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 고종황제 - 조선의 마지막 승부사
이상각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08년 8월
평점 :
절판


 
새왕조가 탄생하였다가 사라진다는 것은 하늘과 땅이 흔들리는 것과 같은 엄청난 변화를 뜻한다. 삼국이 통일을 하기까지도 힘겨웠지만, 고려에서 조선으로 바뀐 후에는 국왕의 통치이념부터 사회를 이끌어가는 지도계층의 사고방식도 크게 달라졌다. 조선왕조 500여년은 유교의 영향아래 있었던 탓으로 신분제도나 남존여비, 사대주의등 폐단도 많으나 우리 역사속에서 정치, 경제, 과학등 여러 분야에서 가장 화려한 문화의 꽃을 피운 시기임에는 틀림없다. 조선 초기에 세종대왕이 있었고 후기에 정조가 있었다면 말기에는 외로운 군주이자 비운의 군주인 고종이 있었다. 
 
사극열풍과 함께 이미 방영된 적이 있는 드라마 '명성황후'를 기억한다. 2002년 한일월드컵 공동개최를 앞둔 시점에서 괜시리 일본의 심기를 건드리는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도 있었지만 일제강점기 식민지 사관으로 잘못 알려진 역사를 바로잡고 우리 역사에 대한 자긍심을 높인다는 취지가 설득력을 얻으면서 전 국민의 관심을 모았던 것이다. 두 나라가 힘을 합쳐 큰 행사를 치러야 하는 상황인만큼 해묵은 오류를 바로 잡기에 오히려 더없이 좋은 기회일수도 있겠다 싶었다. 하지만 '명성황후'는 제목그대로 명성황후를 중심으로 펼쳐지다보니 자연스럽게 대립 구도의 또다른 축인 대원군이 부각되고 결과적으로는 고종의 입지가 좁아져 버린 모양새가 되었다. 아버지와 부인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유약한 모습의 군주, 지금까지 고종을 떠올리면 연상되던 이미지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지금까지의 고정화 된 고종의 모습은 버려라~!! 서두에서 밝힌 것처럼 역사는 어떤 시각으로 조명하느냐에 따라 새로운 결과를 가져다 주기도 한다. <이경 고종황제>에서는 열강의 틈바구니 속에서 조선의 자주국권을 수호하기위한 고종의 노력, 개혁정치를 중심으로 서술되어 있다. 구한말 조선에서는 얼마나 많은 사건, 사고가 있었던가. 고종과 명성황후는 조선이 특정한 나라의 속국이 되는 것을 막기위해 서구 열강들에게 조금씩 이권을 나누어주는 정책을 펼쳤다. 중국, 일본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위해 황제가 되었고, 광무개혁을 통해 마지막 승부수를 띄우기도 했다. 

다만 당시 세계 정세는 몇몇 강국들에 의해 좌지우지 되고 있었고, 철저한 이해관계를 중심으로 약소국들을 나누어 가지는 냉정한 현실이었다. 미국은 필리핀을 영국은 인도를 일본은 한국을...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고종 스스로는 조선의 자주권을 포기하는 어떠한 의사 표시도,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대한제국이 세계사에서 사라진 후에도 밀서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의병 활동을 돕거나 세계기구, 언론등에 조선의 입장을 밝히기 위한 노력을 소홀히 하지 않았던 것이다. 때문에 일본에 있어서 고종은 눈에 가시같은 존재였고 결국은 의문스러운 죽음을 맞게 된다. 
 
 역시나... 역사는 정면으로만 볼 것이 아니다. 옆으로도 보고, 세워서도 보고, 뒤집어도 보아야 하는 것이 역사다. 이 책은 읽은 후, 나에게 고종은 더이상 우유부단한 황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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