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찬 여행기
류어 지음, 김시준 옮김 / 연암서가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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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으로 치면 카드놀이쯤 된다고 생각하면 될까 어떤 종류인지는 알 수 없으나 노름을 하는 사람들이 표지 그림을 장식하고 있다. 옷차림새를 보아하니 평범한 서민들은 아닌 것 같은데 꽤나 심각한 표정이다. '청나라 말기의 부패한 관료들을 유머러스하게 풍자한 <관원들의 도박>, 프랑스' 라는 설명을 읽는 순간 여러 감정이 뒤섞인다. 

중국만 그런것이 아니라 일본이나 서양의 모든나라, 우리도 마찬가지다. 역사를 뒤돌아 보면 수많은 왕조가 개국하였다가 사라지곤 하였다. 어찌보면 왕조의 흥망성쇄라는 것이 마치 생명을 가진 유기체인양 개국초에는 우렁차게 시작하고, 서서히 성장하여 문화의 꽃을 피우다가 말기가 되면 마치 사람이 노환을 앓는 것처럼 사회적 분위기가 어수선해진다. 

주인공 라오찬은 청말기 사람으로서 인품과 학식을 두루 갖추었으나 벼슬을 얻지 못하다가 의술을 익혀 강호를 떠돌아 다니는 인물이다. 라오찬은 여행중에 만난 이들에게 의술을 배푸는 한편 억울한 사람들까지 두루 품어준다. 그가 비록 벼슬운은 없었으되 인덕이 있어 후에는 관직을 제의받기도 하나 사양하고, 그를 신뢰해주는 관리들의 도움을 받아 혹리들에게 고통받는 사람들을 구해준다. 

탐관오리가 백성들을 힘들게 한다면 혹리들도 만만찮게 무섭다는 것이 이 책의 내용이다. 탐관오리는 들어내 놓고 부정을 일삼으나, 혹리들은 스스로 청렴함을 내세우며 백성들에게 공포정치를 행한다. 말하자면 진정으로 백성을 위하는 관리는 윗선의 추궁을 받더라도 굶주린 백성들을 살리기 위해 군량미를 풀 수 있으나, 혹리는 굶어죽는 자식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도둑이 된 백성들에게 조차 가혹한 형벌을 내린다. 혹리들의 목적은 자신의 이름을 알려 보다 강한 권력을 얻는 것이 목적인만큼 백성들에겐 더욱 견디기 힘든 존재일 수 밖에 없다.       

<라오찬 여행기> 이 책은 1903년에 쓰여지기 시작한 고전이다. 저자인 류어는 소설의 도입부에 난파 직전의 배를 등장시킴으로써 청말기의 모습을 표현하였고, 내용 곳곳에서 나라를 걱정하는 마음을 내비치었다. 고문의 특성상 인용문구나 시의 내용이 완전히 이해되지 않는 부분도 있었고, 당시의 시대 상황이 낯설게 느껴진 부분도 있었지만 라오찬이 사건을 해결해가는 과정 만큼은 속이 시원했다.

라오찬의 직업이 의사인 것은 백성들의 몸과 마음을 어루만져주고픈 저자의 마음이 표현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중요한 것은 시국이 어수선할수록 관료들의 솔선수범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부패와 비리를 멀리하는 것만이 국가적 위기를 헤쳐나가는 지름길이라는 사실이다. 청말기 사람 라오찬의 말이 시대와 나라가 다른 오늘날 우리에게 그대로 적용된다는 것에 의미를 두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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