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저리 클럽
최인호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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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들은 말야 스프레이로 앞머리 세우지 않아도, 교복치마 억지로 접어 입지 않아도 그 모습 그대로 너무 이쁜데... 어째서 그걸 모르냐?" 복장검사 하시던 선생님은 참으로 딱하다는 표정을 지으시곤 했었다. 하지만 그땐 몰랐다. 정말 몰랐다. 선생님이니까 그냥 그렇게 말씀하시는줄만 알았다. 꿈 많던 여고시절 지나가고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인이 되고, 이젠 누가 봐도 아줌마가 되고 나니 이제서야 그 말이 이해가 된다. 교복입고 재잘거리면서 지나가는 학생들이 얼마나 이쁘고 부러운지 이제서야 느낀다. 
 
 <머저리 클럽> 이 책은 한마디로 여섯 악동들의 '고교 일기'라고 할 수 있다. 1인칭 주인공시점을 이끌어가는 동순과 그의 친구들이 고등학교를 입학하는 시점에서 이야기는 시작되고 졸업하면서 마무리 된다. 표지그림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 순진해 보이면서도 반항기있어 보이는 녀석들이다. "머저리 클럽. 그것은 참으로 멋진 이름이었다. 통쾌하고도 바보스럽고, 어딘지 유머러스한 이름이었다. p.52"  영민이가 처음 클럽의 이름을 제안했을때만해도 모두가 반대하고 난리도 아니었는데 참 희한한 것이 2%보다 훨씬 더 많이 모자란듯한 그 이름이 가진 역설적인 의미때문인지 친근함 때문인지 어느새 너도나도 가방에다 '머저리 클럽'이라고 써 다니기까지 한다. 
 
여섯이 몰려다니니 세상 무서울 것이 없다. 왕성한 식욕을 자랑할 때인지라 먹고 튀는 이야기, 시험점수 조작하기, 몰래 담배피기, 가출등 앞부분에는 주로 악동짓에 관한 내용이 나오는데 독자인 내가 이미 훌쩍 커버린 어른인지라 그들의 일탈이 조마조마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다행히 뒷부분으로 갈수록 성숙해가는 주인공들의 모습이 눈에 띈다. 질풍노도의 시기에 누구나 한번쯤 경험했을 개똥철학에 심취하기, 명작 읽기, 이성에 눈뜨기등... 마치 학창시절에 대한 '종합선물세트' 같다. 그래, 이런 과정을 통해 어른이 되는거지. ^^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의 나는 학창시절의 내가 꿈꾸던  '쿨~한 모습의 어른'인가? 꼭 그렇지만은 않기에 그 부분이 책 읽는 내내 부담감으로 와닿는다. 요즘 아이들 보면 자꾸 걱정하게 되고, 잔소리 하게 되고 난 그냥 '평범한 어른'이 되어 버렸나 보다. "실상 어른들은 우리에게 도덕적인 것을 강요하고 있으면서도 모범은 보이지 않았으며 그들은 젊은 학생들을 색안경이나 쓰며 보고 있었던 것이었다. p.244" 무척이나 뜨끔한 구절이다. 나 또한  빨리 어른이 되고 싶으면서도 어른이 된다는 것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어른들에 대한 불신으로 가득차 있던 때가 있었기에 주인공들이 느꼈을 기분을 이해한다.
 
젊은 날 한때 비뚤어진 모습을 보이더라도 무조건 믿어주고 감싸주는 어른이 되리라 다짐했건만... 른이 되면 자꾸만 잊어버리게 되는가 보다. 누구나 그 시절을 거치면서 어른이 되고, 또한 누구에게나 그 시절이 가장 순수한 마음을 가진 때라는 사실을 말이다. 아, 추억의 그 시절... 시시때때로 들쳐보고 싶은 내 인생의 책갈피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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