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처럼
가네시로 카즈키 지음, 김난주 옮김 / 북폴리오 / 2008년 8월
평점 :
절판



누군가 내게 가장 기억에 남는 영화를 떠올려 보라고 하면 아마도 가장 먼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시작으로 '사랑과 영혼', '타이타닉', '쇼생크 탈출' 같은 영화들을 꼽을 것이다. 홍콩영화가 지금의 한류처럼 아시아를 휩쓸던 시절에는 흔한 액션보다 여명과 장만옥이 주연했던 '첨밀밀'이, 당장 생각나는 한국영화로는 '친구', '범죄의 재구성'이 생각난다. 특히 '범죄의 재구성' 같은 경우는 워낙에 이런 장르를 좋아하지 않아 관심조차 없었는데 남편의 강요(?)에 못이겨 그래 한번 봐줄께 하는 심정으로 보았던 것인데 그만 푹~ 빠져 버린 경우다. 
 
영화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매트릭스'는 스무번? 서른번도 넘게 본 것 같다. 영화채널에서 그 영화만 보이면 하던 일 멈추고 시청하게 된다. 그리고 문근영이 주연했던 '댄서의 순정' 마지막 장면, 두 남녀가 재회하면서 부둥켜 앉는 장면은 열번도 넘게 보았는데도 볼때마다 눈물을 훔치게 된다. 나 자신도 왜그런지 모르겠다. 다만 결혼전보다 아줌마가 되고 나서 눈물이 더 많았졌다는 사실은 확실한데 가끔씩 가슴만 먹먹한 것 보다 감정을 감정에 충실한 것이 정신 건강에 나쁘지는 않을 거라는 위로를 해본다. "슬픈 영화는 나를 울려요~" 라는 핑계처럼 말이다.

"극장의 어둠 속에서 우린 재일 조선인도, 재일 한국인도, 미국인도 아닌 다른 인간이 될 수 있지. (중략) 그럼 우린 스크린 속에서 움직이는 등장인물이 될 수 있어. 개똥 같은 현실에서 잠시나마 벗어날 수 있는 거지. 그래서 극장의 어둠 속에 있을 때는 신나고 가슴이 설레는 것 아닐까? p.31"  
 
"나를 대신해서 낄낄 웃어 주고, 진짜로 화를 내 주고, 엉엉 울어 주고, 나쁜 놈과 싸워 주는 단순하고 이해하기 쉬운 거라고 할 수 있지. 난 이미 이소룡도 매킨도 성룡도 될 수 없으니까 말이야. 그러니까 누구든 대신해 줘야지. p.69"
 
<영화처럼> 이 책은 영화에 얽힌 다섯 편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좀더 정확히 말하면 작품속에서 영화는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매개체 역할을 하는데 <태양은 가득히>는 우정, <정무문>은 정의, <프랭키와 자니>는 남녀의 사랑, <페일 라이더>는 복수(정의), <사랑의 샘>은 가족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볼 때 
영화에 관한 옴니버스식 구성으로 구민회관과 <로마의 휴일>이라는 영화로 연결되어 있어 독특함과 신선함을 더해준다.    

가네시로 가즈키, 무척 유명한 작가인줄은 알겠는데 이번이 첫 만남이다. 작가에 대해 혹은 전작에 대한 영향에서 벗어나 오로지 이 작품으로만 이야기하자면 꽤 괜찮았다는 결론이다. 첫번째 작품에서 주인공들이 한국 이름이어서 당황했었는데 설정이 재일 조선인 이었다. 주인공 '나'와 '용일'을 통해서 작가가 하고 싶었던 영화에 관한 이야기와 재일교포로서의 혼란스러웠던 과거를 그대로 풀어 놓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의 독특한 경험이 있었기에 그 만의 작품세계가 있는 것이다. 
 
'영화처럼' 살고싶다는 생각 누구나 품고 살지 않나 싶다. 영화속 주인공처럼 가슴 시린 사랑을 해보고 싶고, 열정적인 인생을 살고싶고 말이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우리의 삶 자체가 개개인을 위한 '독립영화' 인지도 모른다. 자자~ 표정관리 하면서 살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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