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후회남
둥시 지음, 홍순도 옮김 / 은행나무 / 2008년 12월
평점 :
품절


<프리퀀시>, <나비효과>, <데자뷰>, <타임 캅>, <터미네이터>... 이 영화들의 공통점을 맞춰보시라~
 
영화를 좋아하는데 있어서 좀 유별나다는 점을 인정한다. 마음에 드는 영화는 열 번이고 스무 번이고 기회가 올때마다 보고 또 본다. 오늘 낮에 우연히 딱 걸린 영화는 <프리퀀시>라는 영화다. 물론 수도 없이 보았지만 다시 눈을 고정하고야 만다. 어린시절에 소방관이었던 아버지를 잃은 존은 유년의 상실감으로 인해 외로움을 느끼는 30대 청년으로 성장했다. 아버지의 기일을 앞두고 유품중에 무선 햄 기계를 발견한 그는 30년전의 아버지와 통신을 하게 되고, 화재로부터 아버지를 구한다. 하지만 과거의 변화는 다각도로 현재에 영향을 미치고, 이번엔 연쇄 살인범에게 어머니를 잃는 결과를 가져오고야 만다. 주인공만 그런것이 아니다. 누구나 잊고 싶은 과거, 지우고 싶고 바꾸고 싶은 과거가 있게 마련이다. 그런 기회가 온다면 나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그리운 감정은 마치 목에 걸린 쇳덩어리처럼 손으로 만지기만 해도 무게를 알 수 있을 정도였다.나는 조금씩 뭔가 잘못됐다는 느낌이 들었다. 누군가한테 사기를 당했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다면 나에게 사기를 친 사람은 과연 누구일까? p.76"

<미스터 후회남> 이 책은 한마디로  입만 열면 화를 부르는 남자, 주인공 쩡광셴의 '후회록'이다. 아버지의 불륜 현장을 목격하고 비밀을 지키지 못한 것에서 시작해서 결국 아버지를 불구로 만들고, 어머니를 죽음으로 내몰고, 동생을 잃어버리고, 자신을 사랑해주던 여인(들)을 내치고, 친구를, 동료를... 그리고는 정작 자신을 위해 변호해야 할 결정적인 순간에는 입을 다물어 인생을 망쳐버린다. 글을 읽으면서 너무 답답한 것은 주인공이 세상 돌아가는 이치에 대해 너무 몰랐다는 사실. 자신의 입을 통해 뱉어진 말이 어떤 화를 부를 것인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가 뒤늦게 모든 것을 깨달았을 때는 상실감과 허탈감만 남은 뒤라는 것이다.

둥시는 제1회 노신문학상 수상작가로 잘 알려져 있다. 그의 작품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위화의 작품 <허삼관 매혈기>와 느낌이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고 보니 두 작품에는 '문화혁명'이라는 공통적 배경이 있다. '사상'과 '이념'이란 것이 도대체 무엇이길래. 급변하는 시대의 모습과 혼란스러워하는 대중의 모습이 작품성으로 이어진다. 웃어서는 안될 상황인것 같으면서도 웃을 수 밖에 없는 장면이 계속된다.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 자체가 '후회' 뿐인 남자, 지금도 늦지 않았다고 말해주고 싶었지만 끝까지 정신 못차리는 것 같다. 왜 '엽기코믹'이라고 하는지 읽어보면 안다. 

서두에 언급한 영화들의 특징은 만족스럽지 못한 현재를 바로잡기 과거로부터 변화를 시도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과거를 바꾼다는 것은 싱거울 때 소금을 더 넣어서 간을 맞추는 '찌게 끓이기'가 아니다. 우리가 살고있는 현재의 '사람과 사람'은 모두 유기체적인 관계로 연결되어있고, 시공간과도 따로 떼어 생각할 수 없기에 그러한 상상과 실현은 영화에서나 가능하다. 우리가 과거를 명확하게 알고자 하는 것은 '미래'를 위한 것이지 '과거' 자체를 감추거나, 뒤엎으려는 의도가 아니다. 현재까지는 변치 않는 사실, 하지만 미래는 얼마든지 만들어 갈 수 있다. 그것만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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