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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나무 언덕 농장의 사계절
마틴 프로벤슨.앨리스 프로벤슨 글.그림, 김서정 옮김 / 북뱅크 / 2008년 11월
평점 :
월동 준비를 하느라 겨울옷을 꺼내놓으니 작년에 입었던 옷들이 턱없이 작아져 버렸다. 아직도 새옷같은데 좀 작은듯 해도 입혀 말어 잠시 고민하다가 보따리를 싸서 옆에 밀어 두고는 구입해야할 목록들을 적었다. '4계절이 있는 나라, 우리나라 좋은 나라' 라고 배우면서 자랐는데 엄마가 되고 보니 철마다 서랍을 뒤업어 옷을 분류하고 관리하는 것도, 쑥쑥 자라는 아이 옷 장만 하는 것도 예삿일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외에도 환절기면 행여나 감기걸릴까, 황사온다 그러면 아토피 때문에 걱정해야 하고 여름엔, 겨울엔... 4계절을 누린다는 것은 그만큼 준비하고 수고해야 할 것도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도시에서 태어나 자란 나로서는 시골 생활에 대한 동경으로 가득하다. 남편이 어릴 때 이야기를 들려주면 마냥 부럽기도 하고, 우리 아이한테도 그런 비슷한 추억이나마 만들어 주여야 할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 시골은 가축을 키우고 농사를 지어야하니 도시보다 계절의 영향을 더 많이 받는다.
<단풍나무 언덕 농장의 사계절>에서는 계절별, 월별로 농장의 모습을 묘사하고 있다. 얼음이 언 호수에서 아이들이 썰매를 타는 모습이나 봄에 농장의 동물들이 새끼를 낳아 키우고, 여름이면 풀벌레 우는 소리가 들리고, 가을에 추수하는 모습들이 우리의 농촌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부분적으로는 봄에 양과 양치기 개가 털을 민다든지, 말들이 새 신발을 갈아신는 모습, 아이들이 호박을 모으고 거위를 선물하는 모습은 이국적이면서도 자연스럽게 다가온다.
농장의 풍경과 함께 농장을 둘러싼 주변의 풍경도 흥미롭다. 직접적으로 서술한 부분도 있지만 그림을 통해서 관찰하다보면 재미가 더해진다. 겨울에 먹이를 찾아 농장 주변으로 모여드는 동물들, 나무위에 앉아있는 까마귀떼,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 닭장 주위를 어술렁 거리는 여우의 모습은 '귀여운 꼬마'로 잘 알려진 동요의 한 장면을 연상시킨다.
프로벤슨 부부는 농장 생활을 통해 동물들을 세심하게 관찰하면서 공동 작업으로 이 책을 완성하였다고 한다. 선명한 그림속에 녹아있는 자연의 아름다움은 그 속에 순응하면서 살아가는 동물과 사람들의 모습이 조화를 이루면서 더욱 빛이 난다. 혼자 남은 앨리스가 농장을 꿋꿋하게 지키면서 작품활동을 계속할 수 있기를... 타샤 튜더처럼 평화롭고 아름다운 노년을 맞이하시길 진심으로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