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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잔치를 벌여 보자 - 조선시대, 그림 2
조정육 지음 / 대교출판 / 2008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잔치라 하면 일단은 북적북적 사람들이 많아야 하고, 덩실덩실~ 흥겨운 음악에 맞추어 어깨가 들석이는 유쾌한 장면들이 떠오른다. 이 책에서는 다름아닌 '그림 잔치'다. 화보집처럼 그림이 많이 수록되어 그림 잔치요 대부분의 그림이 익살맞고 흥에 겨워 그림 잔치다.
신사임당의 <수박과 들쥐>라는 그림에서는 꽃과 풀, 나비와 곤충등이 소재인데 활동이 자유롭지 못했던 신사임당이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것들을 대상으로 작품을 그렸다는 설명에 왠지 안타까움이 전해진다. 신사임당이 당시의 남정네들처럼 보다 넓은 세계를 다니며 두루 견문을 넓혔더라면 여류 화가의 관점에서 그려진 '산수화' 한 폭쯤 후세에 남겼을 터인데 말이다. 하지만 쥐들이 수박을 갉아먹는 장면이나 나비와 꽃을 아름답게 표현한 점등으로 미루어 보건데 신사임당의 마음은 온화하고, 평화로우며 긍정적이었던 것 같다.
김시의 작품 <나귀를 끄는 아이>에서 뒷걸음 치는 나귀와 억지로 나귀를 끄는 아이, 김두랑 <긁는 개>에서 검둥이가 뒷다리로 긁는 장면, 심사정 <딱따구리>에서 딱따구리가 매화등궐을 쪼는 순간 매화꽃이 떨어지는 장면, 김홍도의 <서당>에서 우는 아이와 주변 인물들의 표정등은 요즘말로 하자면 순간 캡처가 기막힌 장면들이 많다. 이렇듯 절묘한 순간 포착된 장면들은 말 그대로 '그림이 살아있다'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작품에 생명력을 더하는 또다른 기법은 사실적인 표현이다. 호랑이의 털, 날카로운 매의 눈매, 인물화의 수염 한 올까지도 놓치지 않은 붓터치를 보면서 섬세한 손놀림에 감탄하였다.
<그림 잔치를 벌여보다> 이 책은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화가들의 그림과 함께 작품과 잘 어울리는 이야기를 함께 실어 흥겨움을 더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그림속에 담긴 내용을 이야기처럼 풀어놓은 것도 좋으나 보다 간략한 설명으로 대신하고 각 장마다 여백없이 그림으로 꽉꽉 채워주었으면 하는 욕심이 생긴다. 책의 뒷면에 조선시대를 4단계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는 부분에서도 시대적 특징에 비해 그림의 특징은 눈에 쏙쏙 들어오지 않을뿐더러 앞의 그림들이 재차 등장하는 경우도 있어 이 책을 전체적으로 조선 초기, 중기, 후기, 말기로 나누었어도 좋지 않았나 싶다.
우리가 흔히 알기로 '선비'라는 사람들은 하는 일 없이 글만 읽고 앞뒤가 막혔다고 오해하기 쉬우나 조선시대야 말로 우리 역사상 가장 수준 높은 작품을 많이 그려낸 시대이며, 이 모든 것들은 작품을 아끼고 수집하거나 손수 그림을 그렸던 선비들로 인해 가능한 일이었음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그림 한폭 한폭이 소중한 것은 우리 조상들의 생활 모습과 삶, 예술세계등 그 시대의 모든 것이 고스란히 들어있기 때문이다.
안타까운 것은 우리 역사가 '외세 침략'에서 자유롭지 못했기에 그림들이 많이 보존되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국보 1호의 어이없는 소실이 문득 되살아 나는 순간이다. 우리에게 남겨진 것들 만이라도 철저리 관리 보관하고, 인쇄물을 통해 홍보하고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그림 잔치를 벌여보자> 이 책이 가지는 의의는 크다고 할 것이며, 더구나 어린이를 위한 책이기에 더욱 가치있게 느껴진다.
자~ 흥겨운 잔치는 끝났다. 하지만 여흥은 지금부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