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트 사이드의 남자 1 뫼비우스 서재
칼렙 카 지음, 이은정 옮김 / 노블마인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때는 1896년, 뉴욕 맨해튼 이스트 사이드가 배경이다. 영화 <갱스 오브 뉴욕>이 1840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니 영화 속 도시의 모습을 떠올려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마차가 바삐 길을 재촉하고, 정장입은 남자들이 서넛씩 모여 토론하듯 대화를 나누고, 한껏 차려입은 여인들도 간간히 있을 것이다. 화려하고 번화한 뉴욕의 모습은 예나 지금이나 가히 미국의 심장이라 할 수 있겠다. 하지만 번화가에서 멀지 않은 곳에 빈민가가 있다고 생각해보라. 그들중 대부분은 아메리칸 드림을 품고 미국으로 건너온 이민자들이다. 
 
 당시 뉴욕은 넘쳐나는 사람들로 인해 노동력이 과잉되었을 것이고 (물론 산업의 기계화도 한 원인이 되었을 것이다.) 사회 구조적으로도 과도기적인 과정을 겪고 있었다. 공권력보다는 갱들에 의해 질서(?)가 유지되는 곳. 술과 마약의 무한제공, 범죄의 온상이었던 그곳의 빈민들에게는 희망을 기대할 수 없는 삶이 이어졌다. 아이들은 어리다고 해서 특별히 보호받지 못했다. 심지어는 상류층의 비뚤어진 욕망을 채워주기 위해 희생되기도 했는데 가족들의 생계를 위해 무슨 일이든 해야만 했기 때문이다. 아이들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고, 그들 뒤에는 나쁜 어른들이 있었을 뿐이다. 

"모두가 해결할 수 없는 사건이라고 생각하는 한 누구도 그 사건을 해결하지 못했다고 해서 비난받지 않기 때문이오. p.80(하권)"

마침내 끔찍한 살인 사건이 일어나고 말았다. 연쇄 살인범은 거리로 내몰린 아이들에게 다가가 마음을 열게 하고 잔인하게 죽였으며 사체까지 훼손하였다. 뉴욕 시경의 시어도어 루스벨트는 경찰 내부의 간섭을 받지 않는 수사팀을 구성하여 살인 사건을 조사하도록 지시하는데 범죄 심리학을 연구하던 크라이즐러, 뉴욕 타임즈 기자인 존 무어, 혁신 적인 수사 기법(과학수사)을 선보인 아이잭슨 형사 형제, 여경 새러가 그 주인공들이다. 루즈벨트의 지지에 힘입어 수사에 착수하긴 했지만 초반부터 난항이다. 범인은 이해할 수 없는 괴력을 지닌 것같은 몸놀림에 대담하고 치밀하다. 수사팀을 조롱하듯 행동하는 범인은 전형적인 사이코 패스다.   

  이대로 가다가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생각, 그리고 어느날 예상대로 정말 일이 터지고 말았다고 가정해보자. 소설속의 살인 사건도 예상된 것이었다. 빈민가의 현실, 갱들, 인간의 욕망등이 빚어낸 결과이기 때문이다. 당장 먹고 살기조차 힘든 이들에게 애초에 불법 행위를 하지 않았더라면 사고를 당하는 일도 없었을 것이라는 주장은 먹혀들지 않는다. 범죄자들은 왜!! 늘 힘없고 가엾은 사람들만 노리는 것일까. 조금은 답답하기도 했다. 전체적으로 시선을 끄는 반전은 없지만 책장을 넘길수록 긴장감이 고조되는, 19세기말 뉴욕의 사회상을 잘 그려낸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만일 평범한 사람이 그의 살인 행각만 가지고 존 비첨을 표현한다면 사회적으로 버림받은 인간 쓰레기라고 말할 걸세. 하지만 그것만큼 피상적이고 거짓말인 것도 없을 걸세. 비첨은 인간 사회에 결코 등을 돌린 적도 없고, 사회가 그에게 등을 돌린 적도 없기 때문이네. 왜냐하면 그는, 왜곡된 방식으로, 그러나 완전하게 사회와 이어져 있었기 때문이네. 그는 그런 사회의 소산이고, 그런 사회의 병든 의식이었네. (중략) 그는 인간 사회를 갈망했고, 사람들에게 그들의 '사회'가 자신에게 어떤 짓을 저질렀는지 보여줄 기회를 얻고 싶어 했지. p.342(하권)"

 인류 역사상 산업화, 공업화가 가져다준 문명의 이기는 실로 엄청난 것이었다. 산업의 발달은 정치, 경제, 과학 부분에서도 비약적인 발전을 가져왔고 사람들에게 새로운 세상으로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빛이 환하면 그늘도 짙은 법. 사람들의 '상실감' 또한 커져가고 있었던 것이다. 분명히 하고 싶은 것은 범죄자들이 불행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고 해서 그 이유가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는 사실이다. 누가 혹은 환경이 어떻게 내몰았던지간에 결국 범죄를 실행에 옮기는 것은 개인의 '선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회에 대한 갈망'의 표현이란 점에서는 모두가 함께 고민해야할 문제임에는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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