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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 간 경제학자
최병서 지음 / 눈과마음(스쿨타운) / 2008년 10월
평점 :
품절
우리집에 처음 오는 사람들은 한결같이 평수에 비해 널찍해보이고 깔끔하다고들 한다. 알러지가 있는 아이때문에 커튼은 물론이고 패브릭 소품이 전혀 없는데다 벽면에도 장식이 거의 없다. 달리 말하면 집이 좀 썰렁하다고나 할까. ^^;; 한때는 거실벽에 큼지막한 그림이라도 걸어서 시선을 사로잡아볼까 생각했는데 미술작품 가격이 정말 장난아니다 싶었다. 그렇다고 유명 화가의 모작을 걸어둘수도 없고... 대신 자신을 미대생이라고 소개하면서 압화나 그림을 팔려는 이들을 통해서 인테리어용으로 몇개씩 구입하기도 했었는데 농담처럼 훗날에 유명한 화가가 되면 그림의 가치가 높아질지도 모른다면서 웃곤 했다. 알고보니 그런 것을 파는 사람들은 미대생이 아닐 가능성이 높고 (물론 학생이 아닐 수도...), 직접 그린 것도 아니라는 이야기를 들은 후로는 기분이 별로 좋진 않다.
'왜 고흐의 그림은 수천만 달러를 호가하는 가격으로 팔릴까?' 고흐는 자신이 활동하던 시대에 작품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던 인물들중 한 사람이다. 고흐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화가들을 비롯해서 다른 분야의 예술가들 또한 죽은 후에 가치를 인정받은 사람들이 많다. 천재들의 작품은 대부분 보편적인 사고를 뛰어넘는 실험적이면서 독창적인 면이 강해 그 시대 사람들에게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지 못했다. 하지만 후대에라도 기회가 되어 가치를 인정받게 되면 더이상 생산되지 않는 희소성의 원칙에 따라 가격이 치솟게 되는 것이다. 결국 작품의 '가치'와 '희소성'이 명화의 가격을 결정한다.
오랫동안 세계에서 제일 비싼 그림은 피카소의 작품이라고 알고 있었다. 그러다가 2006년 클림트의 <아델레 블로흐-바우어의 초상1>이라는 작품이 최고가를 갱신했다는 뉴스를 보면서 밀레니엄 이후에 급부상한 클림트의 명성에 걸맞는 대우라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잭슨 폴록의 <넘버 5>가 현재 세계 최고가의 미술 작품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솔직히 어리둥절하다. 폴록은 한때 알코올중독과 정신질환 치료를 받을 정도로 힘든 시절을 보냈다고 알려져 있는데 우연한 기회에 뉴욕의 화랑에서 개인전을 열게 되고, 언론의 조명을 받으면서 스타가 된 인물이다.
캔버스에 물감을 드리핑하는 기법으로 제작된 그의 작품은 말그대로 '흩뿌려진 물감 자국'이다. 주제도 제목도 없어 숫자로 그림을 구분한다. 전문가들은 '카오스 이론'이나 '나비효과'같은 용어를 써가면서 작품을 설명하고 있지만 주제를 알 수 없는 추상화는 이해하기가 더 어렵기에... ^^;; 마르셀 뒤샹은 새로운 작품을 창작하지 않고 기존의 물건들을 전시한 미술가이다. 그가 <샘>이라는 제목으로 전시회에 출품한 옆으로 눕힌 '남자소변기'는 아무리 보아도 이해불가다. 아티스트 백남준의 작품세계도 어렵긴 마찬가지이나 뒤샹의 <샘>은 노력한 흔적조차 보이지 않는다. 어쨌거나 이들 모두는 최소한 남과 다른 시도, 새로운 방식을 고집했다는 점은 인정한다.
'경제학'은 솔직히 만만하게 생각하고 대할 수 있는 분야는 아니다. 따지고 보면 재화를 벌어들이고 무언가를 끊임없이 소비한다는 점에서 우리의 하루하루 생활 자체가 경제활동이라고 할 수 있는데 말이다. 어떤 일이든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살때는 모르다가 이론적으로, 학문적으로 접근해보면 어렵기만 하니... ^^;; 이 책은 독특하게도 미술 작품과 경제학의 상관 관계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경제학의 관점에서 미술 작품의 가치를 평가하고, 명화 속 시대의 경제 모습이라든지, 화가와 경제라는 주제에 대해 서술하고 있따. 처음엔 명화도 잘 모르고, 경제학도 모르는데 하는 생각이 들어 주춤하기도 했지만 어렵게 느껴지던 '경제학'을 명화에 접목시킨 시도가 돋보여 흥미롭게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