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나는 춤이다
김선우 지음 / 실천문학사 / 2008년 7월
평점 :
품절
되짚어 보니 10도 넘었다. 친구로부터 정병호님의 <춤추는 최승희>를 선물받고는 '최승희'라는 사람이 누구인지 몰라 고개를 갸우뚱 했었다. 글쎄... 무용쪽으로는 도무지 관심이 없던터라 난처했었는데 책을 펼치고 한장 한장 읽어가면서 너무나 깊이 빠져버렸다. 최승희는 한마디로 시대를 잘못 태어난 비운의 예술가다. 자신의 이름 석자를 고집하면서 '조선'이라는 나라를 알리기위해, 자신의 예술 세계를 지키위해 몸부림쳤지만 그녀를 이용하려는 정치 권력에의해 이용당하고 결국 희생되어야만 했던 인물이다.
최승희는 1911년 일제강점기에 태어났다. 어린시절 아버지의 무능함과 방탕함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어야만 했지만 총명함을 잃지 않았고, 오빠 최승일의 권유로 이시이 무용단에 입단한다. "왜 기생처럼 춤을 추려 하느냐." 주위 사람들은 최승희와 그녀의 가족을 곱지 않은 시선을 바라보았고 최승희는 보란듯이 조선 최고의 무용가, 세계인을 감동시키는 무용가가 되었다. 그녀가 왕성한 활동을 펼쳤던 시절이 일제강점기였고, 해방 후 남편을 따라 월북한 사실로 인해 우리 예술계에서는 '최승희'라는 이름을 떠올리는 것조차 금기시 되었던 때가 있었다. 나조차도 정말 이런 사람이 있었던가 싶을 만큼 예술세계도, 개인 생활도 파격적이었다.
전통춤을 접목시킨 '승무'나 '장고춤'은 그렇다 쳐도 '보살춤'의 경우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구슬을 꿰어 대충 가린것처럼 보일정도로 노출이 심했다. 춤이 발표된 때가 1937년 이라고 생각해보면 이 춤을 감상했던 사람들이(물론 서구 문물을 많이 접한 층이었겠지만) 얼마나 충격을 받았을려나 짐작이 된다. 광고모델, 영화배우로도 활동했던 최승희는 유행을 만들어내거나 혹은 앞서나간 패션 리더였다. 그녀의 트레이드마크인 단발머리부터 모자, 악세사리등 그녀만의 스타일로 차별화된 치장을 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치가 힘이 세지요. 예술은 정치를 이기지 못해요. 그런데 말이지요, 아름다움을 이해하지 못하는 정치는 아무것도 구원할 수 없어요. p.33-34"
앞서 언급하기를 최승희가 시대를 앞서 태어난 비운의 예술가라고 하였다. 그런데 다른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그 시대에 태어난 어느 누구라도 순탄한 삶을 살았던 이가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한다. 정치적인 제약으로 인해 예술활동에 제약을 받았고, 숙청되었으며, 남한에서는 인정조차 받지 못한 세월이 있었지만 외부의 탄압이 그녀의 열정과 승부욕을 자극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오늘날 새롭게 조명되는 예술세계를 통해 결국엔 최승희가 정치를 이겼구나 싶다.
<나는 춤이다> 이 책은 시인으로 알려진 작가 김선우님의 첫번째 장편 소설이다. 팩션을 좋아해서 많이 읽는편인데 근대사를 살았던 실존인물을 모티브로 한 책은 흔하지 않아서 흥미롭게 읽었다. 팩션이 그러하듯 인물과 역사적 배경만을 빌려오고 나머지는 작가의 상상력으로 채워졌다. 최승희라는 무용가의 예술가로서의 열정과 사랑, 삶, 인생등에 대하여 소설적 전개와 소설적 묘사를 즐기면서 읽되 최승희라는 인물 자체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고 싶다면 평전으로 서술된 <춤추는 최승희>와 함께 읽어볼것을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