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구아나 야다몽
사토 다카코 지음, 하라다 타케히데 그림, 홍창미 옮김 / 수린재 / 2006년 2월
평점 :
절판


12살 생일을 맞은 쥬리는 큰할아버지쯤 되는 친척 토쿠다 영감으로부터 이구아나를 선물받는다. 아니, 정확하게 말해서 1미터가 넘는 괴물을 떠넘겨받은 것인데 토쿠다 영감의 손자인 쓰토무가 기르다가 감당이 안되던 차에 쥬리네 집을 개축한 사실을 알고는 맡겨버린 것이다. 문제는 토쿠다 영감이 쥬리 아빠가 다니는 학교의 이사장이라는 사실. 이쯤되니 엄마, 아빠는 일단 이구아나를 받아들이고 쥬리에게 돌보라고 명령한다. 
 
"야다몽을 잘 돌본다면 그건 그들이 기대하는 바이다. 잘못한다면 있는 대로 바보 취급을 당하는 데다가 아빠는 모가지다. 그 어느 쪽도 가혹한 이야기다. p.78"

너무나 황당한 쥬리는 이구아나를 돌보는 것이 정말 싫다. 결국은 '싫어'라는 뜻의 '야다몽'을 이름으로 지어주고, 이구아나를 기르는 이상한 아이로 소문이 날까봐 친구들에게도 이 사실을 숨긴다. 이 이상한 동물은 더워서 땀이 흐를만큼의 실내 온도를 유지해 주어야 하고, 특별히 신경써서 만든 셀러드를 먹여야 하고, 한번씩 탈피도 하는데다, 가끔씩 자신의 공간을 탈출해 집안을 엉망으로 만들어 놓기도 하고, 식욕부진에 걸려 애를 태우기도 하는등 많은 사건 사고를 만든다. 정작 야다몽 자신은 천연덕스럽게도 쥬리네 가족을 위해 만든 선룸을 떡허니 차지하고는 먹고 싸는 일밖에는 할줄 모르면서 말이다. 

"저기, 엄마, 있잖아. 이구아나를 한 두 마리만 더 키울 수는 없을까?" / "너, 정말, 그렇게, 그렇게, 그 도마뱀이 좋아진 거니?" 나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사랑이 싹텄던 때문은 아니다. 생명은 소중하다고 생각했을 뿐이다. 결국, 그 숙스러운 말은, 입밖으로 내지 못했다. p.189

몇페이지만 읽으면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갈 것이라는 예상을 충분히 할 수 있는 내용이다. 그러면서도 참으로 즐겁게 읽었다. 애초부터 하고 싶지 않았던 이구아나 돌보기를 통해 쥬리가 생명의 소중함을 깨닫고, 이구아나를 진심으로 좋아하게 되는 과정이 너무나 예쁘게 그려져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구아나를 버리기위해 들고 나갔다가 돌볼 사람이 나타날 때까지 기다리다가 여의치 않자 날이 너무 추워서라는 이유를 대며 집으로 돌아오는 장면은 어린 소녀의 착하고 순수한 면을 엿보게 한다.   

"눈을 뜨자, 야다몽의 새카맣고 맑고 반짝반짝 빛나는 눈동자가 보였다. 귀엽지만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전혀 알 수 없는 눈동자. 처음에는 바보라고 생각했다. 아무 생각도 없을 거라고 여겼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다만, 인간이 생각하는 것을 생각하지 않을 뿐. 이구아나에게는 이구아나의 사고방식이 있고, 그것을 인간이 알 수는 없는 것이었다. p. 225"

'이구아나에게는 이구아나의 사고방식이 있다.'는 말이 특히 가슴에 와닿는다. 인간은 항상 자연이 인간 중심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그렇다고 단정짓고는 해석해 버린다. 이구아나를 키우는 것이 까다로와 보이는 것은 이구아나의 잘못이 아니다. 그네들이 사는 곳의 생태계에 가장 잘 맞게 적응된 것을 애완용으로 가지려고 하다보니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이구아나를 하나의 생명체로, 그들만의 방식을 인정해 주는 것이 기본이 되어야 한다. 아, 나도 꿈꾸고 싶다. 초록빛 꿈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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