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모차를 사랑한 남자 - 인간 존재의 수수께끼를 푸는 심리학 탐험 16장면
조프 롤스 지음, 박윤정 옮김, 이은경 감수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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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자... 아름다운 여인을 사랑한 남자도 아니고, 멋진 자동차를 사랑한 남자도 아니고 '유모차를 사랑한 남자'라니 제목부터 예사롭지 않다. 도대체 그 남자의 심리는 무엇이란 말인가. 심리학은 '정신과 행동을 과학적으로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한다. 그렇더라도 연구과정이나 성과에 가치를 더하자면 다수의 사람들에게서 보여지는 사례를 종합하여 보편적이고도 객관적인 대안을 추출해내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이 책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영화에나 나올법한(실제로 동일한 소재로 영화가 만들어 지기도 하였다) 놀라운 사례들이다.   

 "사례연구는 과학적인 실험 보고서라기보다 소설에 더 가깝다. 인간을 그토록 매력적이고 복합적인 존재로 만들어주는 세부 사항들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이다. 그래서 흥미롭고 황당하며 놀라울 뿐 아니라 우리 모두에 대해 무언가를 알려주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러나 심리학자나 정신과학자들은 과학적 이론과 결부시켜서 이 이야기를 들려준다. 사례연구가 문학이 아닌 '과학'이 될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p.7 " 리처드 그로스(심리학자) 추천의 말 中

1970년대 세상에 알려진 지니라는 소녀는 태어난 직후부터 13년동안이나 감금되어 세상과 격리된 채 살았다. 지니는 하루의 대부분을 의자에 묶여 생활하고 말하는 법도 제대로 배우지 못하는등 차마 입에 담지 못할 비참한 상태로 길러졌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그녀를 감금한 사람이 아버지라는 사실이다. 지니의 아버지는 우울증을 앓았고 지나치게 방어적이었다가 때론 공격적인 성향을 보이는 사람이었다. 지니뿐 아니라 지니의 어머니와 오빠도 거의 감금된 채 살았는데 다시 생각해 보아도 어떻게 이런일이 가능한지 믿어지지 않는다.  

7세 아이를 둔 엄마여서 인지 유아 심리에 관심이 많다. 여러 사례들중 유난히 유아, 어린이 관련 이야기들이 기억에 남는 것도 그 이유에서일 것이다. 아베롱의 야생소년 빅토르의 이야기도 흥미로웠고, 딥스의 사례 또한 눈길을 끄는데 유치원에서 저능아취급 받았던 딥스가 놀이치료를 통해 10년후 누구보다 영특한 소년으로 변화되었다는 이야기는 흐뭇하기까지 했다. 1900년대 초, 존 브로더스 왓슨에 의해 실시되었던 영아의 심리에 대한 실험 또한 기억에 남는다. 아무리 연구를 위해서라지만 11개월 짜리 아기를 데려다가 겁을 주면서 공포에 떨게 만들다니... 정말 '양심'도 없는 사람들이다.    
 
아기들은 엄청난 잠재력을 갖고 태어나지만, 생육에 도움이 되는 환경이 있어야만 인간이 되는 법을 터득할 수 있다. 초기의 고립이나 학대로 인해 이런 환경을 박탈당한 아이는 그 영향을 극복하기가 매우 어렵다. p. 260 빅토르 이야기

심리학도 좋고 과학도 좋다. 관심있는 분야이기에 눈여겨 보았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경악스러웠다. 아이들의 심리에 영향을 미치는 사람들은 1차적으로 부모와 같은 양육자들이다. 지니, 딥스, 빅토르, 앨버트, 라이머등 책의 반을 차지하는 사례들이 유아, 어린와 관련된 이야기임을 고려할 때 부모들(어른들)의 잘못된 사고와 판단이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관지어 연구하는 것이 더욱 바람직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더구나 이들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는 과정에 있어서도 심리학자나 과학자들이 지나치게 연구성과를 의식함으로써, 인륜과 도리를 저버린 경우가 많다는 사실에 유감을 감출 수 없었다. 

저자는 독자들이 가질 의구심을 예상하기라도 했다는듯이 그저 놀라운 '이야기'쯤으로 생각해도 좋다고 털어놓는다. 하지만,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의도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사례가 아무리 독특하다 하여도 그들도 분명 인간이며, 수많은 시행착오 속에서 보편적인 인간이 가지는 심리를 끄집어 냈다는 것이다. 때문에 '인간존재의 수수께끼를 푸는 심리학 탐험'이라는 부제가 억지스럽지는 않다. 사람들은 누구나 평범하지 않은 이야기에 열광한다. 그래서 '특종'을 잡을려고 목숨걸고 '파파라치'들이 생겨나는 것일 게다. 하지만, 과학자라면 적어도 아니 무조건 '인간중심' 이어야 한다. 자신들의 성공을 보장해줄 기회에 집착하는 과학자가 아닌 '사례자'들의 입장에서 씌여진 연구 결과를 원한다. 지구상 어딘가에 존재할 '연구대상'을 위하여... 인류의 미래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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