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밀사 - 일본 막부 잠입 사건
허수정 지음 / 밀리언하우스 / 2008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야심한 밤, 임금과 독대한 통신사 남용익은 일본의 실세에게 건네져야할 밀서를 받게 된다. 북벌에 대한 뜻을 펼치기위해서는 일본과의 원만한 관계를 유지할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일본은 국내 정세가 매우 불안정하여 임진년의 경우처럼 조선과의 전쟁을 일으켜 내환을 다스리려는 세력이 있었으니 통신사 종사관으로서 일본을 방문하게된 남용익은 양국의 평화유지라는 실로 막중한 임무를 수행하게 된 것이다. 과연 감당할 수 있을까. 주상의 당부가 오래도록 계속되는 가운데 남용익의 어깨는 무겁기만하다. 

'죽자, 죽어야 산다. 죽어야 조선이 살고 일본이 산다.... p.44' 일본에 도착한 후 절차에 의해 환영식을 치르던중 술이 만취한 남용익은 다음날 쇼군의 무사를 살해했다는 죄목으로 옥에 갇히고 만다. 기억나는 것은 없지만 사대부인 그가 일본의 무사를 죽였다는 것 자체가 미스테리일 수 밖에 없는 상황. 분명한 것은 일본 내부에 전쟁을 원하는 무리가 있고 그들의 목적을 위해 조선통신사를 이용할 수도 있다는 사실이었다. 임금의 뜻을 받들어야할 신하로서 오히려 전쟁 발발의 빌미를 제공하게된 남용익은 죽고만 싶다. 죽어서 해결될 문제라면 백번 천번인들 못 죽겠는가. 

이쯤에서 주인공 박명준이 급부상한다. 그는 임진년 일본으로 끌려간 조선인 도공의 아들로 태어나 10년간 일본에서 살다가 귀국한 인물로 남용익의 수행 역관이다. 남용익이 옥에 갇히자 교토소사대 다나카와 함께 살인 사건을 추적한다. 풀어나갈 실마리조차 찾지 못한 상황에서 살인사건의 목격자임을 자처했던 승려마저 죽임을 당하고, 뒤이어 또다시 연쇄 살인이 벌어지는등 사건은 미궁속으로 빠져드는데...  어린시절 함께 자란 도모에라는 여인과 정체를 알수 없는 소년을 통해 마침내 사건의 윤곽이 드러난다.

한국문학에 있어서 바야흐로 역사소설의 중흥기다. '뿌리깊은 나무', '바람의 화원'을 언급한 띠지를 보면서 과연 걸고 넘어지기, 물고 늘어지기식 마케팅인가 의심이 들기도 했던 것이 사실이다. 다행히 평균 점수이상은 줄 수 있어서 흐뭇하다고나 할까. 단순히 비교하자면 표지를 처음보고 '바람의 화원'의 이미지가 연상되어 놀랬던 기억이 난다. 내용면에서는 살인사건을 추적하는 미스테리라는 점에서 '뿌리깊은 나무'와 비슷하다. 
 
중요한 변화는 역사소설에서 자주 등장하는 영조, 정조, 세종 임금의 시대를 벗어나 효종시대를 다룬 점이라는 것과 공간적 배경이 일본으로 확대된 점이라고 하겠다. 말하자면 국내보다는 일본의 정세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흘러간다는 점이다. 우리 역사도 잘 모르는데 남의 나라 역사를 배경으로 하다보니 지명, 직책등 낯선 부분이 많아 진도가 더디어 지는 점도 없지 않다. 더구나 우리 의지와는 상관없이 인접 국가들의 상황에 따라 위협받는 조선의 처지에 대한 안타까움, 다수가 원함에도 불구하고 소수의 극단적인 인물들로 좌지우지되는 정치판도 어쩜 오늘날과 그렇게 흡사한지. 

분명한 것은 어진 임금만으로 백성이 배부를 수도 없고, 소신있는 신하만으로 백성을 위한 정치를 펼칠수도 없다는 사실이다. 예나 지금이나 어느 나라든지 정치란 것은 복잡하고 추한 모습이더라 하는 것인데 솔직히... 현실에 대한 위로는 되지 않지만 소설이니까 그냥 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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