난'으로 인해 안타까운 결말을 맞는다. '부처님과 내기 한 선비'에서는 주인공 양생이 만복사에서 부처님과 내기를 하여 이긴 댓가로 아리따운 처녀와 사랑을 나누게 되는데 알고보니 왜구에 의해 죽임을 당한 처녀귀신이더라 하는 내용이다.  

책을 읽고 가장 먼저 떠올랐던 생각은 '조선시대 맞아? 참 파격적이네~' 하는 것이었다. 아무리 피 끓는 청춘남여라지만 열정적인 차원을 뛰어넘어 폭탄같은 사랑이다. 이생과 최씨 여인은 담을 사이에 두고 서로 희롱하다가 급기야 최씨 여인의 방에서 정을 통하게 되고, 양생의 경우는 처음 만나던 날 아예 신방을 차려 버리니 이생과 최씨 보다 더한 경우다. 조선시대하면 유교적인 분위기가 떠오르겠지만 시기적으로 조선초기라서 그런지 '절'이라는 공간적 배경도 그렇고, 남여간의 애정 표현에 있어서도 고려때의 자유로움이 고스란히 묻어난듯 하다. 

그렇다면 이 책이 단순히 남여간의 사랑이야기를 들려주고자 씌여진 것이란 말인가? 저자는 당대 손꼽히는 문장가였던 김시습이 아니던가. 두 편의 작품으로 느껴지는 것은... 그렇다. 주인공들의 사랑을 통해서 인생의 덧없음을 말하는 것 같기도 하고 어찌보면 두 남자주인공이 일편단심으로 한 여인만을 바라보고 사랑하였으니 임금에 대한 죽어서도 변하지 않을 충성심을 말하고자 함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조심스레 해본다. 왕위찬탈, 단종 복위 시도, 사육신의 죽음을 지켜보면서 교차되는 오만가지 생각들을 추스려 글로 쓴 것이 바로 '금오신화'는 아닐까. 아름다우면서도 기묘하고, 판타지 스러우면서도 왠지 쓸쓸한 느낌이다.    

한문소설인 만큼 한글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약간은 거리감이 느껴질 법도한데 문장이 참 매끄럽다는 생각이 든다. 아마도 한문학을 전공한 소설가 김이은님의 섬세함 덕분이 아닌가 싶다. 또한 '부처님과 내기 한 선비'에서는 등장인물들이 읊은 시들을 최대한 살려 고문의 아름다움을 전하고자 한 노력이 엿보인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남여간의 사랑이라는 줄거리가 살짝 부담되긴 하지만 김시습이라는 작가와 시대적 배경, 수려한 문장을 비롯한 이 책의 가치등을 생각한다면 우리 아이들이 꼭 접해보아야 할 고전중의 고전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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