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사 클리닉 - 비뚤어진 조선사 상식 바로 세우기
김종성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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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준' 1999년, '태조 왕건' 2000년, '대장금' 2003년, '주몽' 2006년...  기억에 남는 사극을 검색해 보면서 각 드라마가 첫방송을 시작했던 때가 이렇게나 오래 되었나 싶어 깜짝 놀랐다. 그러고보니 사극열풍이 불기 시작한지가 꽤 오래 되었음에도 방송과 영화등에서는 여전히 사극이 대세이고, 출판계 또한 팩션이 넘쳐난다. 사극은 정통 역사물을 넘어서 퓨전화 됨으로써 주인공 캐스팅부터 대사 처리, 스피드한 전개등을 내세워 젊은 세대를 끌어들였다. 팩션은 지금까지 조명받지 못했던 군주나 주인공들을 찾아내거나 한반도를 벗어나는등 시공간적 배경을 확대하면서 다양한 읽을거리를 만들어 냈다.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허구일까' 하는 궁금증은 사극, 영화, 팩션을 대할 때마다 머릿 속을 맴돈다. 실제로 특정 사극이 주목받기 시작하는 순간, 사료에 충실하지 못하였다는 비평과 함께 우리 스스로 역사를 왜곡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끊이질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내부적으로 전문가의 조언을 참고하고, 나름 준비를 많이 할텐데도 왜 그런 일이 생기는 것일까 안타까울 때가 많다. 물론 극의 흐름을 위해서 혹은 타당한 이유를 들어 학계의 정설을 따르지 않고 새로운 주장을 스토리로 삼는 경우는 그나마 이해가 된다 치더라도 사극의 특성상 재미로만 봐달라는 식의 변명은 용납되기 힘들다고 본다. 이 책에서는 사극, 영화, 팩션을 통해서 잘못 알려진 상식들에 대해서, '정말 그랬을까?' 하고 한번쯤 의문을 가졌을 질문에 대해 명쾌한 답을 제시하고 있다.

 <춘향전>에서 이몽룡은 고을 사또의 아들로 등장한다. 춘향은 향단을 이몽룡은 항상 방자를 데리고 다니는 것으로 나오는데 '방자'는 사람의 이름이 아니라 직책이라고 한다. 요즘으로 치면 '공익근무요원'쯤 된다고 하는데 관청의 사환 역할을 하였다. 여기서 짚고 넘어갈 것은 관청에 소속된 방자를 사또 아들이 개인 종처럼 데리고 다녀면서 온갖 잡일(?)을 시키는 것은 당시로서도 불법이었지만 묵인된 관행이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숙종때는 사신에 대한 답례 즉, 뇌물에 대한 이야기를 어전회의에서 공식적으로 논의하였고 구체적으로 오간 내용과 금액까지 세세히 실록에 기록으로 남긴 것을 보면서 오늘날 우리의 사고방식으로 조선시대를 이해할려고 해서는 안되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때로는 씁쓸함이 남을 지라도 말이다. 

보다 충격적인 것은 청백리로 알려진 황희에 관한 진실(?)이다. 세종이 미복차림으로 그의 집을 방문했을때 청빈한 생활을 보고 감탄했다는 일화가 전해올 정도이지만, 당시 황희는 재상급 수준의 과전을 지급받았으므로 실제로는 가난하지 않았으면서 대외적으로는 그렇게 보였다 라는 것이다. 그 이유로는 고려 멸망후 한때 조선 건국을 반대하였고, 양녕대군을 지지하는등 국가적으로 중요한 사안에 대해 대세를 거르는 입장이 되어 정치적 입지가 약해진 것을 들고 있다. 조선초 왕권을 강화하고자 했던 군주들은 자기 세력이 없는 황희를 재상직에 앉혔고, 황희는 이에 보답하듯 자세를 낮추고 임금을 보필하였다. 모든 현상에는 원인과 결과가 있기 마련이다. 황희의 경우는 조선초기 정치적으로 복잡한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흥미로운 경우라고 하겠다.
 
 <조선사 클리닉> 솔직히 제목을 처음 봤을 때 '클리닉'이라는 단어가 눈에 띄면서도 부자연스럽게 느껴져 살짝 아쉬움이 들기도 했다. 어쨌거나 개인적으로는 사극이나 팩션에 열광하는 현상에 대해 매우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역사에 관심을 가지고 마음을 여는 것은 과거에 집착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향한 도약을 준비하는 과정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역사는 승자에 의해 남겨지고, 후세에 이르러서도 보고자 하는 방식대로, 원하는대로 해석이 되어왔다. 다시말해 보여지는 특정한 부분이 전부가 아니라 그럴 수 밖에 없었던 이유, 당시의 시대적 상황, 그 시대 사람들의 관념등이 복잡하게 얽힌 것을 생각할 때 역사를 대함에 있어서 보다 긍정적이고 포용적인 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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