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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맥 매카시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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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태어나 자란 곳은 지금 우리 가족이 살고 있는 도시의 외곽지로 동쪽 고속도로를 이용하자면 늘 지나쳐야 하는 위치다. 일곱살인 아이는 아빠가 어릴 때 헤엄치고 놀았다던 개울이며, 아빠가 다녔다는 초등학교를 볼때마다 마치 처음 듣는 이야기인듯, 처음 보는 장소인듯 눈빛이 반짝거린다. 할수만 있다면 아이를 자연과 가까운 곳에서 키우면 정말 좋을텐데... 자신이 어릴때 누렸던 즐거움을 지금의 아이는 장난감과 TV로 대신해야 한다는 사실이 늘 못마땅하단다. 그나마 초등학교는 증축도 하고 보수도 거쳐 알록달록 이쁘기라도 하지만, 여름철 장마가 지면 사람이 빠져 죽은 적도 있을 정도라는 개울은 물이 말라서 안스러울 지경이구만, 그래도 좋다는 남편을 보면 고향이란 그런곳인가 보구나 싶다.  
 
그 많던 물이 이렇게 말라버릴 줄은 상상도 못했다구~!! 불과 30여년만에 우리를 둘러싼 자연환경이 이토록 변할줄은 정말 몰랐다. 지금으로부터 다시 30여년이 지나 우리 아이들이 어른이 되면 지구의 모습은 어떻게 변할까. 초강력 자외선 차단제가 함유된 썬크림, 썬글라스, 의류도 자외선 차단섬유가 필수가 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어쩜 우주복과 비슷한 형태의 외출복을 입고 다녀야만 하는 날이 올지도...  하지만 걱정스러움은 잠시 뿐 사람들은 미래를 이야기할 때 '희망'을 원한다. 희망만이 우리 삶을 이끌어주는 힘이되고 이유가 되기 때문이다. '미래는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까'하는 질문에 누가 감히 암울하고 두려운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을까.   
 
"남자는 깜깜한 숲에서 잠을 깼다. 밤의 한기를 느끼자 손을 뻗어 옆에서 자는 아이를 더듬었다. 밤은 어둠 이상으로 어두웠고, 낮도 하루가 다르게 잿빛이 짙어졌다. p.7" 전후사정이나 대략의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여지도 주지 않고 첫장면부터 남자와 아이의 힘겨운 여정에 동행하게 된다. 핵전쟁이 일어난 것인지, 기후 변화로 인한 대재앙인지, '우주전쟁'처럼 외계인의 침략인지 이유도 알려주지 않은 채 '남쪽'을 향해 멈출 수 없는 여행을 해야만 한다. 갈라져 틈이 벌어진 대지와 쓰러져 불타버린 나무, 사방을 둘러보아도 잿더미만 보인다. 간간히 일어나는 지진을 통해서 뭔가 큰 일이 벌어졌구나 하는 추측만 할 뿐이다. 

극한 상황에 처한 사람들은 일차적으로 생존을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게 된다. 당장에 필요한 의식주를 해결하기 위해 점차 폭력적인 모습을 보이게 되는데 살인, 방화, 약탈도 서슴지 않는다. 처음엔 강한 사람이 약한 사람보다 생존확율이 높은 것처럼 보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선'한 사람이 '악'한 사람에 의해 희생되는 결과를 가져온다. 남자와 소년의 여정에있어서도 추위와 배고픔, 재해보다도 '낯선 사람과의 만남'이 가장 경계해야할 부분이다. 이보다 더 처참할 수 없을 것 같은 상황에서도 결국 우려했던 일들이 벌어지고... 눈앞에 펼쳐지는 장면 장면마다 가슴이 먹먹해져 몇차례나 책을 덮고 싶은 지경까지 갔었다.

 아버지와 아들 두 주인공은 책을 덮을 때 까지도 남자와 소년으로, 등장하는 또 다른 남자들은 사내로 지칭된다. 공동체가 사라진 후 사회적 존재임을 나타내는 '이름'이 더이상 무의미함을 나타고자 함일까. 아니면 인류의 미래를 책임져야할 선한 사람들의 대명사로서 사용했기 때문인지 알수는 없다. 다만 '남자가 아버지로 바뀌고, 새로운 '남자'가 등장했을 때', 결국은 참고 참았던 눈물이 줄줄 흐르고야 말았다. 지구의 종말이나 대재앙을 소재로 한 소설과 영화는 수도 없이 많다. 그들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대체적으로 인간의 의지나 생명력 같은 것들... 그리고 '희망'이다. 시종일관 어둡고 습한 분위기를 이어 나가면서 작가가 제시한 '희망'이라는 것이 생각보다는 너무 미미했다는 점, 그리고 소년이 감수해야 할 희생 또한 너무 컸다는 것이다. 그점이 가장 아쉽다.

미국을 대표하는 작가이면서 은둔형 작가로 알려진 매카시, 그에게는 열 살이 안 된 아들이 있다고 한다. 몇 년 전 함께 여행을 하면서 아들이 잠든 사이 창문으로 마을을 내려다 보면서 50년이나 100년 후에는 이마을이 어떻게 될까 하는 상상을 하게 되었고, 불길이 치솟아 모든 것들이 타버린 이미지가 떠오르면서 이 작품을 구상하게 되었다고 한다. 아버지가 되면서 세상을 새롭게 바라보게 되었다는 인터뷰 내용을 통해 늦은 나이에 아버지가 된 작가가 아들을 통해 얼마나 행복해 했을지 그 마음이 전혀져 온다. 아들이 없었다면 결코 이 소설을 결코 쓰지 못했을거라는 대답이 인상적이면서도 왜 하필 잿더미 위를 걸어야만 했을까 하는 의문은 사라지지 않는다. 사랑하는 아들의 잠든 모습을 보면서 어쩜 이렇게도 암울한 글을 완성할 수 있었는지 믿어지지 않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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