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에게 가는 길 - 일곱 살에 나를 버린 엄마의 땅, 스물일곱에 다시 품에 안다
아샤 미로 지음, 손미나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9년 2월
평점 :
절판



"시간을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어린 시절을 되짚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서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순간이 오고야 말았다. 드디어 인도로 돌아가야 하는 때가 온 것이다. 인도로 돌아가야 하는 이유는 그곳이 바로 내가 태어난 곳이기 때문이다. " (p.17)

'나는 누구인가? 어디로 부터 왔고 또 어디로 가야하는 것일까?' 하는 질문은 누구나 한번쯤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일 것이다. 더구나 나의 생김새가 다른 사람들과 같지 않다면, 다른 친구들과 달리 엄마가 나를 낳아주신 분이 아니라면 궁금증이나 혼란스러움이 클 수 밖에 없다. 책의 저자인 아샤 미로는 인도에서 태어났지만 스페인으로 입양되어 자랐다. 이제 성인이 된 그녀는 자신에게 생명을 준 그 곳으로 다시 돌아가 친부모님과 자신의 어린시절을 되돌아 보고자 결심한다.  

"나는 사람들이 순수한 혈통에 과도한 중요성을 부여할 때면 온몸이 떨리곤 한다. 물론 순수한 피를 물려받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생명이 주어진 후에 우리 부모님이 지금껏 베풀어주신 한없이 많은 사랑과 물려주신 수많은 것을 역시 그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p.28)

 아샤의 양부모님은 '더할 수 없을만큼'의 큰 사랑으로 아샤를 키웠다. 입양을 준비하는 과정이라든지 아샤를 키우면서 기록한 일기장이 책의 중간중간에 삽입되어 있는데 이따금씩 눈물이 맺힐정도로 감동적이다. 그분들은 언젠가 아샤가 크면 아샤의 여동생 파티마(역시 입양된 인도소녀)와 함께 온 가족이 인도를 방문할 계획을 세우셨다고 한다. 어쩌다보니 아샤 혼자 인도로 떠나게 되었지만 아샤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믿고 지원해주시는 가장 든든한 후원자셨다.

"무엇이든 알면 알수록, 뭔가 이야기의 윤곽이 잡혀가면 갈수록 더 많이 것이 알고 싶어지는 법. 또 닥쳐올 일에 대한 두려움을 일단 극복하고 나면,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 그 어떤 일이 됐든 간에 있는 그대로 그것을 마주할 용기가 생긴다." (p.209)

 아샤가 인도의 고아원에서 수녀님들과 면담을 했을 때, 수녀님들은 과거에 집착하지 말고 지금 아샤가 누리는 것들과 앞으로 해야할 일만 생각하라고 하셨다. 물론 수녀님들은 아샤를 위해서 하신 말씀이다. 하지만 아샤가 원하는 것은 덮어두는 것이 아니었다. 자신이 태어나 입양되기까지 일어났던 '진실'을 아는 것이었다. 부모님은 어떤 분이셨는지, 왜 자신을 버렸는지... 어찌보면 '진실'이 '거짓'보다 더 잔인하고 고통스러울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신의 정체성을 깨닫기위해서는 피할 수 없는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책의 내용중 아샤가 현지인들에게 '저는 어떤 계급일까요?' 라는 비슷한 질문을 한적이 있는데 이것은 아샤가 인도인들을 대할때 그들을 더 잘 이해하고 혹시나 범할지 모르는 실수를 막기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아샤에게 '당신은 외국인이니 계급이 중요하지 않다.' 라고 대답한다. 그녀의 말과 행동, 몸짓 하나하나까지 인도인들에게는 아샤가 외국인일 뿐이었다. 아샤의 경우도 인도는 오랫동안 동경해온 마음의 안식처와 같은 곳이지만 현실적으로는 적응하기 어려운 환경임을 부인할 수 없었다. 열악한 생활환경, 고된 노동, 교육의 기회조차 없는 아이들... 아샤는 그제서야 친아버지의 선택을 이해하게 된다.     

 언급하고 싶지는 않지만 우리도 많은 아이들을 해외로 입양보내는 국가들중 하나다. 가끔씩 방송을 통해 해외로 입양되었던 아이들이 성장해서 한국을 방문했다는 이야기를 듣곤 하는데, 그들이 한국행을 꿈꾸고 결심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민과 아픔이 있었을까 생각하니 마음이 아파왔다. '엄마에게 가는 길' 이 책을 통해 많은 이들이 용기와 희망을 얻게 되기를, 그리고 변화되기 시작한 우리 사회에도 인식의 변화가 가속화 되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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