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위 3미터
페데리코 모치아 지음, 이현경 옮김 / 열림원 / 2008년 6월
평점 :
품절


시동이 걸린 오토바이와 초조한 표정으로 누군가를 기다리는 남자, 곧이어 한 여자가 뛰어와 오토바이에 올라타고 여자의 부모를 뒤로한 채 도로를 질주해 사라져 버린다. 사랑에 눈이 먼 전형적인 남녀의 모습을 보는듯하다. 실제로 소설속에는 이런 상황이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주인공 스텝은 가정사로 인해 비뚤어져버린 20살 남자고, 여주인공 바비는 명문고에 다니는 여고생이다. 두 사람이 스치듯 처음 만났을때 바비는 스텝과 같은 부류를 이해하지 못하고 경멸한다. 하지만 이런 것을 두고 운명의 장난이라고 하는 것일까. 바비가 있는 곳에는 스텝이, 스텝이 있는 곳에는 항상 바비가 나타나면서 그렇게 싸우면서 정이 든다. 
 
스텝은 말그대로 '나쁜 남자'다. 밤낮으로 오토바이를 타고 경주를 즐기는등 폭주하기도 하고, 음식점에서 돈을 내지 않고 도망가버린거나, 도둑질에 패싸움을 벌이고, 때론 자신을 저지하려는 어른들에게도 주저없이 폭력을 휘두른다. 아, 생각만 해도 머리아프다. ^ ^;; 바비의 경우는 부모의 말을 거역한 적이 없을 만큼 모범생이었다. 적어도 스텝을 만나기전까지는 말이다. 순진한 모범생이었던 바비가 선생님께 대들고, 엄마의 싸인을 위조하고, 오토바이 뒤에 매달려 경주를 하게될지 누가 알았겠는가. 딸을 가진 부모라면 누구라도 스텝을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다.  

스텝과 바비를 이해하기위해 오래전 학창시절을 떠올려보려 애써보았다. 찰랑거리는 단발에 스프레이와 무스를 발라 앞머리를 닭벼슬처럼 올리고, 디스코풍 청바지 단을 두겹 접어 올려 비비화를 신어주는 정도가 다였는데... 롤러스케이장은 그나마 보편적이었고 무도장이라도 몰래가는 아이들은 반에서도 극히 드문 경우였다. 그시절에도 폭주족이 있었나 싶을 만큼 요즘 세대에 비하면 소박하기 그지없었다. 이 책은 92년도에 처음 출간되었지만 이탈리아를 배경으로해서 그런지 내용이 파격적이다. 어쩜 그런 자극적인 장면들이 10대들을 열광하게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아쉽다. 첫사랑의 풋풋함과 가슴 깊이 아려오는 서정적인 감동을 기대했던 나로서는 학교앞 추억의 떡볶이 집이 피자가게로 바뀌었다는 것을 확인했을 때만큼이나 허전함이 느껴졌다. '영웅'이 등장하는 영화에서 경찰은 항상 어리버리하고 뒷북치는 사람들인것 처럼 이 책에 등장하는 어른들이 하나같이 비정상으로 그져진 것도 그렇고 '남자는 여자의 첫사랑이기를 바라고, 여자는 남자의 마지막 사랑이기를 바란다.'는 통속적인 문구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는듯한 스토리전개도 그렇고 말이다. 무엇보다 두 사람에게 동화되지 못하고 끝까지 걱정스런 마음으로, 어른으로서 지켜봐야만 했던 내 자신이 가장 불만스럽다.    

"지나치게 생각을 많이 하지 않고, 하나의 의문만 가진 채, 저 위로, 그렇게 도달하기 어려운 그 자리로 돌아갈 수 있을까. 거기, 모든 게 더욱 아름다워 보이는 그곳으로. p.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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